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견

금산분리 완화에 관하여

공석환 2009. 3. 12. 08:02

필자가 잘 아는 제약기업의 오너 중에 은행을 경영하고 싶었던 분이 있었다.  그 분은 제약업계에서도 재태크에 능하다는 평을 받았었다.  그 분이 한일은행의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나중에 은행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 분의 꿈은 한일은행이 감자를 거쳐 상업은행과 합병하여 우리은행이 되면서 깨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손해도 많이 보고 나서  감자와 합병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소송을 내기도 하였다. 물론 소송을 해도 덕은 없었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이 은행을 직접 견실하게  운영해 보겠다는 꿈이 무너진 것이 억울해서 한 풀이로 이길 수 없는 소송도 한 것이다.

 

그런데 주위에 의견을 들어 보니 그 분이 직접 은행을 경영하였으면 잘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금산분리의 원칙은 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금융산업도 가지고 있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업에 부당히 지원을 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분이 은행을 가지고 있다고 이미 견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자기 제약회사를 부당히 지원할 것도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을 살펴 보기 위해서 우선 현실에서 문제점을 보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인은 누군인가.  대부분의 은행의 소유주식을 보면 외국인의 지분이 50%를 훨씬 넘는다.  그러나 외환은행이나 씨티은행, SC챠터은행처럼 블록으로 지분이 매각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록 외국인이 대주주라도 사실상 정부가 경영권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민은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함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무한 경쟁 시대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에 왔지만 일반인에게 아직 은행의 영향력이 큰 것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욕심을 내지 않아야 되는 기관이다.  조그만 무리를 하면 탈이 나다.  지금 미국의 경제위기의 원인이 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을 통하여 단기 이익을 얻으려고 하고 무리하게 주택 대출을 한 것이다.  3월9일 버냉키 FBR의장이 미국 금융기관에 대해 아주 성인다운 'holistic'한 규제를 할 것이라고 발언을 한 것이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 되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다.

 

우리나라도 금융기관의 운영 문제가 심각하다.  IMF금융위기 때 경상수지 적자도 큰 원인이었지만 은행들의 단기채무 상환이 문제였다.  작년10월 위기설 올해 3월 위기설의 근간도 은행들의 단기채무 상환 때문에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지 아니하다는 것이다.  예금과 대출의 차익인 예대차익을 늘리기 위해 외국에서 낮은 이율로 단기 채무를 얻어 국내에서 대출을 하여 영업을 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지금 은행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금융기관으로 당해 금융기관은 견실하게 운영되는데 대주주 계열사 지원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곳이 있다.  금융기관을 주인을 찾아 주어 장기적인 비젼을 가지고 운영하게 하기 위하여 금산분리정책을 완화할 경우에도 대주주가 소유한 제조기업에서 금융기업으로의 투자는 허용하여도 반대 방향의 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 제조산업을 운영한 사람이 금융기관을 독립하여  키우는 목적의식이 강하면서 다만 그러한 금융기관을 운영함으로써 전세계 금융동향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치 일부 대기업 삼성이나 LG 등에서 경제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역할) 제조산업에는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도만을 기대하고 금융산업에 투자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GE도 많은 고전을 하고 있다.  GE캐피탈을 통하여 제조업 보다도 금융업의 비중이 더 커 지다가 지금 금융위기에 같이 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난 점을 고려하면 금산분리완화는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하면 산업자본을 하던 기업가 정신이 있고 금융실무에 비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은행을 소유하여 장기적으로 견실하게 운영하는 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인수한 금융산업을  기존의 가지고 있는 산업자본에 사 금고처럼 운영하지  못 하도록 확실한 규제 제도를 만들어 놓고 금산분리 완화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