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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얼마 전 사업을 접었다는 중소기업인을 만났다. 몇 년째 고전하다가 ‘용기’를 내 폐업했다고 했다. 사업을 접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사연인즉 이랬다. 회사가 돈을 빌리면 대표이사도 연대보증하는 구조 때문이란다. 회사가 못 갚으면 고스란히 자기 빚이 되기에 사업을 접는 것도 어렵다는 의미였다. “몇 달 후 돈 갚으라는 통지가 오면 ‘도망자’ 신세가 된다”는 바람에 같이 울 뻔했다.
어딜 가나 기업가정신 얘기다. ‘기업가정신 국제콘퍼런스’ ‘벤처 코리아 2009’ 같은 행사가 줄을 잇는다. 기업가정신 특강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모두 다 기업가정신만이 살 길이라고 한다. 맞는 얘기다.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는 기업가정신의 실종 탓이 크다. 과거에도 여건이 불확실하고 경영이 불안했지만 그때는 오히려 과잉투자가 걱정이었으니 말이다. 제시되는 해법도 다양하다. 연대보증제 폐지론도 있다. 앞의 기업인처럼 실패했다고 도망자 신세가 돼야 하는 사회에선 기업가정신을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얘기도 나온다. 될 만한 사업은 대기업들이 다 채가는 사회에서는 누군들 기업 하려 들까라는 의문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기 기회를 줘야 하고, 창업자의 성공 확률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게 다일까. 이렇게 하면 기업가정신이 살아날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이보다는 김우중 전 회장은 실패한 기업인으로 비난받고, 안철수 교수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받는 지금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경제학자들은 기업가정신을 야성적 충동이나 이노베이션이라 해석하지만 나는 ‘다 걸기’라 풀이한다. 자신의 인생을 몽땅 다 기업에 거는 정신 말이다. 기업을 살리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치욕도 감수하는 정신, 하루 24시간을 몽땅 기업에 쏟아붓는 정신, 자신과 가족의 삶까지 팽개치는 정신 말이다. 대우그룹 창업자인 김 전 회장은 평생 ‘일과의 전쟁’을 벌이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잠을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고 30분마다 사람을 바꿔 만났으며, 사흘 중 이틀을 해외에서 보냈다. 휴일도 없었고, 가족과 함께 해수욕장을 가본 기억조차 없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사업뿐이었다. 매 순간 피말리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는 줄곧 그렇게 살았다. 그때도 사업하다 망하면 가산을 탕진해야 했고 대기업 횡포도 심했지만 그는 다 이겨냈다. 삼성·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대기업을 일궈냈고, 32만 개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인생을 몽땅 걸었기에 가능했던 신화였다.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했다가 KAIST로 전업한 안 교수는 다르다. 물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편안한 의사의 길을 포기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인으로선 김 전 회장이 더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가 적어도 자기의 인생을 김 전 회장처럼 몽땅 기업에 걸지는 않은 듯해서 하는 말이다. 일궈낸 기업 규모와 만든 일자리 수도 격차가 있다. 김 전 회장이었다면 한창 나이에 경영 일선에서 은퇴해 교수로 진로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안 교수를 김 전 회장보다 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한다. ‘존경받는 인물’ 순위라면 납득되지만. 이런 평가는 젊은이들일수록 더 하다. 김 전 회장을 모르는 청년도 많다. 안다고 해도 실패한 기업인, 20여조원의 추징금을 내야 할 죄인쯤으로 인식한다. 이런 풍토 속에서 기업가정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업을 적당하게 키운 후 다들 교수 하겠다는 그런 사회에선 기업가정신이 충만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김 전 회장은 재평가받아야 한다. 실패했지만 기업가정신은 충만했던, 그래서 존경받아야 할 기업인으로 말이다. 내년 이맘때는 전국을 돌면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열강하는 김 전 회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욱 기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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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철수씨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자. 안철수씨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벤처기업을 운영자이다. 당시 안철수연구소 말고도 하우리 등 다른 한국업체들이 여러 있었다. 하우리는 안철수 연구소보다 컴퓨터 바이러스 성능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평판을 받았다.
다만 하우리는 친인척들이 관여하여 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썼다가 회사경영이 어려워지고 창업자인 권석철씨가 회사를 떠나면서 어려워 진다. 반면에 안철수 연구소는 비교적 경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졌다.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시장을 외제산으로부터 사수한 것은 칭찬할 만한 업적이지만 그 사업이나 고용 규모는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반면에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에서 수출 관련 큰 역할을 한 삼대 기업인 현대, 대우, 삼성의 한 축을 이룬 분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하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시간을 내지 아니하고 전념한 분이다.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내용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다. 내가 아프리카 콩고를 방문하였을 때에도 그러한 발자취를 일부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업의 무리한 확장으로 IMF 금융위기 때 그룹 전체가 분해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해외사업을 노력한 기업중의 하나인 '대우 인터내셔널'은 지금도 여러 기업들이 M&A를 고려하는 의미있는 기업이다.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못하고 그룹이 분해되어 회사의 채무와 분식회계 부분에 대한 재판도 받아 유죄로 되면서 사람들이 김우중 회장에 대해 악덕기업인의 대표적인 예로 보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다음 단계로의 재도약을 위해 기업들이 해외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을 추진하여야 한다.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도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지 아니한 풀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내수로 일으킬 수 있는 일자리는 한도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김우중 회장의 노력에 대해 다시 평가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구태여 안철수씨를 언급, 비교할 필요가 있는 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가로 보면 김우중 회장이 4성장군이라고 그러면 안철수씨는 조그만 기업을 키우다 만 대령급밖에 안되는데 비교대상이 안되는 것이다. 그냥 안철수씨 부분은 생략하고 김우중 회장에 대해 다시 평가해 보자는 글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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