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견

오바마의 카이로 연설(중도의 미덕)

공석환 2009. 6. 5. 12:44

우리나라 언론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 내용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가 언급되었다는 자가도취적 보도를 하는 것은 유감이다.
 
위 연설 내용의 핵심에 대해 우리 국민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보도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이 아직 이스라엘에 대한 우방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개로 생존하여 평화롭게 공존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 거주지로 합의한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미국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지금 전세계와 미국에서 위 연설내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비록 이스라엘이 잘 못된 일을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는 것을 삼가하였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비난을 아직 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우방으로서의 위치는 확고히 인정하지만 아랍국가에 대해서도 더 중립적인 위치에서 평화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 일간지인 USA Today에 이에 대한 기사에 독자의 댓글도 요란하다. 기사가 게재된지 하루가 안되어 6400개의 댓글이 보인다. 아마 유태계가 쓴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오바마가 국제 평화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여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취지의 원색적인 비판도 보인다. 
 
공화당에서도 오바마의 이러한 발언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바마의 발언은 용기있고 적절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진정으로 중동의 평화를 중재할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 사이에 더 중립적이어야만 한다. 반면 아직 미국에서 유태인들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유태인에게 거슬리는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내가 버클리에 1982년에 유학을 가서 그 다음 해에 유태인 교수 실험실에서 4개월정도 있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유태인에 대해 받은 인상은 굉장히 샤프하고 나름대로는 합리적이려고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무섭다.  무엇인가 '불가근 불가원'의 인상을 받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지금 국민의 지지도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연설에서 사람의 감정을 끄는 호소력도 강하다. 그렇지만 정책적으로 보면 너무 극단적인 진보가 아닌 중도의 길을 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에서 GM은 파산을 허용하고 AIG는 계속 지원을 하는 것도 합리적인 결정이다. 미국 경제에서 일부 제조업은 어차피 사양산업이고 금융업은 버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거 과정에서 노조의 도움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료보험 개혁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나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안에 밀어 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는 4500만의 미국인이 의료보험이 전혀 없고, 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의료보험을 제공하여 주기 위하여 다른 질병 예방비용 들을 절감하면 500-600억 미국달라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바마를 보면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생각이 난다. 룰라가 처음 당선되었을 때 급진 진보주의자로 생각되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였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합리적인 경제정책으로 국민적인 지지가 높아 3선에 도전하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2선의 임기를 마치면 명예롭게 물러나려고 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자. 나는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국민들이 화합하여 이명박 대통령과 하나의 길로 가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위 오바마나 룰라 대통령의 예를 보면서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보수와 우파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국민들을 통합하여 가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유연하게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조를 꺾거나 유약한 대통령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의 경우를 보더라도 과감히 GM은 파산으로 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 의료보험제도는 계속 소신껏 밀어 나가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막연한 반대나 사회의 불안을 가중하는 거리 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임기동안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마디 하자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및 불필요한 기업규제 완화 등의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하여 나가는 것이 옳지만 그 과정에서 먼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려는 작업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인 타당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인운하 같은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