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헌법재판소에서 5:4라는 근소한 차이로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조대현 헌법재판관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도 내 놓은 바가 있다.
주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쪽은 사형제의 합헌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진보적인 인사들 중에 사형제를 합헌이라고 한 결정에 대해 실망한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영국대사관에서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대해 실망한다는 외교적인 의견을 전달하여 남의 나라의 주권을 무시하는 외교적 결례라는 사태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부산에서 일어나 여중생을 잔인하게 강간 살인한 범죄에 대해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유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피의자인 김길태에 대해 사형이 내려져야 한다는 분노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형제도를 위헌이라는 의견은 이론적으로는 오심의 가능성에 사형이 집행된 사람에 대해 회복불가능성, 국가라 하더라도 사형이라는 형을 내리는 것은 국가권력의 남용설, 그리고 사형이라는 제도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안되다는 등을 근거로 한다.
반면 사형제도를 헌법제도에 합치한다는 의견은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는 사형을 내리는 것이 인과응보로서 법의 정의 개념에 일치한다는 의견, 사형이라는 제도가 중범죄의 예방효과가 있다는 의견 등이다.
일종의 중간설로 사형제도가 위헌은 아니지만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를 고려하여 입법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나는 최소한 우리나라 법원의 실무를 고려하면 사형제도를 존치하는데에 찬성한다. 우선 우리나라 형법상으로는 사형제도가 남아 있는 범죄가 극히 적고 법원에서도 사형을 내릴 경우는 고의적이면서도 정상 참작이 없는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의 경우에 한정하여 사형을 선고하고 살인의 경우에도 우발적인 경우는 징역형을 내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 실무상 오심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본인이 자백하고 자백한 내용과 일치한 물증이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미국의 배심과 같이 오심으로 사형이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법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법의 기능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력구제 즉 일반인이 법집행을 직접 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나온 영화 중에 흑인소녀의 강간살인범이 무죄로 방면되자 그 아버지가 직접 범인을 살해하는 것이 있었다. 사뮤엘 잭슨이라는 흑인 배우가 주연한 “A Time to Kill( ‘살인이 정당화 되는 시간’ 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라는 약 14년전 영화인데 보고 나서 직접 정의를 실현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만약 중한 범인이 잡혀도 위처럼 무죄가 되거나 유죄를 받더라도 10여년 이하의 경한 형만 받고 풀려날 수 있을 경우 개인이 직접 정의의 집행에 나서고 싶은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 사태처럼 미성년자인 내 딸이 잔인하게 강간살인 당하였을 경우 직접 범인을 내 손으로 잡아 처형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법의 집행에 있어 사형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입법적으로 사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거나 최근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형을 폐지하는 추세를 감안하여 사형수에 대한 집행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나는 비겁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사형을 국가의 살인으로 보는 진보적인 견해는 주로 유럽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많은 주는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다. 유럽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것은 유럽의 역사적 배경을 보아야 한다. 왕정을 폐기하고 인민이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고자 한 프랑스 혁명과정에서 수천명이 단두대(길로띤)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당하였다. 그 중에는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 등 왕당파 뿐 아니라 혁명세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처형하는 데 앞장섰던 로베스 삐에르도 포함되어 있다.
위 사진에 나오는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서 단두대에 의한 처형이 이루어 졌다. 즉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가” 라는 말이 귀안에서 들려 온다. 내가 위 장소를 작년 8월에 가서 사진을 찍었을 때 과거의 잔인한 역사는 평화로운 풍경속에서 사전에 그러한 지식을 가지고 생각하지 아니하는 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유럽은 제1,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인간적인 처참한 전쟁을 겪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호속 또는 독가스 그리고 심지어는 생체 실험의 희생이 되었다. 사실 전쟁이라는 것이 국가의 합법적인 살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유로연합으로 통합하는 취지는 경제적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의미도 있지만 다시는 유럽 내에서 비참한 전쟁이 일어나지 아니 하도록 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즉 유럽에서 사형제도를 국가의 제도적인 살인이라고 보고 폐지한 것은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반성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을 겪고 과거 조선시대에 반역자의 경우 효수하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문 앞에 걸어 놓은 비인간적인 처사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꼭 유럽과 동조하여 사형제도를 국가의 살인이라고 해야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하여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자신의 목숨에 대한 미련으로 사형이 중하다고 항소를 한 강호순 등의 예를 보더라도 꺼꾸로 보면 그러한 인륜에 어긋나는 중범죄인들은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한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주권국가인데 일부 유럽국가들을 의식하여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을 미루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정치범이 아닌 강간, 강도 또는 연쇄 살인범으로서 사회에서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인에 한하여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 범행에 대해 전혀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물증이 있는 경우에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의의 개념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를 역사적인 배경으로 폐지한 유럽국가들의 눈치를 볼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주권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사형제도를 유지하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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