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학자 지상강의]

공석환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과학자로서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되었고, 한때 벤처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소속변호사이자, 올해로 8년째 ㈜KCC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그리고 2007년 8월부터 UBC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서, 캐나다의 자원 문제와 벤처기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이공계 박사가 특허나 환경문제 관련 전문변호사로 활약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과학자로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독물질이 흘렀다’면 이것이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가, 그리고 이 물질이 어떤 추가적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 그 한도가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서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공석환씨가,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수십 수백 억 상당의 환경문제 소송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생화학박사였다.

이후 그는 시카고대학 생화학과 연구원을 거쳐 1991년 귀국하게 된다. 당시 대학이나 연구소를 염두에 두고 귀국했지만, 지방대학은 연구환경이 열악하고 연구소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처음 초빙된 과학자들의 전통이 끊어지고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상당히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다.

하루 빨리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이 있어서, 미국에서 변호사 될 생각을 못했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웠다.

1995년 제37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다시 2년에 걸쳐 사법연수원 생활을 했다. 이때 아직 우리나라에서 환경 소송은 때이르다는 판단을 하고, 특허권에 집중하게 되었다. 기술벤처는 더 멀리 내다보고 구상했던 것이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분야 외국기업들의 특허 관련소송과 라이선스, 합작 관계를 담당해 왔다. 한편 CCC 벤처 컨설팅과 I&D 창업투자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는데, 특허권을 사업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공 변호사의 관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부터 세계적으로 자원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예를 들어 보아도, IT 붐이 꺼지면 곧 자원문제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국내에서 ‘콩고의 수자원 개발(수소 에너지)’에 대해 뜨거운 논의를 유발한 바 있으며, 그린에너지(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오일을 대신할 수 있는 이른바 대체에너지, 태양력 풍력 원자력 등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석유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가격이 높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라늄 가격이 치솟아 원자력 가격이 오르는 등 대체에너지의 경제성이 항상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크게 고려하여 ‘그린 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일본은 유가파동 후 즉각 그린 사업에 뛰어들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실정은 그에 비하면 정말 서글픈 것입니다. “

공 변호사는 캐나다의 벤처기업과 자원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밴쿠버에 왔다. 그러나 캐나다는 의료보험이 제공되어 안정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세금이 높고 벤처기업이 별로 없어서 한국의 발전모델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린에너지 개발 부문에서는 상당한 가능성과 연구 가치가 있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특히 환율이 높아서 새로운 투자를 유보하고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올해 11월이 환율을 고려한 판단시점이 되겠지요. 그러나 미리 검토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앞으로 공 변호사는 중앙일보의 새 기획인 ‘방문학자 지상강의’를 통해 보다 깊은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공석환 변호사=▶現 한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소속변호사, ㈜ KCC의 사외이사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UC버클리 생물물리학 박사, 1995년 사법시험 합격, 중앙국제특허 법무법인에서 특허와 라이선싱/합작회사 설립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