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바이오 벤처와 제약회사의 협력

공석환 2009. 5. 14. 12:11

버클리에 생물물리학 박사과정에 1982년에 들어 가서 2년 후인 1984년에 처음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을 직접 접할 기회가 생겼다.
 
MBC 방송에서 미국 생명공학 업계를 취재한다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방문하여  같이 동행하여 단순 기술적인 자문뿐 아니라 인터뷰 동시통역을 하느냐고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1986년에는 지금은 '크리스탈 지노믹스'의 대표인 조중명박사가 버클리 부근의 '카이론'이라는 회사와 LG화학이 공동연구를 하는 연구소의 책임자로 오게 되어 오는 첫 날 같이 식사하고 계속 교류를 하였다.
 
그리고 1987년에 당시 미국 최대의 생명공학기업인 '지넨텍'에서 회사를 개방(오픈 하우스)하면서 세미나를 한다고 하여 다녀오고 하였다.
 
그런데 1980년대 말만 하더라도 생명공학이 과학적인 중요성은 있어도 신약개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였다. 처음에 생명공학은 인체에 이미 존재하는 인슐린이나 조혈제(EPO) 등의 단백질을 유전공학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이제 바이오 벤처는 인류에게 필수적인 신약을 만드는 주체가 되었다.  이번에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멕시코에서 번지는 가운데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타미플루는 원래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하였으나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독점권리를 가지고 전세계에 제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를 할 때 로슈가 고객이었기 때문에 1999년에 스위스 바젤에 있는 로슈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넨텍이 연구비 등 비용에 비해 수입이 적어 회사 경영이 어려워 지자 1997년 로슈가 지넨텍의 70%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 적이 있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로슈 경영진과 이야기 하다 보니, 로슈가 지넨텍의 다수 지분을 인수한 후에도 연구계획 등 지넨텍의 자체경영에는 가급적 관여를 안 한다고 한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경영에 제약회사에서 일일히 간섭하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이다. 다만 지넨텍에서 개발한 상품에 대해서는 로슈가 우선권을 가지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최근에 로슈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넨텍의 지분을 100% 인수하여 비상장회사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 공시의무로 개발 진행상황을 외부에 공개해야 되는 약점이 있어 비상장 상태에서 연구 진행을 비밀로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마크로젠, 크리스탈 지노믹스, 바이오니아 같은 기업들이 상장하기 이전에 녹십자 등과 같은 제약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작년에 한미약품이 크리스탈 지노믹스에 지분 참여을 하여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실제 이 분야에서 관여한 경험으로 보면 제약회사와 바이오 벤처와의 협력은 상호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도 이제 신약개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창의성 있는 연구를 하는 바이오 벤처와의 신약 공동개발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바이오 벤처기업들 경우 대개 대표이사가 연구진 출신으로 경영 경험이 없어 회사 관리에도 서투르고 극단적인 경우는 친인척이 관여하여 횡령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적도 있다.  제약회사와 연구 및 경영에 협력하는 것이 외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연구자금을 조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최근 바이오 관련기관이 통합하여 마크로젠의 서정선회장이 바이오협회장이 되고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이 협회 이사장이 되었다. 제약업체와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서로 잘 협력할  틀을 만들어서 타미플루와 같은 볼락버스터 신약을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