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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서비스산업만큼 모호한 산업도 없다. 농사 짓고 고기 잡는 1차 산업, 물건을 만드는 2차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물건을 직접 만들지 않지만 많게는 한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한다. 지난 5월 정부가 ‘고부가 서비스산업 육성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글로벌 헬스케어,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금융, 콘텐트 소프트웨어, 국제회의·행사 융합 관광 등 5개 분야에 2013년까지 5조5000억원이 투자된다. 하지만 프랑스의 서비스산업 전문가인 에르베 마트 ESSEC(고등경제상업학교) 석좌교수는 이런 전략에 의문을 제기한다. “목표도 방식도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고려대 기업경영원, 서울대 EU센터 주최로 오는 15일 고려대 LG-포스코 경영관에서 열리는 ‘서비스혁신포럼’에서 강연하는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한국 정부가 선정한 분야가 잘못됐다는 얘긴가.
“그렇진 않다. 모두 중요하고 핵심적인 서비스산업 분야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수용이란 생각이 든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수준을 높이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해외 진출 가능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이나 의료 부문을 보자. 어느 분야보다 언어와 문화, 관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라마다 제도가 제각각이고, 규제도 강하다. 외국 기업의 진출이 가장 어려운 분야다. 겉보기에 우아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치우친 것도 문제다. 융합관광이나 녹색금융, 소프트웨어가 그렇다. 컨벤션만 해도 세계적으로 수십 개 도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 않나. 서비스업은 놀랄 만큼 다양하다. 새로 만들어지는 분야도 많다. 늦게 출발하는 입장에선 이런 분야를 찾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교육·의료 분야에서 시장이 맡는 몫을 키우려고 한다.
“교육·의료는 공적 성격이 강하다. 수익성이란 잣대 못지않게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의료산업을 보면 영리법인 허용 등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식 모델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이미 전면적인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나. 공적 보험이 취약하다 보니 구급차 한 번 부르면 몇 백 달러씩 들어간다. 돈 있는 사람에겐 편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겐 그렇지 않다. 복지의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중산층이 줄어드는 한국 현실에선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교육 분야는 어떤가.
“한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재 가장 성장세가 빠르고 수익성이 높은 산업인 사교육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쟁’을 선포했다. 사교육의 기반은 성적 향상과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이 중시되는 서구식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좋은 방향이지만 사교육 위축이 내수를 침체시킬 수 있다. 이를 대체할 만한 분야를 제시하지 못하면 추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마트 교수는 ESSEC의 서비스 혁신 및 전략센터(ISIS)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1907년 베르사유 상공인과 가톨릭 재단의 주도로 설립된 이 학교는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사범학교(ENS), 에콜폴리테크니크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학원 중심 대학(그랑제콜)이다. 학사 4년, 석사 2년인 한국과 달리 2년의 예비과정과 4년의 본과정을 마치면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준다. 1년짜리 럭셔리 브랜드매니지먼트 MBA와 호텔 MBA 과정을 운영하는 등 서비스산업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서비스 기업은 어떤 게 있나.
“바클레이즈, 소시에테제네럴, 도이체방크 등의 금융회사와 보다폰·오렌지 등의 통신회사가 있다. 아코그룹은 소피텔과 노보텔, IBIS 등을 운영하는 세계 1위 호텔 기업이다. 국제특송 분야의 DHL과 TNT, 레저 분야의 클럽메드도 잘 알려져 있다. 특이한 업종에서 세계 1위 기업도 많다. 위탁급식업을 하는 소덱소(Sodexho), 폐수 처리 등 수자원 관리회사인 벨로리아워터(Veolia Water), 옥외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JC드코(Decaux), 구직 서비스 분야의 아데코(Adecco) 등이다.”
-경험이 짧은 한국이 이런 회사를 키워내는 게 무리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1966년 설립된 소덱소는 40년 만에 세계 1위가 됐다. 프랑스 마르세유 근처의 지방 도시에서 시작해 파리 등으로 영역을 넓힌 뒤 미국·영국 등의 업체를 인수하며 고속 성장을 해왔다. 현재 매출이 120억 유로(약 21조4700억원), 직원 수는 40만 명에 이른다. 매출의 88%가 해외에서 나온다. 71년 시애틀에서 문을 연 스타벅스도 80년대에야 점포 수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고 96년 일본에 첫 해외 점포를 열었다. 세계적 브랜드가 된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서비스업에서 한국의 장점과 단점은.
“숙련된 노동력이 큰 자산이다. 교육 수준이 높아 직원 교육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현장에서 필요한 순발력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된 정보기술(IT)도 든든한 기반이다. 여러 매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속하게 취합되고 매장에 필요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굉장한 장점이다. 단점은 한 우물을 파는 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업종에서 성공하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다른 업종에 진입해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많다.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이 너무 강한 것도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자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호텔·위탁급식·경비업까지 하는 회사가 많은데 본업이 아니라서 그런지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호텔이 해외 진출을 시도한 적이 한두 번에 불과했다. 이런 환경에선 독립적인 서비스 전문 업체가 성장하기 쉽지 않다.”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적합한 분야는.
“서비스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밑천이다. 전통적인 분야에서 1위를 하는 서구 기업들의 연륜이 모두 다르지만 그 사회가 쌓아온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겪은 노령화와 공해 등을 풀 방법이 사회적 과제가 되다 보니 이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발달된 IT와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산업이지만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앞서 있다. 현재 온라인 게임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이 눈에 띄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정보와 금융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빨리 알아야 적절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점효과도 크다. 서비스산업을 키우려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시장 정보, 특히 소비자 관련 자료를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일부 민간업체가 이런 자료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값이 비싸다. 이런 업체를 지원해 값을 낮추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동통신회사나 카드회사 정보를 가공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도 뒷받침해줘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아이디어가 좋고 사업계획서가 탄탄하면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신용으로 빌려준다. 한국은 담보대출 관행이 너무 뿌리 깊다고 알고 있다. 신용으로 기껏 1000만~2000만원 빌려서 무얼 할 수 있겠나. 담보대출은 부동산·설비 등 유형자산이 있는 제조업을 키우는 데 적합한 방식이다.”
이 장면에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경험담이 떠올랐다. 회사를 차려 대출을 받으려 해도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회계장부를 꾸며보니 자산 항목에 연예인이 타고 다니는 밴 79대가 전부였다고 한다.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숱한 은행과 창업투자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받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가 서비스 혁신이다. 제조업과 뭐가 다른가.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다른 건 네 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사람을 통해 판매되다 보니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게 힘들다. 과정(프로세스)을 표준화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맥도날드의 업무 지침서는 3000페이지에 달한다. 컵에 밀크셰이크를 따라 뚜껑을 끼워 고객에게 주는 데 5~7초, 아이스크림을 기계에서 담는 데 8~20초 등으로 세밀하게 구분돼 있다. 이를 근거로 설비를 갖추고 매장을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재고를 갖기 힘들다. 한 번 팔리지 않으면 영원히 팔 수 없다.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제조업에 견줘 생산·물류·마케팅·인사·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훨씬 정교한 고도의 경영기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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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서비스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문가다. 혁신 전략과 서비스 경영, 공급 사슬 관리(SCM) 분야가 주전공이다. 파리정치학교를 나와 영국 크랜필드공대, 파리 제9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 ESSEC의 석좌교수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위스국립공과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를 했다. 『서비스산업의 혁신:전망과 전략(2008)』 『글로벌 서비스(1997)』 『제조업에서의 통합적 서비스 전략(199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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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의료문제는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내 생각과 일치한다. 캐나다에서도 의대 입학에 있어서 단순히 성적 못지않게 봉사활동 등 남을 도우려는 의지가 있는 가를 많이 본다. 그리고 국가 의료보험 체재에서 의사는 특히 고소득은 아니더라도 적정히 보수를 받고 사회적으로는 존경을 받는 직업으로 간다.
다른 서비스업 관련하여서도 우리에게 시사점이 많다. 지금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건설사업 보다는 유통, 무역, IT 서비스에 더 많은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 부족한 것은,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개개인이 창의적인 의견을 못내고, 정부나 교육기관도 새로운 서비스업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그리고 외국에 서비스업을 하기 위해 어학능력이 필요한데, 영어나 다른 제2외국어들에 대한 말하기 쓰기 위주의 실전적인 어학교육이 부족한 면도 문제가 된다.
그리고 서비스업에 대해 대기업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벤처기업이 틈새 시장을 만들면서 커가는 것을 찾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미 시장이 성숙되어 있지 아니하는 초기 상태에서 새로운 시장에 뛰어 드는 것에 주저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위 내용이 많은 것을 시사하지만 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지정학적 위치로 동북아 중간 국가로서 주위 국가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IT기반을 하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