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 아직 50대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여 보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1982년 서울대학교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버클리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도 받고, 한국에 귀국한 후 사법고시에 도전하여 1995년 합격하였다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이 1997년 12월 등촌동에 소재한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방문하여 변사체를 해부하는 부검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도착하여 국과수의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 듣고 부검실로 가기 전에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는 표본을 볼 것을 안내받았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본 표본중에 신기한 것이 많았다. 아기 태아, 그리고 백백교 교주의 머리, 그리고 최근에 재판이 벌어져 신문상에도 보도되는 "홍련" 이라는 기생의 생식기 표본이다. 그 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반 인륜적이라고 하여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현재 진행중이다.
일본 마스모토 시립미술관에 소장된 이시이 하쿠테(1894~1979) 작 ‘홍련화’다. 일본의 근대화가인 이시이는 1918년 경성에 체류하면서 명월관 기생 ‘홍련’을 화폭에 담았다. 위 사진과 그 소개는 중앙일보 기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원문 기사는 아래 링크를 열면 나온다.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121419
여자의 생식기 부분만을 도려내 표본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은 첫 눈에도 엽기적이었다. 당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가사 사진을 찍었다 하더라도 공개석상에 올릴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다만 내가 현직 법조인으로서 법조 윤리상 지금 재판이 진행되는 위 사건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기사를 보니 위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오늘 오후 3시에 현장검증을 가서 위 표본을 직접 본다고 한다. (링크된 아래 기사 참조)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120024
표본을 보고 나서 부검현장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표본들을 본 것보다 부검에 직접 참여하여 본 경험이 더 충격적이었다.
처음 부검 대상은 40대로 약간 비만 체형의 남자였다. 전날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후 배를 칼에 찔려 사망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람이다. 부검의 목적은 과연 그 사람의 사인이 칼로 찔린 상해인가 아니면 그 전에 다른 독극물을 먹게 되었는가를 알기 위한 것이다.
전날 죽어 아직 시체가 깨끗하여 부검대 위에 있는 모습이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선 배를 갈라 각종 내부 장기를 추출하여 표본을 채출하였다. 나는 사람의 간을 처음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컸다. 속된 말로 "간 큰 사람"이라는 표현이 떠 올랐다.
머리를 톱으로 갈라 뇌 전체를 꺼내 보여 주었다. 물론 그 이후로 일부를 검사용 표본으로 채취를 하는 것이었다. 뇌를 꺼 내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부검 과정을 보고 토하거나 역겨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때 이미 30대 후반의 생물물리학 박사로 생물 실험을 많이 해 보아서 그런지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다음 시체는 20대 여자의 시체로 약 한 달전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였다. 그 때가 겨울이라서 심하게 부패되지는 않았어도 시체의 색깔이 약간 변색되어 있었다.
홍련의 생식기 표본은 정면으로 자세히 보았는데 그 여자의 시신을 앞에 두고 정면으로 보기가 안스러웠다. 당연히 그 여자의 사인을 강간살인으로 보고 부검의 목적은 정확한 사망원인과 범인의 단서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유방과 자궁 부분을 절개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는 계속 쳐다 보지 못하고 시선을 자꾸 돌리게 되었다.
젊은 여성을 강간하여도 죽일 필요까지 있었을가, 아마 얼굴을 아는 면식범이니까 범죄를 감추기 위하여 살인하였다고 추측은 하나 마음이 안 좋았다.
앞의 남자는 시비 중에 우발적으로 살해되고 그리 큰 동정이 가지 않았는데 젊은 여자의 시체에서는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 부검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그 때의 경험은 평생 잊기 어려운 것이었다. 표본을 본 것 보다 직접 부검과정이 더 인상 깊었다..
이 블로그의 제목이 "많이 해보고 많이 고치자"인데 부검을 참관한 경험도 그 중에 포함될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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