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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시중 위원장이 던진 ‘글로벌 미디어’ 희망

공석환 2009. 11. 2. 08:27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철을 산업의 ‘쌀’로 믿었다. 박 전 대통령이 박태준 회장에게 “임자, 철은 산업의 쌀이야. 쌀이 있어야 밥을 지어먹지 않겠나? 자네가 제철소를 하나 지어줘야겠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포항 모래벌판에 뿌린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씨앗은 한국 경제성장의 기초가 됐다. 산업의 쌀인 철이 있었기에 자동차나 조선산업이 피어날 수 있었다. 농경시대 쌀이 원론적 의미의 제1의 쌀이었다면 철은 오늘의 한국을 일군 제2의 쌀이었다.

우리에게 제3의 쌀은 반도체다. 선진국들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반도체는 IT의 핵심이기 때문에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한국 경제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철과 반도체 신화는 선견지명과 도전정신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제4의 쌀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미디어 산업은 기회의 땅으로 다가온다. 콘텐트의 핵심인 미디어는 미래에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내다본 선진국들의 발걸음은 이미 분주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도 디지털 시대를 통해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에서 미디어 규제가 가장 심했던 프랑스도 변화를 선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세계적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키우겠다”며 지난해부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잠재력만큼은 세계가 인정하고 주목하는 상황이다. 전통 미디어의 출발은 늦었지만 뉴미디어는 세계를 이끌고 있다.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세계 최초로 도입됐고 인터넷 보급도 최고 수준이다. 와이브로(무선인터넷)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제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매스미디어와 개인미디어가 융합하는 세상이 오고 있고 우린 그 세상을 주도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

오늘부터 새 방송법이 발효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주 미디어법에 대해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정치적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를 함께 준비하기는커녕 여전히 이데올로기 논쟁에 사로잡혀 있다. 공익과 산업, 탈규제와 다양성은 공존할 수 있음에도 이분법이 횡행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글로벌 경쟁력을 새 방송사업자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건 시의적절했다. 지금은 논쟁은 저 뒤에 남기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야 할 때다. CNN을 운영하는 미국 타임워너 그룹은 지난해 47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고용 직원 수만 10만 명에 달한다. 미디어 산업이 10년, 20년 후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이유다.

인터넷TV(IPTV)의 경우 방송·통신 간 갈등으로 출범이 지체된 경험을 갖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일부 방송의 발목잡기로 4년 이상 허송세월했다. 제4의 쌀을 뿌리고 수확할 기회가 왔다. 해묵은 농법 논쟁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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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발 미디어 산업이 우리나라가 차세대 산업으로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다만 현재 글로발 미디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하여 보아야 한다.

지금 글로발 미디어 기업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업은 위 사설에서 언급된 cnn타임워너그룹과 머독 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신문, 잡지 들은 지금 온라인 매체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과 같이 우리나라로 보면 동아일보에 해당할 유수한 신문사들도 거의 파산 직전에 가 있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미디어도 수익모델 문제가 심각하다. 전통적인 출판물의 광고물이 온라인에서 잘 읽혀 지지 아니하여 광고수입을 적절히 얻는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하거나  아예 온라인 미디어 자체를 유료화하는 가능성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 산업은 통신 산업과 유사하게 정치적인 규제도 많다. 머독 그룹이 여러국가에서 미디어 기업 합병을 하는 가운데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대두된 점도 고려햐 보아야 한다.

그리고 미디어 기능이 중요할 지, 아니면 그 안의 컨텐츠 관리가 더 중요할 가도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실 저작권과 관련하여 단순한 미디어 기능보다는 컨텐츠가 멀리 보아서는 더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글로발 미디어 기업을 일구기 위하여서는 컨텐츠 확보에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소니가 유니버설을 인수하면서 컨텐츠산업에 진출한 결과도 기대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CJ도 미국 드림웍스와 밀접한 협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배급 이상의 큰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다.

지금 한류의 문제도 그렇다. 국제사회에서 이제 미국 헐리우드 식의 컨텐츠만을 가지고는 우리가 진입하는 데에 한도가 있지만 반면에 한류도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여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점차 문화적 반감을 사는 역작용 및 최근 동방신기의 매니지먼트 계약관계에서 보여지는 내부적인 법적 조율 등 문제가 많다.

정리하면 글로발 미디어는 과거 제철산업처럼 우리가 처음 진출하는 시점에 애로가 있더라도 장래 큰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다. 그러나 위에 지적한 문제점등을  고려하여 너무 서두르지 아니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