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9.11.23.
신문이 정권의 비위를 안 건드리려 한다고?
정부는‘親MB 상황’으로 재미 보려 한다고?
내년 6월 선거 때까지? 누구든 그러면 안된다
탈북자의 실태를 다뤄 국내외에서 14개의 상(賞)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상물 ‘천국의 국경을 넘다’(이하 ‘천국’)는 전세계의 방송망을 타고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우리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다. EBS(교육방송)를 본 국민만이 예외였다(2008년 6월 9일 방영, 시청률 1.44%). ‘천국’은 조선일보가 2007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0개월간 한국, 북한, 중국, 라오스, 태국, 러시아, 일본, 미국, 영국 등 모두 9개국에서 300명의 탈북자를 취재해 고난의 탈북 역정과 애환을 기록한 탈북 엑소더스의 결정판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방송사들인 KBS, MBC, SBS, OBS, YTN 등은 제작팀의 끈질긴 교섭과 노력을 외면하고 끝내 방영을 거부했다. 방영을 거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 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면 자기들의 대북사업에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우파 성향’이라는 조선일보가 제작한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과 방송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라 북한을 자극하는 작품을 편성하기 곤란하다." "방송사 내부 정서 때문에 조선일보 작품을 틀기 어렵다. 노조의 반대도 걱정된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 더 이상 진행하지 말자. 미안하다." "조선일보 작품을 편성할 경우 정치적으로 우(右)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탈북 소재가 아닌가." 이것이 ‘천국’제작팀이 각 방송사로부터 받은 방영불가의 이유였다.
그러나 ‘천국’은 현재까지 영국 BBC, 미국 PBS, 독일 ARD, 프랑스 CANAL+, 일본 TBS 등 세계 16개 방송사에서 방영됐고 4~5개 방송사에 대기중이다. 외국의 방송사들은 "이런 훌륭한 기록물을 제작한 제작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찬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천국’의 방영에 얽힌 부끄러운 얘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북한문제와 관련한 우리 방송계의 현황을 알리고 미디어법을 개정해서라도 방송 기득권자 이외에 신문사 등 다른 매체도 방송을 할 수 있어야 하는 필요성과 타당성을 새삼 일깨우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오늘날 국민에게 균형된 감각과 판단능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신문계에는 이미 이런 다양한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보수, 우편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고 진보, 좌파성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다. 거기다가 수많은 인터넷 매체도 위세를 펼치고 있다. 활자 매체에 관한 한, 하나의 견해가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영향력의 차이는 국민이 선택한 결과다.
그런데 방송계만은 그렇지 않다. 신문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파를 갖고 있으면서도 방송들의 지상파는 ‘자기들만의 것’이라는 기득권에 빠져있다. 몇 방송사는 스스로 좌파 편향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우파적 편성을 거부해왔었다. 그렇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에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고 온 국민과 전세계인의 관심사인 탈북자의 애환과 북한 인권실태를 다룬 영상기록물조차 보기 좋게 걷어차이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방송 기득권자 또는 그들을 우군으로 가진 정치세력이 미디어법 개정을 그토록 막으려 했던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중차대한 언론계의 구조적 변혁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은 그들대로, 야권은 그들대로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시중에는 방송권(종합편성권)을 따려는 신문사들이 허가권을 쥔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정부 비판기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종편을 따려는 신문사들의 처지를 역으로 이용해 ‘친(親) MB’적 상황을 유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당국은 방송허가권을 쥐고 있을 수 있는 끝까지 끌고가 실컷 ‘재미’를 본 뒤에 처리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 어쩌면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끝난 뒤에나 방송권의 행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든 이 문제를 놓고 장난치면 안된다. 정부는 방송권 문제를 갖고 어떤 정권적 이득을 볼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당국은 그들 스스로의 게임논리에 빠져 오히려 더 많은 적을 만들고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방송계의 다양성 확보, 다시 말해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매체의 출현이라는 대의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북핵을 북한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북한의 인권실태를 북한 처지에서 봐야 한다며 내재적 접근법에 치중하는 방송이 있다면, 북한의 참혹상을 고발하고 탈북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송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 다른 어떤 ‘자격’과 기득권도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참 용기있는 글로 국민들이 알아야 되는 내용이다. 미디어법에 관하여 제대로 된 토론을 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몸싸움과 변칙 통과 등 의사과정 중의 절차적 문제들만 부각이 되었다.
지금 일반방송의 독과점은 폐해가 심하다. 방송국은 주인이 없으면서 부실한 경영이 행하여 지고 있다. 전 정권에서는 그 코드에서만 맞추어서 방송이 이루어졌다. 작년 MBC방송의 PD수첩의 "미국 소고기 수입"에 관한 방송은 최악이다. 광우병의 위험을 현실에 너무 지나치게 과장하였다.
그리고 멀리 보면 방송이 글로발 미디어 역할까지 할 만한 꿈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한류 드라마의 일부 수출을 제외하고는 그러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국내 시청율만 고려한 막장드라마들의 범람으로 해외에 수출할만한 드라마의 제작도 잘 되고 있지 아니한다.
그러나 지금 MB정권에 들어 와서는 다시 현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 4대강사업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지금 KBS에서는 그러한 문제점을 밝힌다기 보다는 오히려 숨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여 곡절 끝에 미디어법이 통과되어 신문사들이 보도 방송으로 진출할 기회가 열렸지만 그 자리를 놓고 기존의 언론을 지금 통제하고 있다. 현정권에 잘 못 보이면 보도 방송을 얻기 어려울 가 걱정하여 지금 조중동이 현정권의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4대강사업은 작년 "미국 소고기 사태"와는 다른 문제이다. 작년 소고기 파동은 양치기 소년의 가짜 늑대사건이었다. 그리 중요치 않은 것을 침소봉대하여 사회의 혼란만 일으켰다.
보의 설치와 준설을 통한 4대강사업은 수질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즉 국민에게 운하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는 운하 전초사업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라서 내륙의 운항거리가 짧고, 환적의 문제로 내륙 운하는 경제성이 없다. 오히려 보의 설치나 준설은 엄청난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언론들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변죽만 올리고 있다. 즉 현정부가 방송에 대한 신문사의 진출기회를 이용하여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위 칼럼의 내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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