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대학원시절(2부) 연구과정 이야기

공석환 2009. 7. 16. 12:45

버클리에서 대학원 생활 총 6년반은 소중한 경험을 한 시간이였다.  버클리는 동부에 있는 사립 명문 대학과는 달리 주립대학으로  1960년대 반전 데모로도 유명하듯이 진보적이고 다양한 사고 방식을 수용하는 학교이다.  미국출신 대학원생들 중에 나에게 버클리를 보고 미국을 판단하지 말라는 의견이 많았다.  내가 같은 아파트에 한 때 같이 살던 괴짜 학생도 그러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버클리에서 내가 입학한 생물물리학 박사과정은 여러 과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동과정으로 참여하는 교수가 100명이 넘었다. 생물물리학과에 10분 교수,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공대에서 바이오엔지니어링, 그리고 분자생물학과 등 10여개가 넘는 과의 다양한 교수들이 참여하였다.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너무 선택이 많았다. 물리학과에서 양자역학, 통계역학, 미생물과에서 면역학, 그리고 고등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인은 넓게 알아야 박사학위를 받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박사는 학교에서 정한 최소한 자격요건을 위한 과목 및 시험을 보고 나면 실제 학위 취득은 연구 주제를 정하여 행한 연구결과인 논문이 심사위원회에서 통과하는 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막상 연구 주제를 정하고 나면 그 분야에 집중하여 공부를 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과라도 자기 연구 주제와 동떨어진 분야는 기초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원생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이 미국의 박사는 ‘박사’가 아니라 ‘협사’ 이다 라고 농을 하기도 하였다.  자기 전공 좁은 분야만을 잘 안다는 뜻이다.
 
여러 과목을 들어 가면서 어떠한 연구 주제로 박사연구를 할가 고심을 하였다. 처음에는 수학적 마들로 생태계를 설명하는 쪽도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도 면담하여 보았으나 실제 실용성은 떨어져 보였다.
 
여러 과목을 듣다 보니, 세포 신호 절단에 관련한 방법 및 그에 관련하는 세포막 표면의 단백질(막단백질, Membrane Protein)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 그러한 막단백질은 각종 약물의 작용이나 전달과도 관련이 되어 연구비도 잘 나오는 것이었다. 교수가 연구비가 있어야 실험을 하거나 대학원생에게 연구조교비로 월급을 줄 수 있는 것이다.
 
2군데 정도 다른 연구실을 경험하다가 최종적으로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막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수님을 논문지도교수님으로 정하였다. 내 지도교수님은 Robert Glaeser(로버트 글레저)라고 하고 위스콘신대학에서 학부로 물리학을 하고 내 프로그램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으로 소탈하면서도 다양한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어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Bob으로 이름을 그냥 부르면서 가까이 지냈다.
 
내 박사 연구 주제는  태양광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세포막에서 염소 성분을 통과시키는 역학을 하는 'Halorphodopsin'이라고 불리우는 막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막단백질은 인체에서 신체의 전기 신호 전달 및 약의 작용과 관련하여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분야를 박사 논문 주제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의 반 이상은 단백질을 분리하기 위해 세균을 배양하고 그 것을 수확한 후 원하는 단백질만을 분리하기 위해 몇 주씩 고생하는 시간이 많았다.  생물이나 생화학하시는 분들은 그래서 물장수 일이라고 한다.  즉 단백질 분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화학물을 혼합해서 분리하는 것이 물장수 일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을 최종 분석하기 위해 전자현미경을 사용하고 그 데이터 분석을 위해 전자현미경을 조종하는 프로그램을 공부삼아 만들어 보기 위하여 포트란으로 기존 프로그램의 서브루틴을 읽으면서 2-3달간 고생하여 간신히 작성해 본 경험도 있다.  생물물리학 전공은 이렇게 일반 생물학처럼 생물 시료 준비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것을 분석하기 위한 복잡한 물리기계를 다루는 훈련도 하였기 때문에 나중에 바이오 산업하는 사람들과 만나도 이야기가 통하고 IT하는 사람들은 만나도 최소 자기가 직접 소프트웨어도 만들어 본 입장에서 최소 기본은 이해해서 대화를 할 수 입장이었다. 
 
1984년에 영사관에서 전화가 와서 한국 방송에서 미국 바이오 산업 취재를 하러 오는 데 같이 가서 좀 도와 달라고 부탁이 왔다. 생물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바이오 산업과 깊은 연관이 있으므로 흔쾌히 승락하여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기자가 서울대 국문과 출신인데 별로 영어를 잘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기자와 카메라 기사와 조수 그리고 교민 한분이 스테이션 웨건을 가지고 여행 가이드로 따라 왔는데  통역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기자는 나에게는 그냥 회사와 인터뷰를 하다가 과학 내용으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그냥 자문만을 구하겠다고 처음에는 그러던 것이다.
 
그런데  질문 내용을 가다가 적는데 한글만 적는 것이 수상하였다. 그런데 이 뻔뻔한 기자가 막상 회사에 도착하더니 상대방에게 나를 가리키며 한다는 말이 “ I speak Korean and He speak English”라고 하는 것이다. 즉 자기는 한국말로 하면 내가 통역을 한다는 것을 완전히 콩글리시로 한 것이다.  처음과 이야기가 다른 데 미국 바이오 회사 중역 앞에서 항의를 하기도 무엇해서  그냥 통역을 해 주었다.
 
 질문 내용이 대부분 과학 내용이 아니었다. 즉 바이오 산업이 위험성이 큰 데 언제쯤 흑자로 될 것인가, 한국회사와 구체적인 협력 가능성이 있는지 하게 되면 어떠한 방향으로 할 것인지 등 주로 사업적인 것이었다. 간신히 통역은 무사히 마쳤지만 졸지에 그러한 내용으로 동시통역을 하자니 진짜 등골이 서늘하고 손바닥에 땀이 젖어 왔다.
 
가이드를 한 교민분이 자기는 미국에 10년을 넘게 살아도 그러한 내용을 영어로 통역할 염두를  못 내는데 옆에서 보니 잘 하셨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돌아 오는 길에 내가 처음 이야기 한 것과 다르지 않았느냐 하고 항의를 하고 그러한 통역을 부탁할 것이면 질문 내용을 미리 나에게 보여주었어야  나도 어떻게 통역을 할지 미리 준비하여  덜 당황하지 않았겠느냐고 항의를 하였다.
 
그랬더니 그 기자분 한다는 말이 미국 명문 대학원에 다니시면 그 정도 통역은 즉석에서 할 수 있을 능력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둘러 대는 것이다. 평소에 타임지를 계속 구독하여 읽는 등 넓게 영어를 한 덕에 일반 경제나 사업에 관한 용어를 즉석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만약 실수라도 하여 서로 대화가 안 되었으면 대한민국 방송사와 함께 나도 같이 망신할 뻔 한 일이었다.
 
그 이후에 버클리에서 바이오 사업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지금은 암젠이라는 회사가 가장 크지만 당시 가장 유명했던 제네텍에서 세미나를 하면서 회사 소개를 할 때 가 본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사람들이 당시 바이오 사업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비젼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인상이 깊었다.
 
1984년  LG화학이 버클리 부근에 있는 카이론이라는 회사와 공동연구를 시작하여 지금은 크리스탈 지노믹스 대표를 하는 조중명박사 등과  같이 어울리면서 연구 진행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을 크게 하겠다고 미국을 돌면서 연구 인력을 모집하는 모임을 버클리 부근에서 하여 가 본적이 있다.  그런데 가서 너무 자신있게 이야기 하시기에 비록 제일제당이 한국에서는 현금력도 많은 대기업이지만 미국에서 바이오 사업을 하자면 10년 이상 장기로 다액의 투자를 해야 되는 데 그 것이 가능한 가를 질문하였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하여졌던 것을 기억한다.
 
버클리에서 6년반 동안 학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나는 20대로 돌아가서 대학원을 갈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그 곳에 가서 공부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박사논문에 내가 처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위 막단백직의 최종구조를 밝히려고 하였는데, 결정은 얻었으나 데이타가 좋지 아니하여 다른 생화학적, 생물리적 자료만을 첨부하고 최종 구조를 밝히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버클리에서 연구 생활 이외에 미국 동부를 여행한 것 등 다른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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