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내용은 조선일보 토론마당에서 '서재영'님이 쓰신 글을 옮긴 것입니다. 사대강 사업 문제점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산과 이명박을 비교하는 것이 과장되어 보인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4대강은 우리 민족의 젖줄로 그 것을 콘크리트로 엉망으로 파괴할 경우 그 결과는 과거의 폭군의 짓보다 더 나쁜 역사적 오명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어떻게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다른 정치인들과 야합하여 국내 건설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치권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여 국민이 직접 그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서는 일이 다시 생기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그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여야의 양식있는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 역사라는 큰 관점을 보고 지금 정부에서 제출한 4대강 관련 예산안을 부결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조선의 연산군은 우리 역사의 대표적 폭군이다. 무오, 갑자사화를 일으켜 수많은 사림의 목숨을 앗았고, 한글의 사용을 금지하였으며, 홍문관과 사간원을 없애 학문을 위축 시키고 언로를 봉쇄하였다. 사대부가의 여인들과 강제로 음행을 일삼아 유교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였다. 이보다 더한 폭군이 있다면 김일성 부자를 꼽아야 할 것이다. 6.25 전쟁으로 수십만의 생명을 희생한 것으로 모자라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수백만의 아사자를 만든 그들은 우리 역사 최악의 지배자이다.
연산과 김일성 부자. 그 중간쯤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하려 하고 있다. 4대강사업의 강행을 통해서. 22일 대통령이 영산강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 참석하여 사업의 당위성과 강행을 천명하였다. 이 자리에는 박광태 광주 시장과 박준영 전남 지사도 참석하여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고 주민의 환영 의사를 밝혀 식장을 밝은 분위기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이제 국민들은 무기력한 야당과 침묵하는 박근혜, 언론의 방관 속에서 대통령이 연출하는 한 편의 사기극 속으로 속절 없이 빠져 들어 가고 있다. 애초에 4대강 사업이라는 명칭 자체가 국민을 속이는 기만이다. 보의 수를 보자. 영산강 2 개, 한강과 금강 각 3 개, 도합 8 개이다. 그런데 낙동강에만 8 개(구담보를 포함하면 9 개)의 보가 만들어 진다. 예산의 태반도 낙동강에 집중 되어 있다. 이는 사업의 목표가 낙동강에 배를 다니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한강과 금강, 영산강 살리기를 앞에 내세워 낙동강을 죽이려 하고 있음이다. 이는 교활한 끼워 팔기이자 비겁한 양두구육이며 경상도민을 속이는 행위이다. 내가 사기극이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사업의 졸속성이다. 아파트 한 단지를 짓는 데도 사업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에 1년 가까이 걸린다. 안 팔려서 돈이 묶이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토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거대한 사업을 6 개월 정도의 계획 입안으로 3년만에 완공하려 하고 있다. 이같이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을 벌이는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사적 영웅인가? 아니면 국민을 기만하는 통치자인가?
세 번째는 과학과 객관의 실종이다. 진정으로 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그 접근 방식이 귀납적이어야 한다. 먼저 오염의 실태와 홍수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며 이 일에만 수 개월이 걸려야 마땅하다. 그 다음 가능한 대안을 몇 개 만들어 비교검토한 후에 최적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목 분야뿐만 아니라, 수질 전문가, 지질학자, 농업 관계자, 재해 전문가, 문화유적 전문가, 환경학계 등, 다방면의 학자들로부터 광범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런 연후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보가 만들어 진 이후를 가상한 시물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최후에는 가장 돈을 적게 들이는 공법을 연구 적용하여야 한다.
정부의 안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다만 대통령의 의중(대운하를 전제한 것으로 여겨 지는)에 가장 충실한 계획을 세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객관적 검토와 과학적 분석이 실종된 것이며 대통령의 머리 속 생각을 구체화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국토를 한 사람의 생각에 의지하여 멋대로 뜯어 고치는 것이 과연 강을 살리는 일일 수 있을까?
수질 개선에 대한 정부의 답변 역시 과학적이라 보기 힘들다. 전문가에 따르면 9 개의 보가 만들어 진 후 낙동강은 유속이 10 배로 느려진다고 한다. 고인 물은 썪는 법. 수질의 악화를 걱정하는 게 상식이자 과학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강변은 맑은 물은 유속이 느려져도 썪지 않으며, 보 안에 가둔 물을 스크류로 강제 순환 시키고 썪기 전에 하류로 흘려 보낸다는 것이다. 몇 년간은 그럴 수 있다. 정부의 말이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염의 근본 원인을 방치한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 진다.
인간이 강의 흐름에 작위적 행위를 하기 전에는 강은 오염된 적이 없다. 토사가 쌓이면 홍수가 이를 제거하여 본래의 흐름을 유지하였고 현대문명이 들어서기 전까지 강은 그렇게 흘러 왔다. 강에다 둑을 쌓고 댐을 만들고 흐름을 바꾸고 하는 행위가 강을 오염 시키는 일차적 이유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인간의 생명과 농업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삶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이다. 수백만의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 하수, 축산농가의 오폐물, 중금속을 흘러 보내는 공장들, 신도시 건설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토사, 이런 것이 강을 병 들게 하는 원인이다. 자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낙동강에 보를 아홉 개 만들면 이런 오염원이 자연적으로 치유 될까? 바보가 아니면 답을 할 필요가 없는 물음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의 건설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강을 살린다고 강변한다. 이렇게 말하는 정부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나 바보 영구가 아닐 수 없다.
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산업문명이 쌓아놓은 토사와 오염물질을 긁어내고 중상류의 오염원에 대한 정비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보를 만들어 물을 많게만 하면 강이 살아난다는 것은 과학도 객관도 아닐 뿐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궤변이다. 정부의 목적이 강 살리기가 아닌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주고 있음이다.
연산은 기껏해야 양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음으로써 만고에 다시 없는 폭군으로 기록 되고 있다. 한 사람의 영웅 심리와 아집에서 출발하여 현대사에 다시 없는 졸속으로 추진 되는 4대강 사업(내용인즉 낙동강 죽이기이자 대운하의 전초)은 그 폐해가 연산의 그것에 비길 바가 아니다. 침묵하는 박근혜, 민주 타령이나 하는 야당, 오불관언의 언론,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누가 있어 오늘의 이 재앙을 그치게 할 것인가? 국민과 국토와 역사는 지금 깊디 깊은 중병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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