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미국 의료보험개혁이 이루어지기 전인 2009년 3월에 쓴 글이다.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에 대해 최악은 면하였다는 낙관론과 아직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멀었다는 비관론이 교차한다.
작년 11월에 치루어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의료보험개혁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것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반반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연방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전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강수를 두기 어려운 것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상당량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중국도 미국 국채의 폭락을 막기 위하여 협조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FTA 수정 체결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과 협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오바마의 악화된 미국내 입지를 고려하여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본다.
2011년 시점에서 미국의 문제점을 추가적으로 진단하기 전에 미국의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 이루어진 의료보험 개혁 이외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아래 내용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잘 되는 길
우리나라도 어려운데 미국이 잘 되는 길을 논하는 것이 생뚱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는 수출위주로 미국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주라고 하여 중국의 경기에 더 영향을 받는 다는 주식도 나오지만 중국도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므로 결국 세계의 경제가 회복 되려고 하면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블로그에 있는 '최근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 위기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경시하고 저금리로 소비 버블을 20여년간 축적한 것이 한 번에 무너진 것이 최근 경제위기의 원인이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http://blog.daum.net/shkong78/54 참조
위 문제점들을 반대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전에 미국 사회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흔히 'Melting Pot('용광로' 라고 번역할 수 있다)'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이민을 온 다민족이 서로 합쳐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안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몇년전에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늑대와 함께 춤'이라는 영화가 흥행에도 성공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그 영화에 보면 아메리칸 인디언부족이 선조때부터 평화롭게 살던 땅에서 백인들의 탐욕 때문에 비참하게 밀려나는 것이 나온다. 지금은 인디언 보호지역마다 카지노가 들어서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미국 경제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미국이 사회 내부적인 충돌로 인해 남북전쟁이라는 내전도 겪었다. 그리고 아직도 흑인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인구 비율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으로 첫 대통령이 되어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피부빛은 흑인으로 어려서 자랄 때 흑인으로서 차별을 받았겠지만 외조부모 등 백인 사회의 도움을 받아 자란 것이기 때문에 핏줄이나 자란 배경으로 보면 흑백 양쪽의 영향을 다 받았다고 본다. 그러나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을 받으면서 미국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이 많을 것이다.
중국이 소수민족의 분리운동을 정치적으로 탄압하여 국가 체재를 유지한다고 하면 미국은 법의 집행이 엄하다. 경찰에 대해 반항하다가는 엄청나게 폭력을 당하거나 현장에서 사살 당할 수 있고, 죄에 대한 처벌도 심하다 우리나라는 초범은 대개 집행유예라고 풀려나고 설사 형을 받더라도 2년 이내의 단기형을 받지만 미국은 사회방위라는 개념이 강하여 형이 우리나라보다 거의 같은 종류의 범죄에 대해 2배 이상의 형기를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아직 인종차별이 상당히 존재한다. 필자가 1980년대에 버클리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텍사스에서 자라고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 사람으로부터 캘리포니아는 동양인을 미국 시민으로 여기지만 텍사스에서는 동양사람은 미국시민권을 가져도 손님으로 생각하지 미국사람으로 생각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버클리에서 많은 백인 미국학생으로부터 미국은 보수적인 사회로서 버클리의 자유로운 분위기하고는 차이가 많은 사회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베트남 전쟁인 것 같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러 영화가 있으나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문제의식을 보여준 영화가 'Deer Hunter(사슴 사냥꾼"인 것 같다. 그 영화의 시작은 미국 피츠버그에서 시작한다. 낮에는 제철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선술집에서 맥주도 친구끼리 흥겹게 마신다. 물론 여자친구하고 연애도 하고 주말에는 부근의 산에서 사슴 사냥도 한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 징집되어 전쟁터에 다녀오고 나서는 모든 것이 바뀐다. 전쟁에서 생사의 위험한 순간을 겪으면서 고향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도 전과 같은 여유가 없이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다. 친구들이 다시 모여 사슴 사냥을 나갔다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당기지를 못하고 멈춘다. 사슴이 전쟁터의 전우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버클리는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데모가 가장 많이 일어날 곳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러한 전쟁의 휴유증으로 정치 사회에 대한 회의와 젊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방황이 심하여 진 것 같다.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돌아 온 군인들의 정신적인 고통도 심하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오래 끌고 나서 사회적인 분열이 심하여져서 전체적인 단결력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1,2차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강국이 되었다. 장기간의 전쟁은 소모전인데 미국이 그러한 전시 물자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에서 앞서는 국가였던 것이다. 전쟁중에는 여자들도 군수공장에서 일을 하는 등 여자들의 사회 참여의 길도 늘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을 겪은 1970년대부터 미국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 버리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이나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강한 달라를 유지하는 정책을 유지한 것이다.
사실 미국의 과학 기술력은 20세기 내내 세계 최고였고 지금 21세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천기술은 대개 미국에서 나오고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 사람도 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는 20세기에 경제나 실생활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발명을 두가지를 들라고 그러면 나일론의 발명과 트랜지스터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나일론의 발명으로 다양한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단순히 의류뿐 아니라 타이어 내부 코드 어망 등 각종 소재에 널리 사용되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휴대용 컴퓨터나 소형 전자기기가 가능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결국 IT혁명은 트랜지스터의 발명에서 시작한 것이다.
위 두가지 발명 다 미국에서 나왔다. 나일론은 캐러더스가 발명하여 미국 듀퐁사에서 개발되었고, 트랜지스터는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가 발명하여 그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도 받았다. 그런데 그러한 위대한 발명의 대가를 미국이 독점한 것이 아니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을 가장 먼저 상용화하여 성공한 기업이 소니인 것인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대 초에 인터넷 혁명 등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가 상당한 IT 핵심기술을 가진 것으로 착각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초기술을 보유한 것은 거의 없다. 통신장비의 경우 핵심적인 것은 시스코 등 핵심기술을 가진 외국기업에 의존하였고 핸드폰의 CDMA도 퀄컴에 매년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면서 생산하고 있다. 다만 CDMA 특허기술에 대해서는 그 실용화에 우리나라 ETRI(전자통신기술연구소)가 같이 참여하면서 초기에 그렇게 큰 대가가 아닌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지금도 미국은 연방정부가 대학이나 각종 연구소에 연구자금을 많이 지원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과학기술 연구를 계속하기 때문에 원천기술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화성이나 토성 등에 탐사위성을 보내는 것이 당장은 소요자금이 많이 들어도 그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원천 기술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선도가 군사력과 함께 미국을 이끄는 내재의 힘이다.
그런데 미국이 기술을 발명하고 보유한 것 만큼 산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돈을 버는 가를 생각해 보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천기술을 산업화하여 제조하는 체재가 익숙치 않다.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대주주가 없다. 전문경영인이 주가나 단기 실적에 연동한 과다한 보너스를 기대하면서 운영하면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잃고 있다.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이 단기 보너스를 너무 지나치게 가지고 가는 관행을 폐지해야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몇일 전부터 막대한 적자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AIG가 상당한 액수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 때문에 미국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계가 전부 분노하고 있다. 노조의 경직성도 문제지만 경영진의 과다한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아니하고는 미국 기업의 회생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금융산업이 너무 경제에서 비중이 커지면서 서브프라임 등 파생상품에 대한 탐욕을 부린 것이다. 지금 그린스펀은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한 마디로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언제가 터질 수 밖에 없는 거품을 방치한 것이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에 기한 것이다. 그리고 약 10년전인 1998년 롱텀 캐피탈이라는 헤지펀드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들어 갔어야 되는 데 일시 구제 후 다른 회사에 인수를 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가지 않은 것이 큰 실책이다.
최근 오바마가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허용한 것은 제약이나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를 줄여 더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금 미국 산업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제약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산업 중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그리고 그린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상당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에서 실리콘 보다 광 전환 효율은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대체 소재 개발에 대해서도 미국이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그린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의 과제 중 하나가 사회계층간의 융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빈부격차가 큰 나라이다. 그러나 미국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아니 하였다. 빌 게이츠와 같은 부자들이 각종 재단을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빈곤층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요소였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과정을 보면 미국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나는 것 같다. 특히 구제금융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부유층이나 종전에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을 받던 에너지 개발 기업 등에게 더 부담을 늘리는 것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불경기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은 비록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당이라도 쉽지는 아니할 것이다.
정리하면 미국이 이제라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탐욕을 규제하고, 경영진의 단기 보너스를 줄이고 기업들이 장기 경쟁력 위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돈 버는 기업으로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오바마는 지도자로서 미국국민들이 너무 느긋한 것(미국에서는 'easy going'이라는 표현을 쓴다)을 벗어나 위기 의식을 가지고 경제 회복을 위한 단결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바마가 미국 교육시스템에서 수업시간이 우리나라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아니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바마가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제 회복이 조만간에 이루어지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 회복 과정에서 단순 무역장벽이 아닌 기술장벽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즉 특허권을 통한 기술견제 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우리나라 기업이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과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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