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여러가지 고심을 하다가 일하고 있던 중앙법무법인의 이병호 회장님에게 벤처업계의 일을 해 보기 위하여 사무실을 그만 두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회장님이 대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봉급을 올려 주겠다고 말씀 하셨다.
사실 그 당시 충분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봉급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외국기업을 주로 도와 준 경험을 배경으로 벤처기업을 도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회장님에게는 죄송하였지만 회사를 2000년 3월말까지 일을 정리하고 4월부터 새출발을 하였다.
당시 어떤 벤처기업으로부터 대표이사로 오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여러 기업을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독립하여 벤처컨설팅회사를 만들었다. L화학 부장 출신을 섭외하여 바이오담당 이사, PWC컨설팅 출신의 한 분을 섭외하여 IT담당이사로 하고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과장으로 기업회계에 능한 분도 과장급으로 섭외하고 또 미국대학 MBA출신을 다시 과장급으로 섭외하여 극동빌딩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벤처기업에 대해 사업계획을 다듬어 주고 투자설명회를 하는 것을 국내에서 상당히 여러 번 하고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도 2번 큰 투자설명회를 치루었다. 내가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아는 인맥과 연락하여 인텔, 노키아, 등 현지 회사와 벤처캐피탈을 초대하여 행사를 하였다.
그러나 2000년이 벤처업계에서는 상당한 전환기였다. 인터넷 닷컴 벤처의 붐이 꺼져 가면서 벤처업계에서 새로운 투자보다는 구조조정이 앞서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신규투자에 대한 성과가 일어나기는 쉽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월말에 회사에 현금이 없으면 사장인 내가 개인적으로라도 마련하여 직원들 봉급을 주어야 하는 사정이었다.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을 톡톡히 하였다.
그래서 1년반 정도 벤처컨설팅을 직접 경영하다가 벤처컨설팅은 일단 휴면상태로 해산하고 N제약회사 바이오투자 책임자로 가게 되었다. 단순히 바이오투자뿐 아니라 회사의 법률고문도 겸하였었다. 있으면서 상반된 두가지를 보았다.
한국에서 유수한 제약회사도 세계1류 제약회사하고는 차이가 많다는 점. 그리고 N제약회사의 허회장님도 단순히 외국에서 완성된 약품을 가지고 와서 팔아서는 장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10여년간 회사 규모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의 연구비를 투자하셨었다.
그러나 내가 그 회사에 일하기 시작할 시점에는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이미 투자했던 대상중 어떤 쪽을 계속 진행하고 어떤 것은 중지하거나 헐값이라도 매각해야 되는 구조조정을 돕는 역할로 들어 간 것이다. 조금 도와 드리다가 다른 D제약으로 옮겨서 과기부 바이오펀드를 받아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투자를 하려다가 과기부 펀드를 받지 못하여 다시 변호사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N제약사와 D제약사에 있는 동안 미국에서 열리는 큰 바이오 벤처 컨퍼런스도 참여하고 미국에서 10대 안에 드는 바이오벤처 투자기관중 8곳을 직접 만나서 업무협조도 상의하여 보고 투자방침에 대해 토론을 한 것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N제약회사에 있을 때 미국 언스트 영 회계사무소에서 매년 발행하는 ‘세계생명공학리포트” 2001년 판을 다른 직원들과 공동으로 번역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그 당시 한국에 바이오 벤처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도 그 분야에 대한 구체적 동향이나 전망에 대한 책이 드물기 때문에 그러한 작업을 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초역을 분담시켰으나 내가 최종적으로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되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 수정하고 고치게 되어 사실상 전부 손을 새로 보게 되었다. 전문서적의 번역도 책을 쓰는 것 못지 아니하게 큰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였다.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약 미국에 20번 정도 벤처 관련 일로 출장을 갔었다. 가서 관련된 회사의 일도 직접적으로 도와 주고 컨퍼런스도 참석하며 특히 미국의 벤처 캐피탈과 많이 만나서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 대상 기업의 요건 및 투자 후 관리 방안등에 대해 많이 들어 보았다.
그런데 벤처기업과 관련한 활동이 그리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거품이 꺼지고 그 업계에 들어 갔기 때문에 신규 투자 보다는 구조조정이나 뒷 처리 문제를 많이 맡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벤처업계의 비리도 직접적으로 많이 보았다. 투자자들의 돈을 횡령하여 개인적으로 유용하여 고소한 건도 3건이나 있었다.
개인적인 유용을 의심해도 내부자의 제보가 없으면 찾아 내기 어려운데 한 건에서는 대표이사가 자기 소유의 골프장 회원권을 공시 시가보다 2배 넘는 가격으로 회사에 매각한 것을 찾아 내어 회사 자금을 횡령으로 고소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첨단기술을 산업화하는데에 기동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가장 큰 문제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경영자 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기술을 발명한 교수나 연구원 출신이 그대로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경영에 조금 경험이 있는 친인척들이 경영진에 참여하는데 경영능력이나 투명도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실제 많다.
그리고 미국 벤처 캐피탈을 가서 구성원들을 만나 보니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전에 기업을 경영해 보았던 유경험자로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매 분기마다 회사의 중요한 경영사항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개 투자 후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에 회사가 뿌리를 내리면 상장이나 다른 대기업에 합병을 통하여 수익을 내고 투자 회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벤처 캐피탈에는 산업계에서 경영 경험이 있는 사람들 보다는 증권가나 재무 출신들이 주로 있어서 이미 어느 정도 싹이 보이는 회사에 무보증 대출처럼 생각하고 투자하여 2-4년 하에 주로 상장을 통하여 수익을 보려는 구조이다.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 놓아도 실제 경영에 참여는 제한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시장만을 목표로 하거나 단순히 국내 대기업에 부품만 납품해서는 한도가 있다. 전세계 시장을 노려야 되는 데 그러한 능력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다시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택할 경우에 과거에 잘 못된 것을 시정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방향에서 시작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제약업계를 직접 경험해 보았더니 외국회사들이 한국에 직접 마키팅을 하는 추세에서 복제약 이외에 신약개발을 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에는 다 동의하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외국 다국적 제약회사들하고 연구 경쟁을 하기에는 매출액규모가 거의 1/100 수준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몇 몇 큰 제약회사가 서로 합병을 하는 분위기 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원만하게 합병을 하는 것이 각 회사의 오너들의 입장이 있어 쉽지는 아니였다. 어떤 제약회사의 오너는 우리나라 제약회사를 합병하자고 그러면 법으로 강제 구조조정법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하였다.
현재에도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실정은 별로 다르지 아니하다. 각자 노력은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국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경쟁은 힘들어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어떤 돌파구를 뚫어야 하는 형편이다. 하나의 방안이 제약회사의 기존의 마키팅은 계속하면서 새로 생기는 바이오 벤처회사와 신약개발 연구에 협력하는것이다.
최근에 여러 제약회사와 국내 바이오 벤처회사들이 협력 모델을 시작하였는데 그 성과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오히려 삼성전자가 바이오복제약을 크게 시작하여 신약사업을 한 다는 최근의 뉴스가 이 업계에 큰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이 블로그의 별도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blog.daum.net/shkong78/106
IT 벤처업계도 문제가 많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방문하여 보면 IT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위주가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IT벤처회사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드물고 하드웨어가 주로 되어 있다.
하드웨어 산업은 시장이 커지면 독특한 특허기술로 당해 분야에서 독점이 가능하지 아니한 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mp3 플레이어를 생산하여 잘 나가던 레인콤 이라는 회사가 그 시장에 국내 대기업들과 애플같은 외국 기업이 들어 오면서 어렵게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IT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서는 소프트웨어 벤처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도 이 때의 경험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 있는 별도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blog.daum.net/shkong78/87
정리하면 벤처기업에 관여하여 개인적으로 마음 고생도 많이 하였지만 역동적으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특허를 전문으로 하여 외국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에서 계속 근무를 하였을 경우 내 인생이 특허전문가라는 하나로 고착되었을 것이다. 이후에 다른 벤처기업의 상장단계에서 도와준 것도 보림이 있는 일이다.
다시 변호사로 나와 새로 또 도전해 본 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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