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회

캐나다에서 일부다처제가 합헌으로 될 것인가?

공석환 2010. 12. 12. 09:08

 

File:Creston, British Columbia Location.png

출처 위키미디아 공용 http://en.wikipedia.org/wiki/File:Creston,_British_Columbia_Location.png

 

 

 

The community of Bountiful, near Lister, B.C., is at the centre of a legal debate over Canada’s anti-polygamy laws.

Ric Ernst, PNG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밴쿠버가 위치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대법원에서 현재 중혼을 처벌하는  캐나다 형법 293조 규정이 캐나다 헌법에 합치하는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심리되고 있다. 위 지도의 빨간 색 점에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미국 접경에 있는 바운티풀이라는 인구 1000명의 동네에서는 모르몬 교에서 갈라져 나온 "Fundamentalist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 교도들이 중혼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으로 보면 어느 캐나다 동네와 다름없이 평화스러운 풍경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중혼이 엄격하게 형사처벌되고 정통 모르몬 교에서도 더 이상 중혼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2007년 중혼을 허용하는 교의 대표자였던 워렌 제프스가 텍사스에서 14세소녀를 19세인 친사촌하고 억지로 결혼시켜 섹스를 하게 하였다는 죄로 재판에 회부되어 강간죄의 공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워렌 제프스는 위 바운티풀이라는 지역에도 자주 방문하였었다.

 

캐나다에서도 바운티풀 지역에서 중혼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약 20년전 조사가 된 바 있으나 당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검찰총장은 중혼죄의 처벌이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듣고 더 이상 기소절차를 밟는 것을 포기하였다.

 

 2008년에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바운티풀 지역에서의 중혼죄 혐의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 졌으나 특별 검사의 임명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기소가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당시 특별검사로 임명되었던 밴쿠버 지역의 형사전문 변호사 리차드 펙은 조사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없고 위 지역에서의 중혼이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므로 기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2010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검찰총장인 마이크 드종은 이 사건의 기소에 대해 법원에 이의 절차를 밟기 보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대법원에 중혼죄의 합헌여부에 대한 합헌심판을 제기하였다.  중혼죄 처벌의 합헌판결을 미리 받고나서  중혼죄의 수사나 기소절차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달리 헌법재판소가 따로 없고, 주대법원에서 위헌심판 절차를 진행한다.

 

 

 

Craig Jones is the supervising counsel of constitutional affairs for the B.C. AG and is the lead lawyer in the constitutional reference case that will determine the validity of the polygamy law.

Craig Jones is the supervising counsel of constitutional affairs for the B.C. AG and is the lead lawyer in the constitutional reference case that will determine the validity of the polygamy law.

Photograph by: Mark van Manen, PNG

 

2010년 11월 22일 로버트 바우만 대법관의 주재로 첫 재판이 열렸을 때 무려 30명의 변호사가 이 사건에 관여하기 위하여 몰려들었다. 중혼죄의 합헌을 주장하기 위한 검찰측 주임 검사로는 위 사진의 크레이그 죤스가 맡고 있다. 오토바이를 자기 손으로 직접 조립하고 맨발로 마라톤 완주를 한 괴짜 검사로 미국 영화 주인공으로 나올 인상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은 캐나다 전역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정생활과 그들의 신앙심을 살펴보는 것은  연속극(미국. 캐나다에서는 Soap Opera라고 한다)보다 더 흥미로운 소재였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모든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이다. 필자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법대 교환교수를 하면서 재판과정을 참관하여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재판의 방송여부는 재판관, 합헌을 주장하는 검찰측, 그리고 위헌을 주장하는 3자가 다 동의하여야 하는데, 위헌을 주장하는 변호인들의 반대로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캐나다 언론에서는 아쉬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필자가 위헌을 변호한다고 하면 방송에 반대할 것이다. 중혼 가정에서 자신의 생활을 증언하는 증인이 방송카메라를 의식하여 증언에 어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맡은 로버트 바우만 대법관은 쇼맨싶이 있어보인다. 그는 이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을 의식하여  결심 공판에 대한 생방송을 허용하자고 다른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에 캐나다 인권변호사 협회(Canadian Civil Liberty Union)에서는 중혼제의 위헌을 주장하는 쪽에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도 중혼을 민법상으로 합법화하여 제도화하기는 시기 상조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개인의 신앙이나 행동의 자유를 존중하여 형사처벌을 폐지하여 당사자들이 제도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중혼 여부를 선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서 중혼죄의 처벌이 개인의 신앙의 자유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할만큼 사회보호에 필요한가를 증명하는 부담이 검찰측에 주어지고 있다. 이 재판은 국제적인 사건으로 되고 있다. 검찰측의 증인 중에는 저명한 학자인 스탠포드 고전학과 학과장인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미 서면진술(Affidavit)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참고로 이 부분은 번역과 함께 영어 원문도 소개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일부일처제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에 기원한다. 일부일처제는 서양 민주주의 방식의 성장과 성공 그리고 권리위주의 문화발전과 밀접히 관련있다고 주장한다.

 

 

(Scheidel traces the origins of “socially imposed, universal monogamy” to the early democracies of ancient Greece. He argues that monogamy has “been inextricably entwined with the growth and success of the Western democratic way of life and the development of a rights-based culture)

 

 

우리는 흔히 회교국가만이 4명의 처를 둘 수 있고 대부분의 국가나 사회에서 일부일처제로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231개의 사회의 결혼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종지도사전(The Ethnographic Atlas)에서는 그 중 15프로만이 1부1처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48프로의 사회에서 일부다처제가 성행하고 있고 부분적인 일부다처제가 행하여지는 사회가 37프로라고 한다. 일처다부제의 사회도 0.3프로(1231과 곱하여 보니 절대 수자로 4개)이라고 한다.

 

참고로 캐나다가 미국보다 훨씬 진보적이라서 유럽에 가깝다. 우선 미국은 사형제를 인정하나 캐나다는 사형제 폐지 국가이고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제도도 캐나다는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 대신 세율도 높다. 중혼의 합헌 여부에 대해 신중한 것도 개인의 종교 및 행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범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캐나다에서 중혼이 합법화될 경우 선진국에서는 처음인 경우가 되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현지의 목소리가 크다. 재판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나는 중혼죄의 처벌이  캐나다 법원에서 합헌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제도가 전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간통죄 폐지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변화에 따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이 부부간의 사랑의 맺음이라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이다. 부부간의 사랑이 없어도 자식의 장래를 위하여 같이 산다는 부부가 더 많다고 한다. 기러기가족의 경우 서양사람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부부가 별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A girl plays with a small boy on the banks of a lake in the polygamist community of Bountiful, located about 10 km south of Creston near the U.S. border.

Brian Bell, Special to The Vancouver Sun

 

그런데 지금까지 캐나다 법원에 제출된 중혼가정으로부터의 진술서나 중혼가정을 탐방하고 나서 맥길 대학의 법대 교수 안젤라 캠벨이 증언한 내용에는 중혼가정에서 성착취(sexual abuse) 등의 문제는 거의 안 보이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있었다. 지금 바운티풀의 중혼가정에서는 폐쇄적인 태도를 버리고 위 사진과 같이 언론에 대한 개방을 통하여 자신들의 가정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캐나다에서 중혼에 대한 합헌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의 일부일처제의 역할, 사회경제적인 접근 등 많은 자료가 나오고 있다.  첫 공판 이후 법원에 제출된 자료들을 다 모으면 책 몇 권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이 글에서는 캐나다에서 중혼의 합헌 여부가 심각하게 법원에서 심리되고 있다는 소식을 우선 전하면서 추후 이 블로그에 재판의 진행상황을 다시 소개하려 한다.