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용방안에 대한 제언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진흥원에서

계간지로 "기술사업화 매거진" 10월지 특집 스페셜로

 "지식재산강국 실현전략"이 다루어집니다.

 

필자는 " 지식재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용방안에 대한 제언"라는 글로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지식재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용방안에 대한 제언

 

공석환 변호사(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학 생물물리학 박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교환교수)

 

최근 정부가 최대 5000억 규모의 특허펀드의 성격을 가진 '지식재산 관리회사'를 추진하는 것을 발표하였다. 외국에서 소위 '특허괴물'이라고 하여 특허기술을 직접 실용화하는 대신 특허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인털렉튜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와 같은 특허펀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급한 조치라고 본다. 국내외 대기업을 대리하여 특허소송과 라이센싱 및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직접 다년간 실무를 한  경험으로부터 향후 바람직한 설립 및 운영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여 본다.

 

특허펀드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특허권이 실제 산업계나 학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태를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허권과 원천기술과의 관련성에서 오해가 많다.   기능성 식품 등이 상품에서 특허권을 등록 받았다는 것을 선전문구로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특허권은 품질이나 기술의 고도성을  보증해 주지 아니한다. 다만 일정 특허요건을 만족할 경우 관련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뿐이다.

 

특허권의 요건 가운데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중요한 요건이다. 그러나 이용가능성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 이용하여야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출원된 특허기술이 산업상 이용되는 확률은 1%도 안된다. 대부분의 기술은 아이디어로 끝나고 현실에 이용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최근 특허괴물이 문제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특허는 출원 등록받았으나 실제 실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장롱특허'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에서 기술을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특허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사용되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타인의 특허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타인의 특허기술과 겹치는 것을 사전에 아는 경우 겹치는 기술을 피해가려고 노력하였을 것이다. 만약에 사전에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미리 특허권 실시협상에 들어 가게 된다.

 

특허펀드는 기업에서 실용화한 상품이 자신이 수집한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 특허권침해 소송으로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법원에 소송을 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당한 특허권 사용료를 청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은 특허기술을 직접 실용화하지 아니하고 특허권에 대한 사용대가를 통행료처럼 징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인 삼성, LG, 하이닉스가 이러한 특허권 침해 주장에 많이 시달려 왔다. 서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와는 상호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들의 공유를 협의하는 '크로스 라이센싱' 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적이 많다. 그러나 실제 제품을 제조하지 아니하고 특허권만의 효력을 주장하는 소위 '특허괴물'과의 특허권 실시료에 대한 협상은 어렵기 마련이다.

 

지금 '지식재산 관리회사'를 만들어서 특허권을 관리 운영하자는 것은 바로 이러한 동기에서 발상이 된 것이다. 당장 기업이 관심이 높지 아니하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는 특허를 국내에서 수집하여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우리나라 IT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최근에 퀄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막대한 과징금을 내리면서 특허에 대한 문제가 다시 대두된다. 퀄컴의 CDMA 특허기술은 단순 아이디어 특허는 아니고 상당한 원천기술을 가졌지만 통신사업의 특성상 실제 사업화할 주체가 나타나지 아니하면 사장될 수도 있는 기술이었다. 그것을 우리가 공동으로 상용화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  관련 원천특허에 관한 권리를 공유하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여 퀄컴이 특허권으로 횡포를 부린 경우이다.

 

반면에 LG전자가 미국 제니스(Zenith)사를 인수하였을 때는 주로 브랜드를 이용한 마키팅 목적이 주로 되었지만 지금은 마키팅 보다는 제니스가 보유한 디지털 TV의 원천특허기술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원천 특허기술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IT분야에서 특허괴물의 횡포가 대두되지만 멀리 보아서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특허권의 확보가 문제된다. 최근 우리정부가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흐름에서 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린에너지 사업에 후발주자로서 원천 특허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그린에너지 분야에서도 향후 퀄컴의 경우처럼 재주는 우리가 피고 돈은 타인이 버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가 중동에 원자력 발전소 플랜트를 수출하려다가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원천 특허기술에 관련된 상당한 핵심분야를 넘겨 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지금 그린에너지 사업중, '스마트그리드', '탄소 포착 및 저장기술', '수소저장 및 전기차 관련 2차전지 기술', ‘태양광발전기술’, 바이오 에너지 중 '녹조를 이용하거나 짚(cellulose)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기술은 우리가 원천 특허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할 대상이다.

 

'녹조를 이용하거나 짚(cellulose)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기술이 일반에 익숙치 않아 추가 설명하면 지금 현재 사탕수수, 야자, 자트로파, 캐놀라 같은 식물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얻는 것은 기존 화석연료를 5-10% 이상 대체할 수 없다. 얻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조나 짚을 이용할 경우 지금 화석연료의 50% 이상의 대체도 가능하다고 보고 지금 미국 등 선진국에서 5-10년의 실용화 일정을 가지고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몇 달전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너무 추진하는 시기가 늦고 펀드 규모가 부족하다. 즉 발표된 내용을 보면 내년에는 200억원 정도를 시작하는 소위 '시드모니'로 사용하고 2011년에 민관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5년 내에 최대 5000억원 펀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IT분야 뿐 아니라 그린에너지 분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렇게 신중하게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대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다.

 

필자가 미국의 다양한 펀드를  접촉하여 본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특허펀드는 미국달라로 5억불은 가지고 시작해야 최소한의 대외적인 신뢰를 줄 수 있다. 액수가 더 크면 좋겠지만 시행을 해 보면서 더 확장하여 5년 이후로는 10억불정도까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지금 미국의 대표적인 특허펀드인 인털렉튜얼 벤처스는 50억불 정도의 규모인 것을 참조하여야 한다.

 

결국 5억불의 규모라도 인털렉튜얼 벤처스의 10분의 1규모밖에 되지 아니한다.  지금 인털렉튜얼 벤쳐스의 운영에 있어 수집된 특허중 실제 가치가 있어 라이센싱 협상이 되는 확률에 대해서는 대외비로 밝히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가 1/10규모로 더구나 후발주자로 시작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서는  수집하는 특허에 대해 더 선별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허 출원 및 관리비용도 절약할 필요가 있다. 

 

다만 5억불이면 지금 우리나라 돈으로 6000억 정도인데 그 돈을 회사가 설립할 때 다 출연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는 초기 출자자가 펀드에 대한 출연을 분할로 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화되어 있다.  실제로 펀드를 운영할 때 초기에 돈이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운영과정에서 점차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지식재산 관리회사'를 설립한다는 생각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지만 실제 업계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 일정과 규모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후반기에는 설립을 하여 운용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펀드의 초기 규모를 6000억으로 하고 1차년도에 1000억, 2차년 2000억, 3차년도에 3000억을 모으는 것을 처음부터 예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3년간 운영한 결과를 보고 성과에 대한 검증을 하고 나서 결과가 처음 계획된 것에 일정수준 충족한 경우 추가적으로 6000억정도를 다시 2-년간에 거쳐 확장하여 5년후에는 10억불 펀드로 운영하는 것을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초기 5억불 펀드, 그리고 중간 확장하여 10억펀드로 예정하는 것이 대외적 신용도나 내부적인 운용계획을 수립하는 데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에서 30%정도 출연하고, 나머지 금액을 우선 위 기술분야에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삼성, LG, 한전, 현대차, 포스코, SK, 현대중공업 등이 주축이 되고 다른 그린에너지 분야에 관심있는 대기업에도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GS, 두산, , 효성, 한화, LS 등이 그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천 특허기술은 직접 취득하려고 나설 것이다. 다만 대기업이 직접 나서면 상대방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어 협상조건이 어려울 경우는 이러한 '특허펀드'를 대리인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이 특허펀드에 참여한 것을 참고할 만하다.

 

특허 분야는 IT가 40%, 그린에너지가 60%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IT분야는 인털렉튜얼벤처스가 상당 특허를 선점하고 있는 데 장래 기술동향을 고려하여 꼭 필요한 분야를 다시 선별 수집하여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린에너지분야에서 우리가 원천 특허기술이 약하므로 지금이라도   원천 특허기술 및 잠재적 특허기술 확보에 더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의 발표내용은 불확실하지만 주로 국내에서의 특허 수집만을 주로 본 것 같다. 그러나 진정으로 특허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50%, 해외에서 50%가 바람직하다. 지금 특허검색은 전세계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 해외과학자 등 여러 경로를 이용하여 해외에서 유망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운영방안의 예를 들면 특허권을 출원하거나 등록을 한 학교 등 연구소 또는 개인에게 일부 금액을 선금으로 지급하고 특허권에 대한 50%권리와 향후 관리에 대한 위임을 받는다.  향후 관리하고 있는 특허를 외부 라이센싱하거나 사업화하여 원 소유자와 다시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반반 나누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초기기업 인큐베이션과 장롱특허 수집을 하는 저장소 양자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인털렉튜얼벤처스는 직접 사업화하는 데에는 거의 손을 못 대고 라이센싱에만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 ‘모기를 잡는 레이저 기술’ 등 일부 실용화를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언론에 보도 자료로 내고 있지만 그 내용이 실용화하고는 아직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지식재산관리회사가 진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부 라이센싱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출자한 대기업과 외부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과 협력하여 일부 유망한 특허기술에 대해 직접 실용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특허펀드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다른 분야의 전문인력이 내부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여야 한다.

 

우선 특허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당해 기술분야의 기술지도(Patent Map)를 작성하여 특허권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을 할 인력이  필요하다. 이 일에 대해서는 특허청에서 일부 도움을 받거나 외부 특허사무소에 외주를 주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밀을 요하거나 기동성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여 내부 인력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허 취득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하여 당해 산업동향에 대한 정보도 참고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출자를 하는 주주기업에서 제공할 수도 있으나 일부 정보를 직접 수집하여 판단 분석할 인력이 펀드 내부에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허취득과 향후 특허의 라이센싱이나 사업화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 특허펀드 운용에서는 마지막 협상능력을 할 인력의 전문성이 대외적인 신뢰를 주기 위하여 중요하다.

 

정리하면 '지식재산 관리회사'의 설립방안이 제시된 것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방안이 실제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과거 민관합작회사에 있어 경영진이 관이나 정치권에서 낙하산식으로 파견이 되어 실제 운용업무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핀란드처럼 차라리 인털렉튜얼 벤처스에 투자하고 그 대신 투자운용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수집된 특허 정보를 받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털렉튜얼벤처스의 운용상황을 보면  IT분야에 주력하면서 일부 의료기기(Medical Device) 사업 쪽에 특허수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에너지 분야는 아직 본격적으로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가 그린에너지나 IT분야의 향후  유망한  분야를 선점하여 특허수집에서 잘 선별하여 관리할 경우에는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관리회사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하여 민관이 심도있게 협의하여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