외국에 나와서 있게 되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꺼꾸로 보면 우리나라가 힘이 있어야 외국에 나와도 대접을 받게 된다. 1982년도에 처음 미국에 유학을 온 후 그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나아지고 그에 상응하여 점점 한국 사람도 외국에서 받는 대접이 나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80년에 필리핀에 갔을 때 이미 우리나라가 필리핀보다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것을 느꼈고 그 이후로도 특히 서울 올림픽을 치루면서 우리나라를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한국 기업들의 국제적 활동도 늘어나진 것 같다. 그런데 경제 발전과는 반대로 사회적인 분열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시험에는 채점의 편의를 위해 답이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에서의 교육에서는 정답이 있기 보다는 서로 토론을 하면서 필요할 경우 서로 의견의 차이를 줄이고 타협하는 과정을 초등학교 과정서부터 배운다. 미국에서 유학중에 아시던 교민 분 한 분이 하던 말이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이야기를 하면 자식들이 그냥 듣고 예 하는 것이 예의인데, 미국서 자식을 키우니까 보면 부모가 이야기 하여도 꼭 이유를 캐 묻는 적이 많다. 그런데 말로 토론을 하면 자식들을 설득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 학교 수업시간이 주로 다 토론 위주라서 그러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답이 하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옳으면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방은 무조건 틀리다는 입장을 취하고 서로 양보와 타협이 없는 투쟁을 보이고 있다. 2008년에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는 것이 외신에 보도되어 우리나라 국가 망신을 시켰다는 것도 그러한 입장에서 보아야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어느 나라, 시대를 불구하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되지 아니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과 같이 전반적으로 보수 경향이 강한 나라도 그나마 진보에 가까운 민주당과 보수적인 공화당이 공존하며 서로 정책적으로 경쟁하며 나라를 이끌고 있는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비록 일부 사안에 대해 정책적인 차이가 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사보타지와 같은 행동은 없고 실무 인재 등용에 있어서는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2008년 말에 미국 자동차회사 정책적인 구제가 문제되었을 때 비록 공화당에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였어도, 부시는 정권 이양 후 오바마가 향후 정책을 선택할 여지를 남기기 위해 일부 긴급금융을 해 주었다. 그리고 현재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 회생인데 그 실무진 중 핵심멤버로 재무장관에 임명된 티모시 가이스너는 원래 공화당원이기도 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오바마가 가이스너가 가장 적임자라 생각하고는 재무장관으로 선임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서로 입장 차이가 있어도 서로 협조할 것은 하고 조정을 꾀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더 성장해야 된다는 것을 더 중시하니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 현장에 있으면서 대기업이나 힘 있는 사람들의 횡포도 많이 보았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벤처기업을 모 대기업하고 같이 합작으로 하면서 공동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전횡으로 경영을 하다가 나중에 자기 지분만을 넘긴 경우도 직접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벤처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때 거래 상대방에 우리나라 유수한 두 대기업이 같이 고객으로 있었는데 한 쪽에서 다른 쪽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여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 법상으로는 공정거래법 관련 위반으로 걸고 넘어갈 수 있지만 실제 법으로 걸어 넘어 가도 상대방에게 징벌 효과는 무시할 만큼 적고 이 쪽의 피해는 더 크게 될 경우를 직접 보았다. 대우전자에 연구직으로 근무하던 친구로부터 회사가 정상적일 때에는 노조가 불 필요한 존재로 느꼈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서 정리절차로 들어가는 순간 노조가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시카고 대학에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봉급은 박봉이었으나, 노사협약 결과 의료보험의 혜택을 잘 받아 큰 아들이 출산할 때 덕을 많이 본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큰 규모로 경쟁할 대기업과 틈새 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을 할 중소기업, 그리고 최소한도 근로자의 보호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노조가 실질적인 근로자의 권익보다는 정치투쟁에 나선다든지 회사의 장기 경영계획에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은 피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간의 진보정권의 집권은 우리나라가 계속 보수 정권하에서 성장위주로 정치가 행하여 진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 국민이 다시 보수로 회귀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한 이상 진보 진영도 정당한 견제로서의 의견 표시나 반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사회의 불안정 및 정권타도에 가까운 촛불시위를 한 것은 너무 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큰 것을 얻으려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신뢰를 읽어 버리는 일이 없도록 진보진영도 좀 덜 과격한 중도 진보 진영이 되기를 바란다. 한 편 무조건 노조를 배척하고 북한에 대해 과격한 입장을 내세우는 극우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회가 진지한 토론을 거치고 그 토론 결과에 대해 국민에 홍보를 한 후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을 참작하여 서로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야 될 시기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