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사슴을 차로 친 사고

공석환 2010. 9. 10. 05:32

 

 

 

 

 

이 블로그 닉이 "사슴의 정원"인 것은 우리집 정원에 사슴이 위 사진과 같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아직 어린새끼 꽃사슴들이 뒷마당 잔디밭에서 장난하는 모습입니다. 더 자세한 것은 이 블로그의 글 "새끼 사슴 키우고 싶어요" http://blog.daum.net/shkong78/681  참조

 

그런데 내가 캐나다 밴쿠버 교외의 집을 떠나 있는 사이 9월 6일 처가 사슴을 길에서 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토론토 대학 에 재학중인 둘째를 개강을 하여 밴쿠버 공항에 데려주는 과정에서 새벽길에 사슴을 친 것입니다.

 

마음 약한 내 처가 얼마나 당황하였을가, 이러한 일이 캐나다나 미국에서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길에 사슴이 그려진 표지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사슴이 자주 나오니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슴을 친 후 원칙적으로 신고를 하여야 하고 그 것을 혹시라도 집에 무단으로 가져오면 문제됩니다. 물론 차도 찌그러지고 그런 기분이 나기는 어렵겠지만.

 

처가 쓴 내용을 아래 그대로 옮깁니다. 예기치 않은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보입니다.

 

유명을 다한 사슴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휴일의 월요일...편안하게 보내고 계시죠?

 

미정이는...

글쎄요...? ㅎ~

 

오전에 잠들었다가 좀 전에 일어났어요...^^

일어나서 정신 좀 차리고 ICBC에 사고 접수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바쁘다네요...나중에 다시 걸으라는데요...급하게 안해도 되는건가봐요...? ㅎ~

 

둘째가 2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토론토로 떠나는 날이었어요...오늘...

오후에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새벽 비행기를 타려고 했죠...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비도 내리고 어둠도 깔려있는 길을 달려내려 가는데, 갑자기 사슴 한마리가 제 차로 뛰어들었지 뭐예요...

순간 너무 놀랐지만, 그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그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슴이 우당탕퉁탕 제 차에 부딪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밖에 없었죠...

 

차를 세운 후, 둘째가 내려서 차 앞을 보더니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차가 비실비실...영 힘을 못내던데요...

겨우 집 앞까지와서 들여다 봤더니...세상에...내려가는 속도에 달려드는 속도가 합해져서 그런가...아주 흉하더라구요...

 

아주 오랜기간, 한번도 차를 그렇게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머릿 속이 멍~^^

그렇게 차를 세워두고, 신랑 차로 공항에 다녀왔어요...

너무 놀래서 그런지 깜깜한 새벽 운전이 왜그리 힘겹든지요...

운전을 워낙 편하게 즐겨하는 제가 쫄아서 했잖아요...ㅎㅎㅎ~

 

이럴때 하필이면 신랑도 서울에 가고 없어서 혼자서 끙끙...

둘째는 비행기도 놓쳤어요...그래서 한시간 다음것으로 가고...

 

아...사슴...가여운 녀석...맘이 몹시 안좋아요...잘못되었거든요...

같이 공항으로 가던 막내가 전화를 걸었어요...사슴을 치었다고...원래는 그 사슴을 가장자리로 치웠어야 하는 거라네요...

공항에서 돌아오면서 봤더니 치워져 있더라구요...

 

집에 돌아와서는...

피곤하기도 하고...기분도 별로고...생각하기도 귀찮고...그래서 잠을 잤죠...

그리고 좀 전에 일어나고...

그리고 전화걸려고 시도하고...

다시 걸어봐야겠죠?

에고...

편안해야할 휴일에, 한건 거하게 신고식을 합니다...^^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 기다리며 아이들이랑 쥬스와 커피를 마셨는데요...

둘째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미안하대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우리집 생활이 너무 밍숭밍숭(?^^)해서, '좀 흥미로운 일 없나...'했었다는거예요...

그랬더니 떠나는 날, 얘깃거리를 만들어줬다나요...ㅎㅎㅎ~

 

그런데...미정이 둘째...녀석 대단하던데요...

웬만해서는 당황하지 않는 제가 좀 흔들려 보였는지, 굉장히 어른스러워지는 거예요...

집으로 다시 올라간 것도...차를 바꿔 탄 것도...사슴 치었다고 전화건 것도 모두 둘째 말대로 한 것이거든요...

비행기 놓칠까봐 서두르는 저에게 다음 비행기 타면 된다고 저를 오히려 다독이더라구요...결국 출발 40분 전에 도착해서 놓치긴 했지만...^^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미정이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냥 넋 놓고 있고...

이 참에, 집이나 한번 뒤집어 볼까요? 대청소~

씩씩하게 일하다 보면 놀랬던 맘이, 그래서 멍청해진 맘이 얼떨결에 제정신 차리지 않을까요?ㅎ~

 

역시...마법이다...ㅎ~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머리도 맑아지고...기분도 한결 나아지고...^^

배도 고파지네요...ㅎㅎㅎ~

 

남은 휴일...

저처럼 얘깃거리 만들지 마시구요...편안하게 지내세요~^^

 

행복한 휴일 되시구요~*^_^*

 

사랑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