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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쌓인 두께의 무게가 유달리 무겁다는 느낌이다. 지난 100년을 돌이켜 볼 때도 늘 벅찬 감격과 감동의 뒷면에는 짙은 아쉬움이 우리의 마음을 눌러왔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과 박정희 대통령 서거 30주기를 맞는 이 아침에도 우리는 착잡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나라의 운명은 영웅적 혹은 비극적인 선각자나 지도자의 결단에 의하여 좌우될 때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건전한 국가체제만이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게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을 우리의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나라의 독립이 송두리째 무너져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영웅적 의거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독립운동에 불을 지펴 준 절세의 애국자이며 선각자였다. 그러나 안 의사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총탄이 침략의 괴수를 쓰러뜨린 지 불과 열 달 후,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세기 초 조선조의 노쇠하고 경직된 국가체제는 산업혁명과 제국주의시대가 초래한 국제정치의 폭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대응할 체제개혁은 엄두도 못 낸 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약육강식의 국제경쟁 속에서 개혁능력을 상실한 국가체제가 얼마나 큰 희생과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주권상실과 국토분단으로 이어진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는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가 몰고 오는 시대적 도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체제의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박정희 대통령은 철저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서양문물을 과감히 수용하고 국가체제의 포괄적 개혁을 통하여 제국주의 식민지쟁탈전에 뛰어들었던 군국주의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제물이 되어 버렸던 우리 민족의 비운을 그는 잊지 않았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이 주도한 근대화 노력은 바로 그러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남에게 먹히지 않는 나라, 남보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나름대로의 국가체제 개혁을 과감히 시도하였던 박 대통령의 근대화 실험은 적지 않은 희생을 수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국가발전 노력으로 널리 평가되고 있다. 다만 그의 국가개혁 계획에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면 그것은 경제발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정치적 출구전략의 부재였다. 이미 1975년 스페인의 권위주의체제 탈피로부터 시작된 ‘민주화 제3의 물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치명적 약점이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역사적 전환기가 수반하는 여러 과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국가체제의 개혁과 재정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얼마 전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도 지적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구촌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역사적 실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20개국 모두가 예외 없이 21세기의 새로운 과제들을 처리하기엔 이미 효능이 떨어진 정치체제이기에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사정은 차치하고 우선 우리 한국 정치체제가 당면한 정통성과 효율성의 위기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경고다. 내년 G20 정상회의의 주최국이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나 지금의 한국정치를 보면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경제위기에 부딪혔을 때는 강력히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심각한 정치위기에선 국가체제 개혁이나 구조조정을 외면하는 악수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미 국가체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정치권 안에서의 합의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권력구조를 포함한 국가체제의 기본 틀과 규범을 명시한 헌법의 개정, 21세기 한국의 선진사회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구시대적 행정구역의 개편, 그리고 대표성·책임성·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한국 의회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 작업은 지체 없이 시작되어야 한다.
벌써 10월도 다 가고 올해는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재·보선이 끝나도 예산심의와 세종시 문제 등 수많은 정치현안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달라지는 역사적 전환기에서 나라의 대처능력을 좌우할 국가 운영체제의 개혁 작업을 무작정 미루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는 이번 회기 내에 최소한 헌법개정과 정치·행정개혁을 위한 특위를 출범시켜서 정치권 내부의 입장조율과 각계각층 국민의 광범위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공청회의 시발점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굳이 외면하겠다는 국민이나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이홍구 전 총리· 본사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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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서 이홍구 전 총리는 국가의 원로로서 큰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위 내용이 사실 광범하여 개개에 대한 의견을 간단히 올리기는 쉽지 아니하다.
우선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가 우리 민족의 최소 100년전 국권을 침탈당하기 직전 상황의 역사적 상황부터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큰 그림을 보면 우리가 내부적인 힘을 모을 혁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제에 국권을 빼았기고 해방이 되고나서도 외세의 힘에 의하여 국토분단 내전을 겪게 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큰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국가와 민족의 역량를 키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박대통령이 다 못다하고 간 것이 정치적 출구 전략 즉 민주주의적 정권 승계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민족이 선진국인 G20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국력을 갖출 역사적 전환기라는 사명감을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종시, 사대강사업 등으로 국가 내부적으로 심각한 의견의 분열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한 진정한 민주주의 과정을 실천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국정과제에 대해 진지하고 공개적인 토론과 국민의 여론을 존중한 타협을 해 나가야 되겠다.
그리고 지금 국회를 통한 민주주의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보다도 잘 못된 정치문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각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에서 지역구민이나 지역구 내의 당원의 의사보다는 당의 집행부에서 하향적인 지침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자고 그러면 하향식으로 의견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상향식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겠다.
대통령 및 정치인 그리고 모든 고위 공무원들이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역사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의 의사와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열린 토론하에 합의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