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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아침에 워싱턴 포스트를 펼 때마다 속을 끓였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사만화가 톰 톨스의 만평에 단골로 등장했던 부시는 딕 체니 부통령의 등에 업힌 무뇌아 땅꼬마의 모습이었다. 톨스가 부시에게 비판의식을 넘어 사감(私感)을 가진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가혹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부시가 톨스나 워싱턴 포스트를 비난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부시는 저녁에 지상파 TV 뉴스를 틀었을 때도 심기가 불편할 때가 많았을 것이다. 피터 제닝스·댄 래더·톰 브로코 등 내로라하는 앵커들이 부시 행정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마다 매섭게 비판해댔기 때문이다.
특히 댄 래더는 2004년 부시가 두 번째 대선에 나섰을 때 부시가 군 복무 시절 업무를 게을리했음에도 휴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부시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을 뿐 래더를 직접 비난하는 건 삼갔다. 래더는 다른 언론사들의 취재 끝에 허위 문건에 바탕한 오보로 결론 나자 잘못을 시인하고 이듬해 앵커직을 자진사퇴했다. 그의 퇴진 배후에 백악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시는 TV 토크쇼나 영화를 봐도 기분이 나빴을 때가 많았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미국 연예계는 공화당 대통령인데도 보수 성향이 강했던 부시에게 유난히 날을 세웠다. 로버트 레드퍼드 등 유명 배우 100여 명이 부시에게 이라크전 자제를 촉구는 서한을 보냈고 일부는 반전 시위에 직접 나섰다. 미국 최고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유세장마다 동행하며 지원연설을 해 엄청난 표를 몰아줬다. 그럼에도 부시 정권 시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프로그램을 떠난 연예인은 없었다.
물론 부시도 재직 중에 언론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언론에 내놓은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은닉’부터 무책임한 거짓말이었다. 문서 한 장, 대화 한마디도 유출돼선 안 된다는 편집증적 비밀주의도 유례가 없었다. 그러나 신문사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전쟁을 선포하거나 TV 프로 진행자의 진퇴를 문제 삼는 일은 없었다. 언론과 문화는 일차적으로 공급자의 양식과 수요자(국민)의 평가를 통한 자정에 맡겨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오랜 상식이 부시에게도 체화돼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펴면서 지지율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제동씨에 이어 손석희씨까지 오랫동안 진행해 오던 프로그램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하차한 건 모처럼 정부에 마음을 연 국민의 고개를 다시 젓게 만들, 실망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선 “정황상 정권과 코드를 맞출 필요가 급했던 방송사 고위층이 자발적으로 행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민도는 그런 방송사 간부진이나 그들의 조치를 방조하는 정부보다 높아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웃음에는 좌우가 없는데 그걸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일 뿐”이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비판을 새겨들을 일이다.
강찬호 정치부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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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국내에서 보수, 진보, 그리고 지역에 따르는 분열이 심하여 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열린 토론 그리고 타협 서로간의 관용이다.
그런데 지금 방송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그러한 관용이 실천되지 아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내 견해만 옳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적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 보니 중앙일보 독자들의 다수의 생각이 닫혀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이러한 시론을 쓰는 기자분들의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