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한미 스아트 그리드 기술 협력

공석환 2009. 6. 16. 11:02
2015년 6월 제주도 서귀포. 밤에 퇴근한 독신 회사원 A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탁기를 살폈다. 아침에 넣어둔 세탁물이 그대로다. 전력계를 보니 전기요금 단가는 ㎾h당 110원. 100원 이하면 세탁기에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돼 돌아가도록 맞춰 놓았는데 아직 그만큼 단가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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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지능형 전력 공급·사용 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가 설치되면서 서귀포에선 10분마다 전기요금 단가가 바뀌고 있다. 날씨가 더워 집집마다 에어컨을 켜면 수요가 늘면서 전기요금 단가가 바로 뛰고, 반대로 수요가 줄어 전기가 남아돌면 단가가 하락하는 식이다. 수시로 바뀌는 전기요금 단가는 집집마다 달린 ‘스마트 전력계’라는 기기에 그때그때 나타난다. A씨가 샤워를 하고 나니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 깊어 전력 사용이 줄면서 단가가 ㎾h당 100원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기세척기도 덜그럭거렸다. 심야에 ㎾h당 80원 아래로 내려가면 집 밖에 세워둔 전기자동차도 자동으로 충전된다. 밤 바람이 심해지면서 마당의 풍력발전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온 전기는 일단 대형 충전지에 저장된다. 단가가 ㎾h당 150원이 넘으면 충전해 놓은 전기를 발전회사에 판다. 예전엔 가정에서 전기를 받아쓰기만 했으나 지금은 거꾸로 발전사에 주기도 하는 것이다. 대체로 전기요금 단가가 쌀 때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받아 쓰고, 비쌀 때 판다. 전기를 팔기도 하는 덕에 A씨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전기요금을 덜 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스마트 그리드가 도입되면 생활은 이렇게 바뀐다.

◆왜 스마트 그리드인가=스마트 그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전력 수요·공급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이 수시로 변하고, 쌀 때를 골라 가정과 사무실 등의 전기기기들이 자동으로 작동하게 맞춰 놓을 수 있다는 것. 자연히 전력 낭비가 크게 줄어든다.

대용량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저장이 어렵다. 그때그때 쓰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요가 줄어 버리는 전기가 많아질 것 같으면 바로 전기요금 단가가 떨어진다. 그러면 세탁기처럼 비교적 전기를 많이 먹는 가전기기들이 작동을 시작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했을 때 한국은 전체 발전량의 약 10%를 절감할 수 있다. 발전 연료도 아낄 수 있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도 줄어든다. 미국·일본 등 선진 각국도 전력망을 점차적으로 스마트 그리드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관련 연구개발(R&D) 등에 2012년까지 255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이 한국과 손잡은 이유=스마트 그리드를 개발하려면 발전소와 가정·사무실 등을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전력 수요·공급을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절히 가격을 조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보기술(IT)이 필수라는 얘기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태양광 발전에 반도체가 쓰이듯 스마트 그리드를 비롯한 녹색기술(GT)은 IT 없이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미국이 IT 강국인 한국과 손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실험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미국은 전력망이 복잡하게 얽혀 특정한 지역만 따로 떼어 스마트 그리드 실험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우리 정부는 최근 지역적으로 떨어진 제주도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정하고, 2013년까지 810억원을 들여 3000가구에 관련 장비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지경부 한진현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 한국이 이를 사업화하는 것을 맡아 제주도에서 실험하는 식으로 공동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개발에 한미 양국이 협력한다는 것은 아주 잘 된 일이다. 미국은 현재 전기 송전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몇년전에 송전망에 문제가 생겨서 동부 거의 전체가 몇 시간동안 정전이 된 적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문제점은 기초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응용하는 데에 필요한 잔기술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한국은 반면 기초기술을 미리 연구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라도 실제 응용을 하고 제조 원가를 낮추어서 빨리 실용화하는 데에 특기가 있다.

이번에 탄소 포착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에도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보도가 되었다. 이 분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중요한 기술로 우리가 미국의 기초기술을 가지고 와서 상용화하는 데 협력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협력의 결과에서 우리나라도 공평하게 수혜를 볼 수 있도록 미리 약정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즉 미국 기초기술과 우리가 향후 응용한 기술에 대한 크로스 라이센싱이나 아니면 같이 개발하여 향후 제조분야에서 우리가 분담한다는 식으로 실속을 차릴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초기술과 우리의 응용기술이 결합돤 가장 큰 성공적인 예이면서도 문제가 많은 것이 CDMA 휴대폰 기술이다. 미국 콸컴사의 특허기술을 사실 우리나라 회사들이 힘들여 실용화를 시켰다.

크게 보면 양쪽 다 수혜를 입었으나. 콸컴이  계속 무리할 정도로 많은 특허권 기술실시료를 받아가고 심지어는 최근 다른 품목까지 끼어 팔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탄소 포착 및 저장 기술의 협력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도 우리에게도 노력한 만큼 공평하게 결실이 분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