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 중에는 아주 마음 아픈 추억도 있다.
어렸을때 세발 자전거를 타다 2발 자전거를 초등학교 4학년 때 타기 시작하였다. 당시 집이 동대문 부근이었는데 주로 장춘단 공원을 거쳐 남산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팔각정 부근에서 장충단 공원 쪽의 순환도로를 내리막으로 달리면 스릴 만점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1974년에 청담동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는 그 지역을 영동이라고 불렀다. 도로는 지금 폭이지만 가장자리에 자전거 전용노선이 따로 있었고 차로 사이에 분리대가 있었다.
나는 중3때 말죽거리라고 불리우는 양재동까지 강남을 자전거로 누비고 다녔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강남에 교통정체가 없고 공기도 좋았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부근에는 배밭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고3때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10년 차이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막내 동생이 자전거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목격자에 의하면 트럭을 피하려다 넘어졌는데 뇌진탕으로 병원에 3일간 입원하였다가 운명한 것이었다.
안전을 위하여 자전거를 탈 때 꼭 헬멧을 착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도록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에는 집인 청담동에서 서울대까지가 너무 멀어 자전거를 탈 기회가 별로 없었다. 막내 동생의 사고 이후로 집에는 자전거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버클리에 유학을 가서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학교 부근에 주차는 어렵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 중에서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지도교수님도 자전거 애용자인데 꼭 헬멧을 착용하셨다.
처음 기숙사 앞에 자전거를 쇠줄과 자물쇠로 묶어 놓았는데 없어진 일이 있었다. 도둑이 쇠줄을 끊고 훔쳐간 것이었다. 다시 자전거를 장만하였을 때에는 특수강으로 만들어서 톱이나 작두로 잘리지 아니하는 '유락(U-lock)'이라는 것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주위에 유락을 사용하고도 자전거를 도둑맞은 사람이 있었다. 앞바뀌에 유락을 묶어 놓았더니 앞바뀌만 남기고 나머지를 떼어 갔다는 것이다. 유락을 뒷바뀌에 장착해야 도둑을 방지할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미국에 자전거 좀 도둑이 얼마나 많은 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숙사에 나와 처음 자취를 할 때 슈퍼마켓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백팩에 먹을 것을 담아 집에 오고 하였다. 버클리에서 자전거는 나에게 친숙하고도 필요한 존재였다.
대학원 졸업 이후 별로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자전거가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정부에서 자전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기름을 절약하기 때문에 그린에너지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대강 살리기 사업에 강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도 계획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전거 타기를 건강에 좋다고 선호하지만 위와 같은 선전은 지나친 것 같다.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스피드 시대에 먼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은 기동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경찰관이 자전거로 순찰한다는 것도 급한 일이 벌어졌을 때 기동성에 문제가 있다.
현재 도로 사정으로 교통체증을 덜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는 것도 예산상 쉽지 아니한데 자전거 도로를 기존도로에서 분리하여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렵다.
강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강변까지는 자전거를 차에 운반하여 가지고 가서 가까이서 타게 될 것이다. 연결도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린에너지 산업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
내가 그에 관련하여 강조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만을 선별하여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 산업을 보면 저가품은 후진국에 밀리고 고가품은 기술과 브랜드를 가진 일부 선진국 업체를 따라 잡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자전거 산업을 국제경쟁력을 가진 그린에너지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가를 냉정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그린에너지 산업 관련주로 거품이 끼어 있는 분야가 일부 있어 꼭지를 잡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가 걱정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 산업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한다고 하면 공감한다. 그러나 유망한 그린에너지 산업으로 포장을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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