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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에 올 때 치약도 큰 것을 넣고, 내복도 가져왔다. 혹 오래 머물지 몰라서….” 지난주 평양에 함께 갔던 분이 돌아오던 날 고백하듯 한 말이다. 방북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걱정을 안고 간다. 특히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을 땐 더욱 그렇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도 1998년 8월 평양구강병원과 나진·선봉지역의 대학 설립 문제 협의차 방북했다 간첩 혐의를 받고 42일간 억류됐던 경험이 있다.
# 그러나 평양은 강제 추방했던 김 총장을 다시 초청했다. 그리고 2001년 5월 2일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 이하 재단)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성 사이에 평양과학기술대학 건립계약서가 정식으로 체결돼 이듬해 6월 12일엔 평양시 남쪽 낙랑구역의 100만㎡ 대지 위에 평양과기대가 착공됐다. 그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마침내 지난 16일 대학본부동, 학사동, R&D센터, 종합생활관, 기숙사 등 총 17개 동에 걸쳐 연건평 약 8만여㎡에 달하는 교육장과 국제수준의 화상세미나실 및 영상강의실 등을 갖춘 평양과기대의 1차 준공식과 총장(김진경) 취임식이 성사됐다.
# 평양과기대의 시설 및 학사관리 등을 포함한 실질적 학교운영은 남측의 재단과 북측의 교육성이 향후 50년간 공동으로 수행하도록 건립계획서에 규정돼 있다. 물론 그 기간은 연장 가능하다. 하지만 북측은 이렇다 할 인력도 재원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남측과 해외로부터의 교수 임면권과 산학협력단지 조성 및 전반적인 학사운영권은 재단과 김 총장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결국 평양과기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우리의 재량권 아래 상당 부분 움직이는, 한마디로 평양의 심장에 박힌 ‘기적 같은 공간’이다.
# 평양과기대는 학부와 대학원을 둘 수 있도록 건립계약서에 명기돼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학원 중심대학이다. 북한에서는 대학원을 박사원이라 부른다. 결국 평양과기대는 학부를 졸업한 북한 영재들이 석·박사 과정을 밟는 과학기술박사원으로 출발하고 또 발전할 것이다. 게다가 강의는 전부 영어로 진행된다. 평양과기대는 올겨울부터는 실질적인 강의가 이뤄지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우선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줄 농생명식품 분야부터 강좌를 개설하고 뒤이어 정보통신과 산업경영 및 보건의료 분야로 강좌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하는 산학연계 프로젝트도 가시화할 예정이다. 카이스트가 대한민국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워낸 바탕 힘이었던 것처럼 평양과기대도 북한을 살리는 바탕 힘이 될 것이고 또 돼야 한다.
# 일각에서는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체제 유지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평양과기대는 북한 체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구성원으로서의 북한의 미래를 살리는 요람이 될 것이다. 북한을 다 죽여서 통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이다.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소금 먹은 쥐가 물로 가는 법이다. 핵을 뱉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리의 소금을 먹여 뱉도록 유도함이 백번 옳다. 그런 의미에서 평양과기대는 단지 또 하나의 대학이 아니라 남북한 공동번영의 미래를 향한 작지만 분명한 숨구멍이다.
# 평양과기대는 존재 그 자체가 기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뚫어야 할 난관이 적잖고 넘어야 할 산 또한 많다. 컴퓨터 등 연구기자재의 북한 내 유입이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로 벽에 부딪혀 있다. 남측 교수요원의 장기 평양 거주에 따른 문제도 풀어야 한다. 또 매달 만만치 않게 소요될 대학운영비의 확보도 비상이다. 하지만 평양의 심장부에 지펴진 소중한 기적의 불씨를 꺼뜨릴 순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지혜와 역량을 새롭게 모아낼 때다.
정진홍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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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물리, 수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이 강하다고 한다. 한국전쟁중에 서울대의 유능한 교수중에 북한사회가 평등사회로 더 정의롭다는 생각으로 월북한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물리학과, 전자공학과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에 집착하여 의예과가 더 인기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유능한 인력이 우리 민족의 과학기술역량에 힘이 되겠금 협력을 할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지금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잇지 아니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단한 컴퓨터와 같은 기자재도 북한 반입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저번에 해킹사건이 북한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아직 확실한 것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과학기술협력을 한다는 위 좋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기는 쉽지 아니할 것이다.
일단 불씨는 계속 살리면서 북핵문제가 극적으로나마 해결되면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