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회

대학교육의 개혁

공석환 2009. 6. 10. 06:16

최근 조선일보에서 우리나라 명문대를 나와도 다국적회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온적이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용성 중앙대학 이사장이 미래에 필요한 학문 수요에 맞춰 전면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대학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대대적인 교육개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시대에서 대학은 여전히 '마차'를 가르친다. 대학이 등록금을 400만~500만원씩이나 받고도 학생이 사회에 나가 밥도 제대로 못 벌어먹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에 대해 학내 반발도 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장점이 교육에 대한 열성이면서도 가장 비용대비 효과가 비효율적인 부분도 교육이다. 그 정점에 대학이 있다.  1950년대에 농촌에서 소를 팔아서 대학을 보냈다 하여 우골탑이라고도 불리우고 지금도 부모들의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반면 대학교육을 받은 효과에 대해 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당연히 대학을 나와야 되고 아닐 경우 사회생활이나 심지어는 결혼을 하는 데에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나 그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였다.  박용성 이사장의 지적에 대해 대학교육를 회사 경영처럼 논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용기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를 보기 위해 다른 나라 특히 캐나다, 싱가포르, 미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졸업파티를 프롬이라고 그러는데  거창하다.  그 이유를 보면 고등학교 졸업만 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비율이 반 정도 되다 보니, 마지막 졸업을 축하하는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의 경우 한국학생들처럼 학교성적만 신경을 써서 제대로 받으면 원하는 대학교를 거의 진학할 수 있다. 그런데 토론토 대학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은 1학년 때 못 따라가서 탈락하는 학생이 다수 생긴다. 즉  자기 능력에 맞지 아니하는 대학교에 입학하였다가 따라가지를 못하고 중퇴하거나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학교에 전학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당연히 대학을 가야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도 자기가 공부에 뜻이 있어야 가는 것이고, 대학진학에 대해 특별히 부러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리고 여기 캐나다 영주권자 이상의 경우는 학비도 싸고 각종 장학금이 많아 학비는 크게 부담되지 아니한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아예 중3때 시험을 보아 일정 성적이 되는 학생만 대학을 가는 인문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기술과정의 고등학교 과정을 받는 다고 한다. 너무 엄격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대학진학을 막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강한 정책을 채택하기는 쉽지 아니할 것이다.

 

미국은 가장 다양한 형태의 대학이 존재한다. 우선 그 주의 주민에 대해서는 학비가 비교적 저렴하여 경제적인 부담이 덜 되는 주립대학들이 있다. 그러나 버클리. 미시간, 버지니아,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 비교적 교육과정에 대한 평판이 높은 학교들이 있다. 

 

버클리에서 첫해 물리학 조교를 하면서 학생들 숙제나 시험을 채점하면서 가르친 적이 있었다.  놀란 것이 학생들 수준 차이가 너무 난 것이다. 잘하는 학생들은 아주 우수하고 반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도 있다.  미국 주립대학은 그 주의 주민의 경우 비교적 입학은 쉬우나 수업을 못 따라가서 탈락하는 비율도 상당히 된다.

 

사립대학에는 우리가 잘 아는 아이비리그, MIT, 칼텍, 스탠포드 등의 명문대학도 있지만 반면에 입학도 쉽고 공부하기 쉬운 대학들도 다수 있다. 또 특이한 것은 대학원은 없이 학부만 있는데 소수의 학생을 가르치면서 교육 수준이 높은 대학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 2년제 대학으로 소위 컴뮤너티 칼리지라는 곳이 있다.  수업수준은 높지 아니하고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과목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성적이 우수할 경우 정규대학으로 전학도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 부모들도 대학생 자녀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된다. 사립학교들의 경우 학비도 비싸고 정부의 학자금 대출도 연수익이 1억이 넘는 중산층의 경우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자녀를 대학을 보내는 것이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중에 경제적 형편으로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도 높고 대학의 수가 많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사하다. 그러나 위 박용성 이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대학은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특징이 부족하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려는 직업훈련으로 대학을 가야 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 인문, 사회, 자연과학 교육이 당연히 필요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의 자녀로 하바드 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였는데 다시 하바드 법대에 합격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법대 입학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도 취직이 되어 법대입학을 미루고 헤지펀드에서 1년 근무를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이 헤지펀드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가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쪽에서는 지적인 호기심과 분석력이 있는 사람이면 인류학을 공부하여도 새로운 시각에서 헤지펀드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냉정하게 보아서 기초학문 교육은 소수가 필요한 것이지 너도 나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은 박용성 이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사회에 나와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 중 반 이상은 대학을 진학해야 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으면 당연히 대학을 가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학문에 대한 깊이를 가지거나 아니면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추어 주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대학이 우리나라에서 반이 안 된다.

 

이러한 비효율을 없에기 위해 대학 진학률을 줄이고 대학 졸업에 대한 일정 요건을 만들어 국가시험을 보게 하여 어렵게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을 30%정도 줄이고 졸업인원은 50%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4년제 대학교 역할을 할 역량이 안 되는 학교는 2년제 전문대학으로 전환하여 사회에서 취직할 능력을 갖추게 하는 직업학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모들 자녀들 대학교육시키느냐고 허리가 굽는다. 그런데  대학을 나온 백수로 부모에게 계속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문이나 사회에 적응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대학을 진학하여 졸업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이비 부머"의 고민과 도전  (0) 2010.06.01
섹시한 아인슈타인  (0) 2010.05.28
나의 기러기 아빠 경험  (0) 2010.05.26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제언  (0) 2009.03.01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  (0) 200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