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란 수표의 금액란이 비워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수표를 소지하게 되는 사람을 절대적으로 신임하여 상황에 따라 알아서 금액을 기입하라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신임은 실제 흔하지 아니하다.
오히려 협박을 받아 백지수표를 주는 경우가 실제에 더 많다. 조폭과 같은 상대방으로부터 무리한 계약을 강요당하고 그에 대한 실행을 한다는 담보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 의미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 즉 주인이다. 과거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모여서 시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였다. 아테네에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광장이 "아고라"이다.
그러나 현대국가에서 많은 국민이 직접 국정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의 선출직 정무공무원을 통하여 간접민주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민이 국가의 중요사항에 대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국민투표제도이다. 세종시사업 수정과 4대강사업으로 국론이 분열될 때 그러한 중요한 사항을 정치권이 결정하지 말고 국민투표로 하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72조에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도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즉 세종시사업 수정 및 4대강사업 이 국민투표 부여사항에 포함되는 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더구나 국민투표의 회부 여부를 대통령이 판단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 국회에서 막힐 경우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있다는 실제적인 의미를 가진다. 결국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할 기회가 선거외에는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선거때만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자신들이 국민의 상전 노릇을 하려한다. 이번 날치기 예산통과와 친수법 통과가 그 것을 보여준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각종 법안을 만들고 자유무역조약(FTA)과 같이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외국과의 조약을 인준하는 등의 큰 권한을 가진다. 국정감사나 조사를 통하여 행정부의 국정집행이 적절하였는가를 심사할 권한도 가진다.
그런데 현대국가의 기능을 생각하여 보자.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각자의 경제적 수입의 발생이나 재산보유 그리고 소비에 따라 일정 세금을 거둔다. 그리고 그 세금을 민간부문에서 하기 어려운 국방, 경찰, 소방, 교육, 과학 기술 연구지원 그리고 사회간접 시설 투자를 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회의 역할은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어 국민의사를 존중하면서 국민 전체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하는 국가 예산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중요한 절차는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여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헌법 원칙이다.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백지수표"와 같이 임의로 금액을 기입하여 예산을 확정할 권한을 부여 받았는가 생각하여 보자.
한마디로 이야기 하여서 국민은 한나라당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 예산심사를 공개적으로 하여 그 내역에 대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필요를 국민들에게 설명하여 여론으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군무원뿐 아니라 민간인이 폭격을 당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실효성없는 허공에 대응사격을 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록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 대한 사죄를 충분히 하고 향후 국정운영에 국민의 의사를 더 존중하겠다는 성의를 보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연평도 도발의 여파가 미처 가시기도 전에 적반하장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12월 8일 단독으로 의사진행하여 약 300조의 2011년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날치기 예산통과후 그 결과를 보니 다수 국민이 우려하였던 4대강사업예산은 정부안을 거의 다 그대로 통과시키고 출산율저하를 막기위한 육아보조금은 삭감하였다. MB의 친형 이상득의원의 지역구에는 1000억에 육박하는 SOC 보조금이 막판에 추가되었으면 뉴욕에 가면 한인식당이 이미 많은데도 불구하고 김윤옥여사의 한식세계화를 돕는다고 개인식당 창업 보조금을 50억원이나 배정하였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기막힌 것이다. 도대체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그 효과가 국민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 오는가에 설명도 듣지 못하였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의결로 통과시켰으므로 "백지수표"와 같이 적혀진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협박을 받은 것이다.
이것은 국회 예산심사가 사전에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 국민여론을 통하여 동의가 되어야 한다는 절차적인 것을 생략하여 원천무효인 것이다. 이번 예산안 결과가 공표되기 전에 뉴욕 개인식당의 창업금으로 50억원이 배정된다는 것과 그 효과를 들은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
더구나 4대강사업이 단순 치수사업이 아니라 4대강부근 개발을 통하여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이 소수의 개발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날치기 예산 통과와 함께 야당의 참여를 막고 공개적인 토론없이 날치기로 통과된 소위 "친수법"에서 4대강부근의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여 4대강사업이 "4대강살리기"가 아닌 "4대강개발을 통한 죽이기"임을 드러냈다.
이번 날치기 예산 및 친수법 통과는 사전에 국민에게 예산항목과 그 목적 및 사용 효과 및 법안의 취지나 효과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원천 무효이다.
한나라당에도 법조인들이 많다. 보온병을 포탄잔해라고 주장하여 전 국민을 웃긴 안상수 대표도 검사를 역임한 법조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러한 헌법적 절차적 정의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이후로는 사장된 지식이다. 그들에게 정의는 대통령인 MB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이제 야당들에게 지시하겠다. 절차적 흠결로 원천무효인 날치기로 통과된 예산 및 친수법을 무효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야당이 예산과 법안의 공개심의에 참여할 권한을 침해한 위 예산안과 법안이 무효라는 것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라는 형태를 통하여 청구하는 것이다. 친수법의 경우 법안 심의와 통과의 절차적인 흠결을 이유로 직접 위헌심판제기도 가능하다.
MB정권에 들어 와서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사업수정 및 4대강사업등 중요한 국정사안에서 국민과 소통을 하지 아니하는 독단을 부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국무총리실을 통한 민간사찰, 그리고 사실상 언론의 사전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경남도 낙동강변에 유해물질이 묻혀 있어 그 곳에 무리하게 4대강사업을 진행할 경우 부산, 경남 주민들에게 건강상 큰 위해가 있을 수 있다는 KBS의 추적프로그램을 MB가 지명한 꼭두각시 사장이 임의로 막았다. 이 것은 사실상 언론의 사전검열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의 세금을 눈 먼돈처럼 마음대로 쓰려는 국민의 세금 도둑질과 사찰 및 언론의 사실상 검열로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 체재가 실종될 위기상황인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루 역할을 하여야 할 곳이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날치기로 통과된 예산과 친수법을 "절차적 정의의 흠결"을 이유로 무효로 결정하여야 한다.
법안은 전부 무효로 하고 예산안은 국방 및 공무원 봉급 등 필요비를 쓰는 부분에 대한 준예산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예산부분을 다시 심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MB와 여당인 한나라당에게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주인 허락 안 받고 임의로 기입하여 사용할 "백지수표"를 발행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예산날치기를 하는 처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재를 위협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여 그대에게 수여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할 책무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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