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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은 1500건이 넘는 특허를 지니고 있다.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은 결과다. 사진은 특허증을 벽에 죽 붙여 놓은 연구동 광경. 가운데 창으로 연구진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아래 ‘100-1=0’이라는 플래카드는 ‘100개가 완벽해도 단 하나가 잘못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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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업의 이름이나 번지수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이 주저앉지만, 바닥에서 탈출해 재기에 성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느 기업이라면 쓰러졌을 호된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을 계속하며 일자리를 늘리는 ‘턴어라운드’ 기업들입니다. 본지는 ‘턴어라운드’ 기업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는지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설 힘의 원천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최고경영자의 육성을 통해 담아내겠습니다. 또 이들의 성장성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곁들입니다.
“그 회사 곧 깡통 찬다.” 2001년 12월 초였다. 반도체 장비 메이커 주성엔지니어링(이하 주성)이 이런 말을 들은 게.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첫해였다.
흉흉한 소문이 돌자 직원들이 동요했다. 황철주 사장, 결국 임직원을 불러 모았다.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돌이켜 보면 회사를 만들 때가 더 힘들었다. 2년 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확보한 자금도 여유가 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며칠 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주성 본사 벽엔 가로 13m, 세로 9m짜리 초대형 태극기가 걸렸다. 황 사장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태극기를 보며 한국 기술의 대표 선수라는 점을 느껴라. 대표인 우리가 이깟 어려움을 못 이기겠나.”
8년여가 지난 지금, 주성은 정보기술(IT) 장비업계의 명실상부한 국가대표가 됐다. 반도체·LCD·태양전지 제조장비를 놓고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미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위기를 겪기 전까지 주성은 코스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였다. 외국계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일하던 황 사장이 1995년 세운 주성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쑥쑥 컸다. 97년 240억원이던 매출은 2년 만에 540억원으로 2.25배가 됐다. 99년 말 벤처 열풍 때 코스닥에 상장한 뒤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황제주로 등극했다. 너무 잘나간 게 탈이었을까. 주성은 곧 거센 시련을 맞는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계약을 끊은 것이다.
“우리가 부도덕한 납품 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이게 고객사에 큰 부담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경영에 당장 빨간 불이 켜졌다. 2000년 540억원이던 매출은 2001년 499억원, 2002년엔 227억원으로 줄었다. 2001년부터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1200억원에 달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03년 3월 시가총액은 한창 때의 40분의 1도 안 되는 470억원으로 줄었다. 절정에서 나락까지 몇 년 걸리지도 않았다.
거래은행은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황 사장은 은행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정성이 통했다고 할까, 실제 채권 회수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적자 속에서도 연구개발(R&D)은 놓지 않았다. 이게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다. 주성은 곧 LCD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보고 관련 장비를 개발했다. 처음엔 직원들도 반대를 많이 했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것도 벅찬데 적자회사가 무슨 신제품 개발이냐는 투였다. 황 사장은 “신제품 없이는 미래가 없다”며 밀어붙였다. 돈이 모자라자 공장 확장 부지로 쓰려 했던 땅을 팔아 충당했다.
2002년 말 LCD 제조장비가 처음 시장에 나왔다. 그래도 적자는 여전했다. 낭보가 전해진 건 그 이듬해. LG필립스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장비 성능을 인정해 대규모 발주를 한 것이다. 은행도 다시 돈을 대주기 시작했다. 2004년 주성은 LCD 장비 덕에 매출 1670억원을 기록했다.
“함께 다시 일어서 보자고 한데 뭉쳐준 직원들이 무엇보다 큰 힘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위기는 찾아왔으나 거뜬히 넘겼다. 2006년 IT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 2008년 금융위기가 벌어졌을 때 반도체·LCD 업체들은 투자를 끊다시피 했다. 이때도 주성은 R&D의 힘으로 일어섰다. 주성의 서준석 대리는 “큰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때는 회사 내에 동요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엔 태양전지 제조 장비가 돌파구였다. 2005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제품을 내놨다.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대형 수주가 잇따랐다. 그 덕에 지난해 3~4분기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태양전지 제조 장비는 지난해 주성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 됐다.
주성은 지금도 R&D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2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44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황 사장의 눈은 이미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찾고 있다. 당분간 경쟁 상대가 없어 혼자 시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분야다.
“올 상반기에 LED TV 핵심 부품 제조 장비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다시 한번 높이 뛰어야죠.”
글=권혁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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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이 되었다. 그 결과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 자동차, 현대 중공업등은 그 분야에서 세계 1류 기업이 되어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작고 강한 중소기업도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김대중 대통령 때 벤처붐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
다만 벤처기업의 평가에 거품이 끼고 비도덕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어두운 자죽도 많이 남겼다.
과거의 벤처붐에서 살아남은 기업들 중 NHN이니 포탈 기업들은 이제 벤처기업이라기 보다는 그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는 기업이 되었다. 외국 포탈로 부터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지킨 의미가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가들 중에서 일반에 잘 알려진 사람들 중에서 거품이 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씨가 대표적이다. 투명한 경영으로 모범이 되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사람이나 기업가적으로는 그렇게 큰 공헌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위 기사에 소개된 황철주 사장의 경우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경영을 계속한 진짜 모범이 될만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위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삼성과의 관계가 파기되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당시 삼성 임원에게 리베이트가 간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러한 리베이트는 황철주 사장의 부도덕 보다는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대기업과 중소기업관의 관계가 소위 "갑과 을"이라는 불평등한 관계로 인한 것이었다.
다만 삼성에서 일벌 백계로 그러한 불미스러운 사례를 없에겠다는 취지로 강한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위 기사에 소개된 것과 같이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훌륭한 기술기업을 키우고 있는 황철주 사장이야말로 우리나라 벤처기업인 중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황철주 사장같은 기업인들이 계속 나올 경우 국가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