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1998년에 미국의 나스닥에 인터넷 닷컴의 붐이 생기면서 동시에 일어났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아니한다. 'Technological Enterprise(기술기업)'이나 'Startup company(신생 회사)'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벤처기업의 용어는 투자에 리스크가 높아 대박이 되거나 아니면 투자금이 다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한 면에서는 과거 유럽에서 동양에 무역선을 보낼 때 투자하여 동양에서 희귀한 물건을 많이 가져오면 대박이 되고 혹시 항해중 불행한 일이 생겨 배가 침몰하거나 다른 사유로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날릴 수 있는 경우와 같이 위험한 투자형태가 우리가 생각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유사할 것이다. 또한 광산투자도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벤처투자와 아주 유사하다. 초기에 탐사비용을 일부 개인들이 호의로 앤젤투자로 갹출한 뒤 진행이 좋으면 추가로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기술기업에 실행하는 벤처투자와 단계별로 유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의 역사는 5공때 전두환 대통령이 미국에서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벤처 캐피탈에 의해 되는 것을 보고 받고 이용태 삼보컴퓨터 전 회장에게 비슷한 것을 한국에서 시도할 것을 권유내지 사실상 지시한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래서 지금 KTB의 전신인 한국기술금융이라는 회사가 생겨나게 생겼다. 그런데 한국기술금융은 미국식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경우는 드물고 거의 시설투자에 대한 융자형태로 진행을 하였다. 삼보컴퓨터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미국의 주식시장에 동조화가 강하지만 벤처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1998년에 미국에서 인터넷 닷컴에 대한 붐이 일어 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새롬기술,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 큰 붐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새롬기술의 인터넷 전화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 돌이켜 보면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발전하고 있는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전화기업을 10년 이상 앞서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중간에 경영진의 횡령 등 내부적인 경영문제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 못한 것이다. 사실 경영이 잘 되었다면 지금 스카이프를 능가하는 좋은 기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도 외국의 포탈기업인 라이코스도 인수하여 글로발 기업이 되려는 시도를 하다가 실제 경영능력이 미치지 못하여 다시 국내에서 안주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검색능력이 앞서는 네이버가 포탈분야에서 다음을 능가하는 역할을 하는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반면 그러한 벤처 거품을 타고 터무니 없는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들도 다수였다.
필자는 벤처업계에 2000년 초반에 들어가서 벤처의 거품이 꺼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것은 많이 연구해 보았다. 그러한 답을 찾기 위해 미국 벤처 컨퍼런스에 참가하여 세미나도 듣고 직접 미국 벤처캐피탈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벤처기업은 대기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틈새 시장을 기술력과 기동력으로 들어 가서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시장을 열어 어느 정도 기업이 진행되면 상장을 하거나 또는 시장의 경쟁이 심하여 져서 더 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할 경우 기존의 대기업에 M&A하는 것이다. 그러한 벤처기업의 성장에 벤처캐피탈이 단순히 자본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전반에 참여하는 것이다. 즉 미국 벤처 캐피탈의 경우는 대부분의 주요 구성원이 전에 기업경영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경영을 직접 자문하여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을 가진 과학기술자가 직접 대표이사를 맡고나서 벤처캐피탈은 단순히 자본을 대고 분기별로 회계보고만 받는 형태로 하여 경영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더 심한 현실은 우리나라 벤처 캐피탈에서 회사를 멀리 보고 키우기 보다는 코스닥의 상장요건을 맞추거나 우회상장을 통하여 자본 회수만을 꾀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많은 벤처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 안주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것은 벤처기업의 경영자들이 글로발 사업을 할 만한 역량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더구나 메디슨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기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수의 방계회사를 만들어 방만하게 운영한 경우도 나타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닷컴등의 IT벤처기업에 대한 붐이 꺼지면서 바이오 벤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었다. 그러나 필자가 바이오 벤처업계에서 종사해 본 경험에 의하면 거의 같은 형태가 반복되었다. 즉 바이오벤처의 경우 신약개발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진행하여야 하는데 아직 목표달성이 요연한 상태에서 중간기술을 과대 포장하여 홍보하고 상장을 통하여 자본 회수만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벤처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식인 기술벤처에 대한 육성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은 대기업은 조직 생리상 아직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프로젝트를 도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일부 IT 바이오, 그린에너지 사업이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당해 분야에서 중소 벤처기업의 육성책은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벤처는 IT, 바이오 외에 신재생 에너지 소위 '그린 기술'이라는 분야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 사실 그러한 경향은 2000년 초반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벤처 컨퍼런스에 가면 정식 세미나도 중요하지만 중간 식사 프로그램에서 각 테이블에서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 하면서 서로 생각을 교환하였다. 그런 가운데 중국과 인도의 IT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커가는 것을 보면서 중국과 인도가 경제 성장을 이루면 전세계 자원이 모자랄 것이라는 것이 예측되므로 그에 대비한 청정에너지 사업인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한 '그린에너지'가 뜰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야기 된 것이다. 지금 벤처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아래의 실리콘 밸리는 사실상 '그린 밸리'로 바뀐 것이다. 필자는 자원에 관심을 가지고 2005년 아프리카 콩고에 다녀온 적이 있고 캐나다에 교환교수로 나와서도 자원 관련 컨퍼런스를 다니는 등 자원개발 관련 연구를 하는 중이다.
청정에너지 사업에서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응용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소디프신소재' 같은 기업이 태양광 소재에 관한 대표적 소재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2005년에 버클리 대학의 저명한 교수들이 한국에 와서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노크리스탈'이라 하여 기존의 실리콘을 대체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태양광 전지 소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화학과 교수를 만난 적이 있고 이미 실리콘 밸리에서 충분한 투자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필자의 장남도 작년에 미국 일리노이 대학(어바나 샴페인)에 소재공학(Material Science)를 전공으로 하여 입학하였다. 2008년 US News & Report에서 개별학과 랭킹에서 일리노이 대학의 소재공학과가 그 분야에서 1위로 나왔다. 교수님들의 연구활동이 활발한 것이 주된 것이고 아들이 훌륭한 교수님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미 전기를 절약하기 위한 LED산업과 풍력발전에 관련한 기업 들의 주가가 테마로 뜨고 있다. 이 것은 멀리 보아서 그 분야가 유망하다고 생각하여 전에 '소디프 신소재'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수익을 얻은 것을 참고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2009년 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전자제품쇼)에서 삼성, LG 등의 전시관에서 LED TV의 전시를 보고 화면에 감탄한 적이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 주식시장에서 1월중순부터 테마주로 되어 벌써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그린에너지 사업이 필연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현실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가지거나 거품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전에 벤처 전개과정에서 얻은 교훈으로 이러한 그린에너지의 붐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사람들이 진지하게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그린에너지 사업 육성에 도움될 일을 준비하려고 한다
'과학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오 벤처와 제약회사의 협력 (0) | 2009.05.14 |
---|---|
자전거와 그린에너지 산업 (0) | 2009.04.25 |
UFO 답이 아닌 의견 (0) | 2009.04.21 |
바이오 연료 이야기 (0) | 2009.04.04 |
오바마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허용에 관한 의견 (0) | 2009.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