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고 한마디

북한 선생님의 남한 교육 견문기

공석환 2009. 4. 19. 23:19

밑의 글의 출처는 주성하 기자님의 블로그입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았다고 봅니다.

 

1. 공교육은 시험만 보고 사교육에서 미리 배우고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2. 무한 경쟁을 강조하나 결국 개인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무시

3. 대학교 진학율 84% 과연 필요한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거나 대학을 졸업했다고 중소기업에는 취직을 기피하는 풍토

 

우리나라 교육의 효율성은 40%라고 생각합니다. 과잉투자로 절반도 안되는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밑의 글 너무 공감이 갑니다.

 


 

 

오늘 아침에 문 앞에 놓인 동아일보를 집어 드는 순간 낮선 1면 편집이 눈에 들어왔다. 상단에 들어앉은 그래픽은 수능 성적 첫 공개에 따른 지역별 결과 공개표였다.

그런데 상위 10위 이내에 서울 강남과 서초가 5~10위내에 아주 간간히 포함됐을 뿐, 진정한 상위권은 장성이나 하동이니 하는 산골 지역들이었다.

 

전교생이 오후 11시 반까지 공부해 전국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그래서 올해 졸업생 82명 중에 수도권 대학에 43명을 보내고 나머지 39명도 다 좋은 대학에 갔다는 경북 영양고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보니 대학 가기 전에 선생님들과 함께 밤 10시 넘게 공부했던 나의 북한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학원만 살판난 한국에도 선생님들이 이런 교육을 시키는 학교가 있구나하는 생각에 몹시 반가웠다.

 

북한에 수백 명의 제자를 남겨두고 온 몸인지라 그런지 한국에 와서도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그렇지만 그 관심의 끝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4% 정도라고 하니 젊은 세대의 약 열에 여덜아홉은 16년이나 교육을 받는 셈이다. 북한은 11년제 의무교육을 표방하나 유치원 1년 과정이 포함돼 있어 결국은 한국의 10년제나 비슷하다. 그리고 대학 진학률은 수치가 공개된 바가 없으나 본인 추산엔 한 15% 정도 된다.

 

교육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북한에서 왔으니 원하면 누구나 대학까지 갈 수 있는 한국 교육이 매우 부러울 법도 하지만, 사실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전혀 안 부럽다. 게다가 점점 알면 알수록 안 부러워진다. 오히려 한국 학생들이 점점 불쌍해지고 동정이 간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들고 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 때문에 미안해"하고 말하고 싶다. 교육 때문에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이해가 된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들고 등교하는 어린이들.

 

교육이란 민감한 주제에 함부로 말을 얹어놓는 것이 참 어렵다. 더구나 ‘후진국’에서 온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더욱 주제넘어 보일 것 같다는 자격지심도 들고...그러다가 용기를 냈으니, 이것이 개인 블로그의 글임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 북한과 중국, 남한을 체험한 경험이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은 사람들, 또는 영미권의 영향에서만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아량을 베풀어주시길...

 

이렇게 쓴다고 북한 교육이 훌륭하다는 말이 아니다. 거기도 결점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여기도 마냥 비판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남과 북에서 살아보니 거긴 이런 것이 좋았고 여긴 이런 것이 좋다는 식의 비교가 가능하다.

 

평소엔 할 소리가 많았는데 짧은 시간동안에 다 옮길 수는 없고, 또 제한된 시간에 두서도 없어지고…생각나는 순으로 쭉 적어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교육에서 경쟁 체제가 강조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사회주의권에서 살아 온 영향일까. 나로선 이것이 우려스럽다. 당연히 경쟁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경쟁이냐가 문제다. 교육은 경쟁하지 말라고 해도 경쟁이 과열되는 분야다. 더구나 한민족의 교육열이야 또 세계적으로 알아 주잖는가.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 또 경쟁까지 하라고 하면 배가 어디로 갈지 우려스럽다.

 

물론 요즘 경쟁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한 듯싶기도 하다. 일본에서 유토리 교육에 식상해져서 길을 달리 한다하기도 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미셀 리라는 한국계 교육감의 경쟁체제 도입도 지면에 자주 실린다. 외국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에 대해선 내가 현장에서 체험하는 것이 아니기에 직접 이렇다 저렇다 하긴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교육에서 ‘경쟁만능주의’ 분위기가 강조되는 사회가 우려스럽다. 경쟁은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져야 한다. 부모의 학력이나 돈에 의해 자식의 미래까지 좌우되는 그런 경쟁은 싫다. “아빠의 머리+엄마의 정보력+외할아버지의 재력=성적”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이런 사회는 싫다. 이건 가진 자만 살맛이 나는 사회다. 물론 아이들은 가진 자 없는 자 할 것 없이 모두 불행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고착되면 점점 인류가 극복하고 넘어온 사회인 봉건 사회 쪽과 같은 양상으로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계급의 고착화, 양반은 양반이 되고, 상놈은 상놈일 수밖에 없는 사회로..작년 12월 5일자에 썼던 “잉어를 숭어로 만드는 한국 학원들”에 관한 블로그 글에서 이 주제에 대해 쓰기도 했었다.

 

경쟁도 위의 영양고처럼 선생님들의 후원 하에 학생들 사이에 벌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한국에 와서 본 것들 중에 내가 가장 아연실색했던 한 가지 실례만 들어보자. 학교 공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이때는 학생들이 우리글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그걸 가르치지 않는다. 혹 연필 쥐는 법은 가르치는가? 그건 교육의 가장 초보적인 것이라고 본다.

 

서울의 초등학교들은 이미 아이들이 한글은 당연히 떼고 온 것처럼 진도가 나가는 상황이다. 교육부에서 허가한 교과서도 그런 걸 전제로 만들어진 듯 하다. 그래서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공감할 것이라 본다. 그럼 한글은 어디서 배워야 하나.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유치원에서는 법적으로 한글을 배우는 것이 금지됐다고 들었다.

 

그럼 아이들이 어디서 한글을 배워서 학교에 가야 하나. 길은 한 가지 뿐이다. 사교육으로 배워야 한다. 유치원에서 배워주지 못하게 한 한글, 초등학교는 한글을 당연히 떼고 온 것처럼 교과서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 당연시되는 것이 바로 한국 교육이다. 다름 아닌 국가가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다!!!

 

북에서 온 나는 차마 형용할 수식어를 찾지 못할 정도로 입을 딱 벌릴 황당한 상황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 돼 있는 모양이다. 당사자인 선생들이 나설 문제인 듯싶으나 내 몫을 딴 곳에서 해준다니 편안해서인지 그쪽 문제제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신문 방송에서 난리 법석도 없고 조용하다. 다만 그냥 경쟁력, 경쟁력만 강조된다. 그 이면의 불합리성은 어디서 따져야 하는가.

 

배움이 시작되는 초 1년 때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당연시되는 교육 환경이니 요즘처럼 학원들만 살판났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초보적이고 근본적인 이런 모순부터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나라님은 뭐 교육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단다...나는 참 웃기기만 한다. 나 자신이 교육자 경험이 있지만 이건 이상한 앨리스의 나라에 온 듯하다.

 

1학년 때 2,3학년 교재를 학원에서 앞당겨 배우고, 2,3학년이면 다시 4,5학년 교재를 당겨 배우는, 학교에선 무엇을 배우는지 진짜는 학원에서 돈 내고 따로 배우는 이런 황당한 상황이 나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이상할까. 아님 이 사회가 이상한 것일까.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수학, 논술, 영어 등 교과목들에서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학교에 만족 못해서 학원에 열심히들 가신다. 그런데 나는 영어나 수학 실력이 인생을 좌우하는 이 상황이 참 납득되지 않는다(이건 북한에서도 비슷하지만 여기보단 그래도 한참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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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

 

인생이 고등학교 성적순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가 경쟁력이 있을까...아무리 고등학교 때 영어 수학 잘해봤자 뭐하나. 커서 회사에서 고급수준의 영어나 수학을 써먹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초등 6학년 때 공부한 지식만 제대로 써먹을 수만 있어도 대체로 참 좋은 직장에 다니시는 것을...

 

그리고 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그렇다. 교실과 학원을 오가는 환경에서 창의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요즘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세계 4위니 5위니 하면서 분발해야 한다는 뉴스가 곧잘 나온다. 나는 이런 뉴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수학 영어 실력이 다른 나라보다 좀 떨어진다고 큰 일 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여긴 한국이지 영어권 국가가 아니다.

 

나는 국가의 경쟁력은 영어나 수학 평균 실력이 아닌 창의력과 도전정신, 시스템에 따라 결정된다고 확신한다.

 

지금 지상만능처럼 운운되는 영어 수학 성적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선배 세대, 그러니 1960년대 1970년대 세대의 힘이다. 이들의 영어 수학을 뛰어나게 잘해서, 또 세계 몇 위에 들어갈 정도로 교육이 좋아서 기적이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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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

 

학원의 영향력을 목도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수학 영어 실력은 세계 몇 위를 다툴지 몰라도 이제 예전 같은 국가 경쟁력은 절대 가질 수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학원과 교실에서 창의력과 동떨어져 재배된 세대가 양산되고 있으니깐.... 참 창의력을 키운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품 전시회라는 것도 연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 뭐하는가.,. 그거 부모들이 다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과제물 엄마들이 챙겨주는 것이 아닌가? 환경을 이렇게 만들고 창의력 키우라고 하면 키워지는가?

 

회사 입사 시험을 칠 때 감독관으로 들어가 입시자들이 내는 답안지를 읽어본다. 언론사쯤 지원할 정도면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다. 요즘은 논술학원이 번창하는 시대라 논술 학원교습을 많이 받은 흔적이 시험지에 나타난다. 나처럼 논술이란 이름도 모르고, 논리학과 거리가 멀게 공부했던 사람이 봤을 때 대다수의 글들이 참 화려하다. 번드르르하다. 동서양을, 고대와 현대를 넘나든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의 흔적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교조적 틀에 갇힌 문장들이다. 심금을 울리는 글이 거의 없다. 핵심을 찌르는 글을 발견하기 힘들다. 요약이 안 된다. 그냥 말의 향연이다. 화려한 소피스트들이 넘쳐난다. 학원과 대학만 다닌 경험밖에 없는데 주제는 거창한 세계와 인생을 논하려고 하니 글들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날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용서하시라. 이 대목에선 “너 주제에, 그 잘나게 글을 쓰면서, 너나 잘 하세요”라는 비난을 감수한다. 그리고 한국엔 진짜로 감탄할 만큼 글을 잘 쓰는 재사들도 분명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문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오늘 날까지 모든 이들의 심금을 감동시키는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것 같은 명구절을 만들 수 있다. 사람만 그릇이 된다면... 한국의 학력과잉은 한국 화폐의 액면단위 과잉과 닮아있는 듯하다. 요즘 1만 원 권을 100원으로 디노미메이션을 시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80%이상이 대학을 가는 사회를 20%만 가게 만들어도 국가 경쟁력은 충분히 유지된다고 본다. 그 20%를 선발하는 시스템만 잘 만들어진다면...

 

그리고 선생님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 본보의 1면에 소개된 광주의 선생님들처럼...그러자면 국가의 시스템이 선생들에게 명예와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바람 나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더 좋기는 학원들을 없애야 한다. 선생들을 학생들이 학원에서 다 배워왔겠거니 하고 시간이나 때우고 월급이나 받아가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편안하고 안전해서 결혼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만들어버리는 지금의 이 현실이 개탄스럽다. 선생님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어 그들의 자발성 열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야 말로 국가의 몫이다.

 

한국도 세계의 본보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미국처럼 발전된 자본주의도 의료 시스템은 정말 후진적이다. 의료 관광 실태를 태국까지 가서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의료체계는 정말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큼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의료체계와 같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은 교육인 듯 하다. 하지만 교육도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력이면 남보란 듯이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자면 다른 부서는 몰라도 교육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만은 운 좋게 강남의 부자 부모를 만난 덕에 해외 연수 다녀오고 1류 대학을 나온 스펙 좋은, 그리고 또다시 강남에 살면서 자식을 유명 학원과 사립고에 보내는 사람들을 될수록 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학원이 당연시되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닐까...국가의 교육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선 영양의 인재가, 장성의 인재가 훨씬 낫다고 본다. 스펙에서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 잘 만나 만들어진 스펙은 그들의 사고를 우물에 가둘 수밖에 없다.

 

왜 잘나가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까지 자기들 뜻대로 좌우지해야 하는가. 그것만은 가난한 수재들에게 양보하면 안 될까.

 

강남 대치 동에 아무리 몇 백 만원을 뿌려 던져도 학교 선생님들이 궐기한 장성이나 영양 촌놈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기분 좋은 뉴스를 앞으로도 계속 접하고 싶다. 나 역시 촌놈 출신인 탓일까. 오늘 아침 신문 1면을 읽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