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아빠와 아들

공석환 2009. 5. 27. 15:47

5월 16일에 미국에서 학기 마치고 돌아 왔던 아들이 오늘 다시 한국에 들어 갔다.  미국에서 올 때 시카고 가는 셔틀 버스를 놓쳐 40만원(미국300달라)를 내고 택시를 타고 시카고 공항에 가서 간신히 집에 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쓴 바 있다.

 

두달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고려대 나노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치과치료(임플랜트)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처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아니하다. 열흘만에 다시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그럴 것이다.

 

공항에는 나하고 아들하고 둘이서 갔다. 집에서 공항까지 1시간 동안 둘은 여러 이야기를 하였다. 아들과 나는 만 30년 차이이다. 생일의 날자는 달라도 달까지 같으니 거의 딱 30년 차이인 것이다.

 

명문인 일리노이 대학의 소재공학과에서 1학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차에서 하였다. 집에서는 열흘을 같이 있었어도 나하고 둘만의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일학년 일학기에 학교 어드바이저가 아들의 실력을 너무 과대 평가하여 유기화학을 들어 보라고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유기화학이 대학교 3학년 과목에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소위 프리메드라고 부른다)이 많이 들어 학점 경쟁이 심한데 더구나 상대 평가 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물어물하다 C를 받아 2학기에 재수강을 하였는데 재수강을 하면 최종 성적이 먼저 받은 것과 뒤에 받은 것의 평균으로 한다고 한다. 간신히 B로 올렸다고 한다.

 

나는 아들이 고등학교 이후에 캐나다에 나와  영어에 대해 걱정하였는데 리서치 위주로 하여 A-를 받았다고 한다. 다음 학기 한번 더 영어를 들어야 되는데 만심하지 말고 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일학년 2학기에 원래는 컴퓨터 1학년 과목을 수강하려 하였는데 이미 마감이 되어 공대 2학년이 듣는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를 들었다고 한다. 나는 서울대 물리학과 시절에 3학년에 양자역학을 들었어도 쉽지 아니하였는데.

 

그런데 개념도 어렵고 수학도 무지 어려워서 수강한 학생들 다 어려워 했다고 한다. 상대평가였는데 B+를 받았으니 상위 20%로 선방했다고 한다.

 

나머지 전공 엔지니어링과 수학과목은 A를 받아 첫해는 전체적으로 성적은 괜찮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 하다가 군대는 언제 다녀올가요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좀 심각해졌다. 대학교 중간에 다녀 왔다가 공부에 리듬이 끊길 것 같기도 하는 걱정이 되고, 그럼 대학교 졸업하고 가는 것이 나은가 갑자기 고민이 된다.

 

아들과 같이 다니면 만 30년 차이라도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그러던데. 물론 나보다 키도 더 크고(183cm)  꽃남이다.  궁금증을 줄이기 위해 밑에 사진 첨부한다. 작년 시카고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다.

 

복잡한 세상에 아들이 아빠보다 더 열심히 보람있게 인생을 살아야 할 텐데. 공항에 내려주고 집에 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