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와 실용주의를 내건데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소위 보수진영에서는 이대통령이 '이무현'이 될 수 있다고 소위 '변절'의 의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보진영에서는 중도라는 개념이 진보진영의 지지층을 빼았아가려는 술책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다시 사회통합을 위한 중도의 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위주로 정치적으로는 독재에 가까운 상황에서 공정한 부의 분배와 민주주의를 수립하려는 진보세력의 선두였다. 그러나 반면 지금 지역구도로 분할된 후진 정치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한 중도와 실용의 길을 보기 위해 우선 역사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 우파와 좌파의 대립의 개념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인류의 역사를 보면 소규모 부족국가에서 국가 단위의 경쟁체재로 바뀐 이후에는 절대권력자가 없던 적이 드물었다.
즉 그리스 시대에 시민들이 표를 행사하여 주권을 행사하던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다(그리스도 유산자로서 일부만 투표권을 행사하였고, 노예제도가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현대의 민주주의와 동일시할 것은 아니다). 로마시대의 공화정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18세기 이후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으로부터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여러 국가에서 절대권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시민혁명은 과학기술의 창의성을 높이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하여 가져오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왕정을 폐지하는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영국은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운동이 시민혁명의 시작으로 영국내에서도 의회주의가 확립되어 왕은 형식적인 국가원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독일의 경우 프러시아 비스마르크 수상 시절에 왕권은 그대로 존재하였어도 지주계급인 융커의 특권을 줄이고 일반 대중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보장법 등을 만드는 등 내부적인 혁신을 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 결과로 프러시아는 프랑스와의 보불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남독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독일 지역을 통일국가로 통합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18세기 이전까지는 경제적으로 세계 최대 강국이었다(역사경제학자들의 대다수 견해). 청나라 초기에서는 청조의 핵심인물인 만주족이 한족을 지배하기 위해 상당한 국정 개혁을 하려고 노력하였으나 후기에 들어서 왕들이 자신의 권력을 당연시하고 관료들도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다 보니 중국의 국력이 쇠하게된 것이다. 그 결과 아편전쟁에서 영국에게 무참히 패배하여 중국은 사실상 유럽 열강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은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것을 보고 내부혁신을 꾀하고 서구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는 명치유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중국을 누르고 최대 강국의 자리로 올라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패배 소식을 무시하고 내부 혁신을 등한시하다가 결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어 버린 것이다.
위의 역사적 개념을 보면 보수세력은 사회안정을 위해 현상유지를 선호하고 진보세력은 사회개조에 더 노력을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안정이 필요한 시대에는 보수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변화가 없으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개혁을 추구하는 온건한 진보 개혁세력은 항상 필요한 것이다.
다만 진보세력이라고 자신들이 표방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 진보세력은 아닌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지 아니하는 무리한 혁명 등 급진적인 방법을 내 세워서 법질서를 무시하여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일반 시민들에게 해를 끼칠 경우 그 것은 진보개혁세력이 아니고 무법 난동세력인 것이다.
가장 쉬운 예가 프랑스 혁명 때 반대파를 관용하지 아니하고 단두대에서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한 '로베스 피에르'같은 일당은 진보개혁세력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크메르 루즈 과격정권도 무법 난동세력의 좋은 예이다.
다시 우파와 좌파의 개념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혁명 후 온건노선을 걷던 지동드당이 의석의 우편에 앉고 급진적인 자코뱅당이 의석의 좌편에 앉게 되어 우파, 좌파라는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파와 보수를 동일시하고 좌파와 진보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파와 좌파는 경제적인 개념에 따라 정의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과거 절대왕권 시대에는 대부분의 경제력을 왕과 그 부근의 귀족 등 권력을 쥐는 집권층이 가져왔다. 그러나 시민혁명 후 과거의 많은 유산층이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력을 가진 세력이 산업자본, 금융자본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산업자본이 발달되면서 경제적 자유를 옹호하는 측을 우파, 경제적 격차에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배 정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려는 측을 좌파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좌파의 경우 온건한 사회주의로부터 무산계층의 혁명을 주장하는 과격한 공산주의의 여러 층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격한 공산주의만을 좌파로 생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단 나는 사회적 평등을 중시하면 좌파로 보는 것으로 취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좌파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여 무조건 색안경을 보기도 하나 옳지 아니하다고 생각한다. 온건한 사회주의의 의견도 참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영국과 독립전쟁을 통하여 경제적활동의 자유를 쟁취한 것이다. 즉 독립운동의 시발점은 보스턴 티파티라 하여 본국이 차에 대해 무리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반발할 것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남북전쟁도 외면적으로는 노예폐지 등 흑인의 인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남부에 있던 대 농장주들이 과거 유럽의 지주세력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자유를 주장한 북부의 산업자본과 충돌한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와서 특히 세계 2차대전 들어 와서는 전세계가 미국을 위시한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소련을 맹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대립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1950년대 좌익사상 즉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축출의 맥카시즘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사실상 공산주의가 소련, 동구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몰락하고, 유럽에서도 극단적인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정당들은 정권에서 물러나게 되어 얼핏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파가 좌파를 압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경제적 자유는 여러번 벽에 부딪힌다. 19세기에 철도, 정유회사 등 일부 산업자본의 독점이 문제되었고, 1930년대 대공황 및 최근에 일어난 금융위기는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중국에서의 공산주의의 행보는 상당히 유의하여 볼만 하다. 청조가 내부 개혁의 미비로 망한 후 들어선 국민당 정부가 장개석 총통 휘하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였다. 일본과의 전쟁중에도 국민당 정부와 공산당이 서로 싸우다가 나중에 국공합작으로 일본과 대항하다 일본과 종전후에 국민당 정부는 패배하여 대만으로 들어 간다.
국민당 정부가 미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국민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청조하에서 관료 지주들이 경제적 특권을 가지고 일반 국민들이 고생을 하였기 때문에 대다수 중국민은 사회적 변화를 원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당 정부가 사회적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중국 본토가 공산주의화 된 후 모택동 주석하에서 경제적으로 유산계급에 의한 무산계급의 수탈을 막는다는 이념적인 것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그 사회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는 아니었다. 문화혁명 등을 통해 지식인 들에 대한 탄압을 하는 사회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정체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등소평이 세계 역사상에 남을 만한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프랑스에 근로 유학도 하여보면서 서양을 직접 접하고 나서 중국 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공산주의 혁명에 참여하였다.
모택동 사후 집권을 한 후 하얀 고양이이든 검은 고양이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실용론을 폈다. 비록 경제산물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더라도 경제성장 없이는 중국의 수 많은 인구가 천재로 인한 흉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즉 중국민이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가지고 복지의 길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제 개방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지금 중국은 거의 시장경제로 들어서서 경제력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즉 중국은 공산주의라는 좌파로 시작하였으나 지금 진행되는 상황은 정치는 공산당에서 철권으로 잡고 있으나 경제 체재는 시장경제로 우파로 돌아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비슷한 체재를 지금 중국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은 보수우파정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직 공산주의 체재로 남아 있는 국가중 가장 공산주의 좌파개념을 제대로 실행하는 국가가 쿠바라고 생각한다. 경제뿐 아니라 의료, 교육의 기회도 평등한 사회이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절대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북한과 같이 지도층의 부패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쿠바도 세계경제에서 고립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 봉쇄가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경제적 봉쇄를 해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가 세계경제에 합류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즉 쿠바도 중도 실용이 필요한 것이다.
정리를 하면 보수나 진보, 그리고 우파나 좌파 다 지나치면 결국에는 국가경쟁력을 해치고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주게 된다. 즉 시대상황에 맞추어 어느정도 중도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실제 운용 과정이나 결과에서 가장 성공적인 중도 실용의 예가 위에서 이미 언급한 프러시아의 비스마르크 수상과 중국의 등소평이라고 생각한다.
비스마르크 수상은 보수, 우파에서 시작하였지만 기존 귀족의 특권을 줄이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여 사회주의자들의 준동을 막았다. 그리고 독일의 통일을 거의 완성한 것이다.
등소평은 공산당이 정치적인 권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를 과감히 도입하여 지금 미국을 위협할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게 하는 기초를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스마르크 수상의 정책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나라의 분열 상황, 남북의 대결구도, 그리고 지방색에 따르는 심각한 대립 상황을 극복하면서도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의 강대국 사이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우파적인 자유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사회보장적 제도의 보완을 하는 중도 실용의 길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중도, 실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우리나라 역사적 고찰과 함께 별도의 글로 다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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