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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면’ 언급 신중해야

공석환 2009. 7. 28. 04:20

[사설] 대통령의 ‘사면’ 언급 신중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대담에서 150만 명 규모의 대규모 8·15 특별사면 계획을 밝혔다. 농민·어민·자영업자 등 서민이 대상이 되는 ‘생계형 사면’이며 특히 ‘생계형 운전’을 하다 운전면허가 정지된 이들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에서는 음주운전 초범자도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수백만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특사를 종종 단행해 왔다. 자신의 취임 기념일이나 국경일을 맞아 대부분 서민 계층이 혜택을 보는 특사를 시행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국민의 화합적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대규모 특사는 김영삼 1회, 김대중 2회, 노무현 1회 있었다. 이 정권 들어서는 지난해 취임 100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교통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의 위반자 중에는 다수가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특사는 이들의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운전면허 취소 같은 제재가 적잖은 제약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사는 본질적으로 차별적 조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가 법규를 지키느라 애를 쓰는데 법규를 어긴 사람을 주기적으로 사면해 주면 형평에 맞지 않다. 그리고 “제재를 받아도 얼마 안 있어 사면될 것”이라는 풍조가 생기면 준법의식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사면권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신중하고 엄격하게 행사돼야 한다. 더군다나 대통령은 최고 행정책임자다. 그의 1차적 의무는 사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런 대통령이 나서서 사면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건 공동체의 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친(親)서민적인 정책에 애쓰고 있다는 걸 홍보하고 싶겠으나 ‘친서민’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법과 질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생계형’이라는 표현도 신중히 사용돼야 한다. 생계형과 비(非)생계형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 ‘생계’라는 이유로 많은 것이 용인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있어서는 안 될 제도가 대통령의 사면제도이다. 우리나라는 법질서에 대한 존중도 약하고 법의 제재도 다른 국가에 비해 약하다.

그런데 과거에 대통령의 사면은 뇌물죄등을 받아 더 이상 우리 정치계에 복귀하지 아니하여야 할 정치인들을 다시 불러 들여 정치계를 오염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미국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금융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사면을 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사면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법질서를 흔들리게 한다.

민생범죄에 대한 사면도 많은 경우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리운전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어 음주운전을 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을 저지른 사람을 사면하는 것은 위 사설과 같이 공평에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시 음주운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서민에 다가가서 같이 하겠다는 뜻은 좋지만 이러한 사면을 남용하는 방법은 택할 일이 아니다. 자원이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한 아르헨티나가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페론의 정치 스타일로 나라의 기강도 무너지고 경제의 활력이 사라져 후진국가가 된 것을 상기해야 된다.

지금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면 그러한 것이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집에 자력이 없으면 교육의 기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서민의 꿈을 가로막는 일이다. 지금 정부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도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나서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음주운전의 사면은 한마디로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다. 정부가 법질서를 수호하면서도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책을 신중하게 선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