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고 한마디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님을 추모하며

공석환 2009. 11. 17. 07:10
B형 간염 백신과 유행성출혈열 백신 개발을 주도하며 ‘백신 안보’를 몸소 실천해 온 녹십자 허영섭(사진) 회장이 15일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69세.

경기도의 휴전선 이북인 개풍이 고향으로, 1964년 서울대 공과대와 68년 독일 아헨공과대를 졸업한 뒤 박사 과정 중 귀국했다. 70년 녹십자 전신인 극동제약에 부장으로 입사해 척박한 국내 제약업 풍토에서 보건환경 개선에 힘썼다. 개성상인의 마지막 세대답게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면서 제약사 녹십자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분야에도 강한 생명공학 전문업체로 키웠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B형 간염 백신,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 백신, 세계 두 번째의 수두 백신 등은 불모지였던 국내 바이오 의약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고인이 밀어붙인 전남 화순의 독감백신 공장은 신종 인플루엔자가 창궐하는 요즘 ‘백신 보안’의 상징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백신공장을 짓기 전인 2004년 합작사업을 하자는 외국 제약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백신 자주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며 독자 건설을 밀어붙였다. 83년에는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인다”며 B형 간염 백신으로 거둔 이익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설립에 썼다. 또한 91년 선천성 유전질환인 혈우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치료와 재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첫해 4억5000만원을 지원한 이래 지금까지 260억원 이상을 출연했다.

고인은 항상 불굴의 정신을 주문했다. “남이 가지 않는 외로운 이 길을 용기와 의지를 갖고 묵묵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불굴의 개척자 정신과 정성· 용기만이 이 길의 필요한 동반자입니다. 이는 바로 녹십자 가족의 정신입니다.”

고희 무렵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서울 근교에서 외국인들도 반할 만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게 마지막 꿈이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숱한 공직을 맡으면서 국내외 비즈니스 협력에도 기여했다. 한국제약협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과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한독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건강 증진과 한국·독일 우애 증진, 제약경영 등의 업적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 독일정부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2002년에는 아헨공대에서 ‘명예 세너터(Ehren Senator)’ 칭호를 받았다. 독일 대학의 가장 영예로운 칭호다.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회장이 선친이고,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이 형이다. 유족은 부인 정인애씨와 성수·은철·용준씨 3남이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 발인은 18일이다. 031-787-1503.

심재우 기자


 

 

허영섭 녹십자 회장님이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만드시겠다는 꿈을 다 못 이루시고 영면하신 것에 슬픔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2001년에 녹십자에서 벤처투자 운영과 회사  법률고문을 겸하여 9개월간 모시면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녹십자에 대해서는 백신분야에서 우리나라 선두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분야에서 남 못지 아니하게 노력을 하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으로는 고 허영섭 회장님은 국내 제약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 단순히 외국회사들의 제품을 라이센스받아 국내 판매하는 것으로는 안주하여서는 안 되고 자체 신약개발을 해야 된다는 뜻을 가지셨던 것입니다.

국내 회계법상 연구비용의 세제처리 문제때문에  목암연구소를 별도로 세워 넉넉지 아니한 회사형편에도 많은 금액을 출연하여 약학분야의 연구촉진을 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이오 벤처기업을 도와주시려고 하면서도 지나친 거품은 막으려고 한 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규모로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신약개발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시고 서로 합병하여 큰 회사를 만들려는 생각을 가졌으나 현실의 장벽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필자도 이 블로그에 "제약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 " 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http://blog.daum.net/shkong78/106

녹십자에서 일하기 전에 변호사로서 스위스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와 노바티스를 특허관계로 대리한 적이 있습니다.

스위스에도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이 있지만 로슈, 노바티스 두개의 회사가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T업계를 주도하는 것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바티스는 원래 산도스라는 제약회사와 시바화학의 제약부분이 약 12년전에 합병하여 생긴 회사입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규모를 만들기 위하여 합병을 한 것을 직접 회사 당사자로부터 들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작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나 틈새시장을 노려서 특화하는 중소제약사들도 필요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 LG 생명과학, CJ 계열의 한일약품, KT&G(한국담배인삼공사)계열의 영진약품 등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로 여겨지는 제약회사들이 2개 이하로 합병되어 신약개발을 주도할 수 있어야만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제 허영섭 회장님은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그 후손과 다른 한국 제약업계의 관계자들이 다시 뜻을 모아 고인이 다 못 이루신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