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윤형의 이름은 아직 음악 애호가에게 친숙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바리톤 윤치호님을 기억한다. 2007년 식도암으로 작고하셨지만 생전에 호쾌한 목소리로 오페라의 주역을 맡으면서 방송, 합창 지휘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윤형은 윤치호님의 아들이다. 내 처가 2000년대 초에 서울 종로구의 작은 합창단에 참여할 때 윤치호님이 지휘자를 맡으면서 아들도 노래를 잘 한다고 자랑(?)하셨다고 한다.
내 처는 대학에서 법대를 졸업하였지만 2013년 한국 나이 50의 만학도로서 대학원 성학과에 진학하여 첫학기에 우수한 학업성적으로 연구 장학생도 되었지만 아직 노래는 다듬을 여지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 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글 "한국 나이 50에 새로운 전공으로 대학원을 도전하는 용감한 아줌마" 참조 ). 우수한 성악가들의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이 성악 공부에 실전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의미가 있고 과거 윤치호님에 대한 기억으로 그 아들인 윤형이 시애틀 오페라에서 리골레토 역으로 열연하는 것을 1월 24일 같이 보게 되었다. 위 사진은 공연장 모니터 화면을 찍은 사진이다. 사랑하는 딸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리골레토의 침통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시애틀 오페라단이 공연한 시애틀 센터는 종합 문화 체육시설이다. 농구장과 아이스 하키를 하는 체육관도 있고 시애틀의 상징이라고 할만한 스페이스 니들 타워도 이 곳에 있다. 공원과 같은 분위기로 각국의 민속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벌어지는 곳이다. 공연 시간인 7시반 보다 넉넉히 도착하여 주위를 돌아 보다가 그리스 음식을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오페라 공연을 하는 올리버 마리온 맥그로우 홀은 2900석의 큰 공연장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연상시켰다. 다만 오페라 공연을 위하여서는 예술의 전당처럼 아담한 곳이 개개 성악가의 목소리를 듣는데 더 적합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7번 리골레토를 공연하는 기간중 윤형은 두번 주말에 공연을 하였다. 1월 24일 금요일 저녁 공연장에 전혀 빈 자리가 없이 2900석이 만석으로 꽉 찬 것을 보고 놀랐다. 시애틀 사람들이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호가 높다는 말을 다시 실감하는 기회였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여자 혼자 오거나 여자들끼리 온 사람들은 보았어도 남자는 혼자 온 사람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당연히 관람객 수에서 여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간혹 보였으나 50대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하였다. 복장도 편하게 온 사람으로부터 오페라 주인공에 못지 아니하게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한 여성들도 보였다.
오페라 중에 바리톤이 주역이 되어 이름으로 나오는 것은 드물다. 베르디가 작곡한 리골레토와 모짜르트가 작곡한 돈조바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막이 오르면서 만토바 공작의 궁정에서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나타난다. 위 사진은 오페라 참석 후 감사 메일로 온 것을 옮긴 것이다. 리골레토는 꼽추로서 바람둥이인 만토바 공작의 몸종 노릇을 한다. 딸이 만토바 공작에게 농락당한 것을 항의하러 온 아버지인 사람을 리골레토가 조롱하다가 그 사람으로부터 너도 아버지가 되면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찔끔한다. 리골레토도 아름다운 딸 질다가 보고 싶어서 고향에서 그 궁정이 있는 도시에 옮겨 놓고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그 도시가 위험하니 집에만 있으라고 명을 한다. 그러나 질다는 일요일에 성당에 나갔다가 젊고 잘 생긴 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학생은 만토바 공작이 밖에서 여자를 유혹하기 위하여 가장한 것이다.공작은 리골레토가 사는 집까지 몰래 찾아와 질다와 사랑의 대화를 나눈다. 그 순간 만토바 공작의 궁정에 드나드는 무리들이 질다를 리골레토의 딸이 아닌 애인으로 생각하고 납치하기 위하여 찾아 오면서 그 들의 밀애 시간은 끝이 난다.
공작은 그 동안 바람둥이였지만 질다의 순수한 모습에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궁정의 무리들이 질다를 납치해 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전전 긍긍한다. 그런데 궁정의 그 무리들은 질다를 리골레토의 애인으로 생각하고 납치한 후 만토바 공작의 궁정으로 데리고 와서 공작에게 바친다. 공작은 질다가 안전한 것에 안도하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리골레토는 자신의 딸이 납치된 것을 알고 분노하면서 그 일이 만토바 공작이 사주한 것으로 생각하고 복수의 칼을 간다. 그래서 살인 청부업자인 스파라푸실리를 찾아간다. 그는 리골레토의 사주를 받고 그의 여동생을 이용하여 만토바 공작을 집에 유인한다. 그 집에서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가 "라 돈나 모빌레 (La donna e mobille, 여자는 갈대와 같다)" 이다. 원래 오빠와 공모하여 만토바 공작을 죽이려고 한 스파라푸실리의 여동생은 공작의 말에 유혹이 되어 오빠에게 공작을 죽이지 말자고 설득하였다. 그 순간 밖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다가 공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 먹은 질다가 스파라푸실리의 희생물이 되었다.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실리로부터 공작의 시체라고 넘겨 받은 자루를 강물에 던지려고 하다가 공작이 잠에서 깨어나서 "라 돈나 에 모빌레"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자루 내부를 확인하다가 그 속에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인 질다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까무라치게 놀란다. 질다가 숨을 거두기 전에 부녀는 마지막으로 침통한 아리아를 같이 부른다.
이번 시애틀 공연을 보면서 우선 반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절묘하게 호흡을 맞추어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역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줄이고 합창이 나오거나 극적인 것을 강조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강한 클라이맥스를 내었다. 합창도 무난하였고 주역들 중에서 만토바 공작과 스파라푸실리 그리고 그 여동생역을 맡은 메조 소프라노도 훌륭하게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질다가 음은 무리가 없이 정확하지만 성량이 부족하여 다른 가수들과 중창을 하는데 잘 안 들리는 것이 흠이었다.
윤형의 리골레토는 왜 그가 동양인으로서 주역을 맡았는 가를 보여주는 호연이었다. 만토바 공작의 몸종으로 온갖 나쁜 역할을 하다가 자신의 딸이 농락당한 후 복수의 칼을 갈고 다시 그의 복수의 칼이 자신의 딸에게 향한 비극적인 상황을 풍부한 성량으로 잘 표현하였다. 윤형은 1968년 생으로 한국 나이 이미 47세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미국 오페라계에서 주역을 맡을 만한 실력을 쌓은 것이다. 대기만성이라고 할 것이다.
윤형은 자신의 아버지인 윤치호님에 대하여 만약 외국 유학을 나갔더라면 스페인의 유명한 테너인 플라치도 도밍고와 같이 크게 될 수 있는 재능이 있으셨는데 못 살렸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가 못 살린 꿈을 이제 미국에서 이루고 있는 것이다. 커튼 콜에서 관객들로부터 진심으로 나오는 박수를 받는 그를 보면서 자랑스러웠다. 나이 늦게 성악 전공을 시작한 처도 그의 호연에 자극을 더 받게 되었다.
한민족은 각 개인은 참 능력이 있지만 같이 뭉치는 데 약한 것이 흠이다. 이제 한국의 구정이 다가 오면서 정치권이나 남북이 서로 양보하여 같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국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핵문제가 결려 있어 남북이 화합을 위한 결단을 빨리 내리기 쉽지 아니하겠디만 순차적으로 화합하면서 같이 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화.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owise 혜성 어제밤 촬영하였습니다. (0) | 2020.07.19 |
---|---|
미국 워싱턴주 스카짓 카운티의 튤립 축제 (0) | 2014.05.07 |
대한민국은 자신을 선전할 화끈한 브랜드를 주는 이미지가 없다. (0) | 2012.03.02 |
전설의 여자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르트 (0) | 2010.12.19 |
인디애나 죤스의 실제 모델이던 히람 빙햄 3세 (0) | 2010.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