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빌게이츠 재단 5년 연구지원의 평가

공석환 2010. 12. 24. 06:04

 

 

Joao Silva for The New York Times

 

위 사진은 소말리아 사람들이 모기장을 기다리는 모습이다.빌게이츠 재단에서는 모기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막기 위한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을 하였었다. 

 

 

 

오늘이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연말연시에 많이 떠오르는 문구가 "노블리스 오블리제"이다.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좋은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 재단이 설립되어 인류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한다고 나설 때 처음에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OS에서 독점을 하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생색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우려는 많이 사라지고 최근 워런 버핏 같은 다른 미국의 부호들도 빌게이츠 재단의 봉사사업에 참여하기로 약속하였다.

 

5년전인 2005년에 빌게이츠 재단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에이즈, 말라리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백신, 필수 영양분이 강화된 바나나, 카바사의 개발  등을 포함한 인류의 보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초청하였다.  그 것은 "인류 보건을 위한 대도전(Grand Challenges in Global Health )"이라 하여 미국 보건국(NIH) 등에서 지원받기 어려운 획기적인 제안을 받기 위한 것이다.

 

당시 제출된 제안서가 1600여개였다. 그 중 43개를 선정하여 5년간 4억5천만불(약 5000억원)을 지원하였다. 윈래 예정한 금액의 2배가 넘는 것이었다.  최근 빌게이츠 재단은 시애틀에 관련된 과학자들을 초대하여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계속 지원여부를 토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의 기사가 2010년 12월 21일 미국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원문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그 내용이 일부 전문적이라서 일반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필자가 요약하여 정리하고 개인적인 의견도 나중에 밝혀 본다. 참고로 필자는 버클리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1987년 받고 나서 시카고대학 생화학과에서도 연구를 한 바 있다. 필자의 전공은 아래에서도 언급되는 수용체 단백질 (receptor protein)의 구조와 기능 연구 였다.

 

 

http://www.nytimes.com/2010/12/21/health/21gates.html?_r=1&ref=todayspaper&pagewanted=all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빌게이츠는 조금 조심스러운 톤으로 이야기를 한다.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순진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한 바 있다.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백신을 2010년까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2015년까지 완성하여도 놀란만한 일이다. 새로운 의약품을 임상실험하고 값싸게 제조하여 제3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것을 뒤 늦게야 발견하였다.

 

2007년부터는 몇백만달라를 지원하는 큰 프로젝트를 늘리는 대신  10만불(약1억1천만원)프로젝트를 수백개 지원하는 것을 시작하였다. 농담으로 이야기 하면 당신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고 뻥만 쳐도 10만불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금액의 지원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잇다. 과학자들이 기존의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발하고  몽상적인 프로젝트(moonlight)를 시도하여 보게 하거나 제3국가에서는 10만불의 돈을 가지고도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하여진 연구지원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 빌 게이츠는 인류를 과학의 발전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 점에서는 A학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본격적인 성과는 일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10년 정도 더 걸려야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과학자들은 컴퓨팅 속도가 매년 2배로 향상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는 빌 게이츠가 그 보다 천천히 진도가 나가는 생물학 분야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기술적인 것 외에 다른 사회적, 정치적 장벽도 생겨났다. 과거 저개발국가에서 싼 비용으로 임상실험을 하던 것에 대한 비판으로 임상비용은 늘고 속도는 줄었으며, 제3세계의 정치가들중에 서구에 이용당한다고 의심하거나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많은 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2/3는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것이라고 한다. 과학적인 또는 사회적 장벽으로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이 적어진 경우나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발명을 한 경우 또는 재단에서 중점 방향을 바꾼 것에 기인한다.

 

이제 중요한 개별 프로젝트들의 평가에 대해 이야기 하여 보자.

 

 

건조 백신(Dried Vaccines  )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였다. 마른 상태에서 상온 보관된 백신을 개발할 경우 냉장고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아니한 제3국에서 백신의 보관이나 유통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빌게이츠 재단의 지원뿐 아니라 다른 소스에서까지 합쳐서 수십억불(수조원)의 자금이 지원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필요한 백신중 일부만 성공하여서도 다른 것을 냉장보관하여야 한다면 실용성이 없는 것이다.

 

터프츠 대학의 소넨샤인 교수는 파상풍 백신을 건조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디프테리아나 성홍열 등을 추가하여 인체 실험하기 전에 지원중단 결정이 내렸다. 일부 다른 연구자들의 프로젝트는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는 추가지원이 중단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 백신연구소와 협력하여 계속 연구를 하기로 하였다.

 

다만 빌게이츠  재단에서 나노입자를 이용한 건조 백신 제조방법과 건조 말라리아 백신 제조의 두가지는 계속하여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간이 진단기 (Lab in a Box ) 는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배터리로 동작하여 채취된 피를 소량으로 분리하여 독감, 말라리아 황열병 등 12가지 병을 진달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기 위하여 1500만불(약170억원)이 지원된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추가지원 중단의 결정이 내려졌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고 개개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진단을 하는 특허권을 가진 회사가 라이센스를 거부한 것도 진도가 느린 것에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최근  하바드 대학의 화학자인 와이트사이드가 종이에 혈액을 부은 후 시약을 직접 종이에서 반응시키는 것을 고안한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였다. 

 

모기의 취각마취제(Mosquito ‘Olfacticides’ )는 모기가 사람의 냄새를 맡는 취각기능을 막는 물질을 찾는 프로젝트로 여기에 5백만불이 지원되었다.   곤충의 취각 관련  수용체 단백질 (receptor protein)의 연구로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리챠드 액셀 박사도 여기에 같이 참여하였다.  연구팀은 91,000개의 물질을 시험하여 5개의 효능가능 물질을 찾았다. 이 프로젝트는 빌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2년간 추가지원이 결정되었으며 독일의 바이에르 종자과학( Bayer CropSciences )과 2백만개의 물질을 다른 곤충에게도 시험하는 것으로 확장하여 연구가 진행된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기퇴치제인 DEET보다 더 작은 양을 사용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것을 찾는 연구로 취각기능을 막는 것외에 암컷 모기가 이미 피를 충분히 빨아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연구도 고려한다고 액셀 박사는 언급한다.

 

면역세포 부활(Exhausted’ Immune Cells)  인체의 면역세포 중에 핵심작용을 하는 T-cell이 에이즈나 C형간염과 싸우다가 중간에 기력이 빠져 무력화되는 현상을 연구한 에모리 대학의 면역학자인 라피드 아메드의 프로젝트이다. T-cell 표면에 장애 수용체 단백질(inhibiotr receptor protein)이 있어 어느 이상 활동한 후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 것은 T-cell의 과잉반응을 막아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T-cell이 계속 활발히 작용을 할 경우 인체는 아프거나 최악의 경우 죽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NIH나 지넨텍, 브리스톨 마이어스 등의 다른 기업들의 연구 지원 제안이 많이 들어와서 빌게이츠 재단의 추가지원이 필요하지 아니하게 되었다. 아메드 박사는 초기에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이 없었으면 이러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Parth Sanyal/Reuters

 

"영양 강화 바나나" 는 바나나가 열대 지방사람들에게 유용한 식량이 되면서도 비타민 A와 철분이 부족한 점을 개량한려는 프로젝트이다. 우간다 과학자들이 공동참여한다는 조건으로 우간다에서 연구를 하면서 호주에서도 시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개량된 바나나가 비타민 A의 합성과정에 생기는 물질인 베타 캐로틴 때문에 파파야나 오린지 비슷한 냄새도 나게 되어 사람이 먹는 데 지장이 없나 시험하고 있다.(참고로 당근에 베타 캐로틴이 많이 포함되어 당근 비슷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바나나 나무는 암수가 없다고 한다. 직접 유전자를 주입하여야 하는 것이다. 아직 농민에게 보급되기 까지는 약 10년 이상 걸릴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 수출되는 바나나의 경우 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양 강화 바나나가 상품성을 가질 것인지도 나중에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영양 강화 카사바(Cassava ) 는 현재 8억명의 인류가 식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사바 뿌리의 자연 독성물질인 시아나이드 함량울 줄이고 단백질, 철분 및 각종 비타민을 강화한 다음 각종 질병에 강한 카사바 종자를 유전자 개량으 방법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처음에 700만불이 지원되었고 중간 목표가 달성되어 총 1200만불이 빌게이츠 재단에서 지윈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간다나 나이지리아에서 실제 농장 시험을 하는데 환경협회인 그린피스나 지구의 친구 들이라는 협회에서 방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 개량 식품(GMO)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사라지지 아니하고 있다.. 최근 유럽국가에서 GMO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는 시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의견은 자연상태에서도 유전자는 계속 변한다. 인류가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새로운 종자를 만드는 것은 그 진화과정이나 선택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나 환경에 살고 있는 다른 생물체에 지장이 없는 경우까지 무조건 환경단체에서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모기에 자라는 박테리아  는 모기에 기생하는 wolbachia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700만불(약80억원)이 지원되었다. 이 박테리아는 모기를 당장 죽이지는 아니하지만 모기의 수명을 줄인다고 한다.그런데 황열병을 옮기는 모기는 14일 이상의 중년의 모기에 한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는 황열병은 옮기지 아니하면서도 자연에서 생존하여 가는 것이다.  이 신기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에 진도가 있어 호주 정부도 연구비를 같이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Kham/Reuters

하노이의 에이즈 환자 사진으로 에이즈 퇴치는 아직도 빌게이츠 재단의 중요한 목적으로 되어 있다.

 

줄기세포 강화(Stem Cells to Muscles) 은 1975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가 주도하고 있는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이다. 백혈구가 될 줄기세포에 새로운 유전자를 넣어 에이즈에 작용할 항체를 더 잘 만들어 내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되었다. 지금 삽입할 유전자의 종류를 바꾸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이상에서 빌게이츠 재단이 과거 5년간 진행하여 온 신기한 보건 프로젝트를 소개하여 보았다. 처음 시작하였던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한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대기업이나 부호들의 사회기여가 논의된다. 연말 연시에 표시를 내기 위한 단기 프로젝트도 당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빌게이츠 재단과 같이 대한민국과 인류를 위하여 더 장기적으로 보는 사회봉사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국에서 의료, 바이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나 벤처기업들이 빌게이츠 재단에 제안서를 내어 다른 곳에서 지원받기 어려운 신기한 프로젝트를 시도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이 글이 장기적인 봉사활동을 위한 방향 수립에 참고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