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회

지하철 성추행에 대한 의견

공석환 2011. 4. 26. 03:54

 

대한민국은 아직 여자가 겪는 불이익이 많다. 남자가 대를 이은 다는 남아선호에서 어려서부터 차별을 하는 집이 과거 보다는 줄었어도 아직 상당수 남아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취직에서 남 모르게 차별받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육아휴가를 받고 휴직을 하였더니 근무평점이 나빠져서 사직을 강요당하였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직장에서의 성희롱도 자주 일어난다. 남자 위주의 사회에서 회식 등에서 원하지 아니하는 신체적 접촉이나 노골적으로 상사가 원하지 아니하는 사적 만남을 강요하는 경우도 생겨 난다. 단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출생률의 저하로 인력이 모자랄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청년실업"이라는 표현도 관용적으로  쓰지만 남자들만의 실업율을 따지고 여자들은 시집가서 살림하면 된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용어일 수도 있다.

 

지하철이나 사람이 혼잡한 곳 또는 심야 고속버스 등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가운데 성추행이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 전용칸을 부활하는 문제도 검토되었다가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고 간다는 이유 등으로 철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혼잡한 시간에 한정하여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여성 전용칸 부활에 찬성한다.

 

 

실제  혼잡을 이용하여 악질적으로 여성들을 괴롭히는 성범죄자들이 많다. 자신의 성추행 경험을 뻔뻔스럽게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저항이 없을 경우 계속하거나 성추행 사실을  걸렸을 경우에도 단순사과로 넘어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에 우연한 접촉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나도 수년전에 한국에서 서류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서서 타고 가는데 가방을 든 손등이 우연히  비슷한 높이의 다른 여성 엉덩이에 닿은 적이 있었다. 그 쪽에서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볼 때 무엇이라 해명하지 아니하였다.  다행히 상대방이 내가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노골적인 접촉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최근 서울의 고등법원 판사가 지하철을 타다가 성추행 혐의로 입건되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후 당사자와 합의를 하고 사직을 한 적이 있다. 참고로 성범죄는 친고죄로 당사자하고 합의가 되면 기소권없이 종결된다. 다만  법관의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다 하여 징계받지 아니하고 변호사 개업이 가능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도 많았다.  현직 법관으로서 성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비록 형사사건이 마무리 되더라도 법관을  사직한 후 변호사를 하는 것이 정의에 맞지 아니하다는 것이다.

 

그 사건에 대한 실체을 알 수 없어 내 의견을 유보하였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장본인이 법원 선후배 들에게 공개적으로 보낸 이메일을 입수하게 되었다. 그 진술된 사항에 따라 이 사건의 경위를 짐작하여 보면 1. 성추행 의사없이 우연히 접촉이 되었거나 아니면 2. 우연한 접촉이라도 본인이 사실상 성추행이 성립되었다고 반성을 하고 상대방과 원만히 합의하려던  사건으로 보인다.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래 진술 내용으로 보면 1.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2번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도적인 성추행범으로 생각이 들지 아니한다. 후자의 경우에도  한번의 작은 실수로 한 사람을 영원히  매장하기 보다는  용서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그 장본인이  사회에 나가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 최근 국회에서 법조개혁논의  과정에서 법관을 퇴직하고 형사사건에서 예우를 받는 경우가 문제되는데 그런 부정한 대우를 기대하지 아니하고 떳떳히 사회에서 일할 것을 기대한다.

 

 

다만 상습적이고 의도적인 지하철 성추행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복 경찰들을 지하철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추행 사실이 나타났을 경우에 그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증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찮더라도 그 자리에서 용서를 하고 넘어가지 말고  일단 지하철 수사대에 신고하여 입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에 그러한 성추행 사건 전과가 있는 경우는 구속이 될 수 있고 초범인 경우에 합의를 하더라도 일단 경찰서에 수사기록이 남아 사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아니할 심리적인 예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한 조치로 지하철 성추행범을 근절하는 것이  여성의 권익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unday, April 24, 2011 7:41 PM
To: Subject:
감히
인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선, 후배, 동료 법관님들께 올립니다.

 

법원생활에서 인연을 맺은 저를 아껴주시고 배려해주시고 이해해주신 분들에게 만이라도 아무런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떠나면 안 될 것 같아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라도 사직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조직도를 열어 기억나는 분들을 클릭하다 보니, 정작 인사드려야 할 분에게 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제 넋두리를 풀어놓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잘 보담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저에게 쏟아주신 그 많은 가르침과 애정을 뒤로 하고, 저는 금요일 아침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사직서가 수리되었습니다.

엎어진 물을 조금이라도 빨리 닦아내어 주위로 흐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에, 하루 종일 서둘러 다녔습니다. 금요일 하루 동안 택시를 몇 번이나 탔는지 셀 수 없지만, 오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후에 피해자측과 만나 합의를 끝내고 나니 나름대로 제가 제 힘으로 닦아낼 수 수 있는 것은 모두 닦았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신문과 방송을 보지도 듣지도 않았지만, 주위에서 말씀해주시는 것을 조금 들어보니 제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제 조급한 처신이 제가 몸담았던 법원과 주변 분들에게 더한 피해를 입힌 것 같아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직서 제출을 결심하게 된 것은, 목요일 늦은 밤 공보관으로부터 신문기자가 사건 확인을 요청하였다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하나하나 조합을 맞춘 듯 엮어졌습니다. 로또에 당첨되는 시나리오가 이렇게만 흘러갈 수 있다면 벌써 억만장자가 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해볼 정도로 최악에서 최악의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목요일 출근길에 경찰관으로부터 추궁을 받았을 때, 제가 가지고 있는 판관의 기준에서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애초부터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인하였고, 제가 제 앞에 서 있었던 분 진술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제 앞에 서 있었던 여자분이 그 옆에 서 있던 여자경찰의 확인에 추행을 당하였다고(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고 하니, 다른 어떠한 사정도 구차한 변명이 될 수밖에 없고, 일단 빨리 용서를 구하고 사건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정은 알지도 못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법을 아는 제 양식과 기준 하에서는 모든 것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빨리 그 여자분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하여 경찰 협조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직업도 공개하였지만, 결국 약속되었던 경찰 협조(피해자에게 연락하여 합의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를 얻기도 전에 그날 늦은 밤 중앙일보 신문기자가 사실확인을 요청하였다는 공보관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한 숨도 못자고 있는 저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제 와이프에게, 아무래도 오빠가 이제 법원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한참동안 와이프의 깊고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다행히 금요일엔 비가 내렸습니다. 아마 날씨가 좋았더라면 저는 햇빛에 나설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일 출근길에 처음으로 차를 운전하여 가면서 부장님께 사실을 알리고, 인사실에 사직서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수용하겠으니 연락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부장님께서 저에게 너무도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셨지만, 오전에 행정처 호출을 받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엎질러진 물을 빨리 닦아야 하기도 하였지만, 이제 제가 법대에 앉더라도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된 마당에 더 이상 법관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론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러한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서야 경찰이 피해자측과 만남을 주선해주어 피해자측과 만나 원만히 합의하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조급함과 독단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은, 어쩌면 그렇게 너 생각대로, 너 마음대로 일을 그 따위로 처리하느냐며 참 모든 것이 너답다고 나무라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일이 제가 자초한 것이라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고,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제 오장육부를 휩쓸고 간 광풍 속에서도 저는 여전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지만, 저로 인하여 법원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되었고, 그리고 소중한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평생 지고 갈 업보를 달게 지겠습니다. 제 불미스러운 처신과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합니다.

 

잔무를 처리하고 짐정리를 하며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법원 메일을 열어보다가 이렇게라도 사직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러한 인사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망설이기도 하였지만 이 또한 제가 가진 조급함과 독단의 산물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악몽이기를 바라던 제 기대는 이제 사라졌습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 판사일 만큼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허황된 자부심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었지만, 이제는 그 마음도 뼛가루를 강에 뿌리듯 봄바람에 날려 보냈습니다.

이렇게라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기고, 주변을 소중히 돌보며,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지금 제 옆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애정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과분한 대접을 받았고, 지금도 과분한 애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아껴주시고 가르쳐주신 부장님들, 항상 어디서건 마음을 나누어 주셨던 동료판사님들

저에 대한 실망감과 안타까움일랑 이 메일과 함께 깨끗이 지워주셨으면 합니다.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더 건강하고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런 메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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